정세훈 (지은이)의 말
1960년대 후반부터 곳곳에 대규모 공단이 조성됐고 이에 따라 그 주변에 공단 마을이 급조성되었습니다. 땅 주인들은 그 흐름을 이용해 방 한 칸에 부엌 하나의 공간을 10여 세대씩 2층으로 벌집처럼 지어 올려 세를 놓았습니다. 한숨처럼 늘어선 초기 공단 마을 그 벌집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이제 50대를 바라보는 중년 어른이 되었습니다. 4차 산업으로 이행되어 가는 이 시점까지 그들을 포함, 아직도 공단 마을에서 극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수의 공단 마을 어린이들 정서를 담은 동시집이 한 권도 출간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이어서 동시 전문 시인은 아니지만 공단 마을 아이들에 대한 동시집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우리 문학사는 물론 역사적 관점에서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에서입니다.
우리 사회 소수의 공단 마을 극빈 어린이들을 다룬 것이기에 다수의 어린이들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하지만 문학은 반드시 다수의 공감만을 덕목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은 체험에서 얻는 것이고 체험에는 직접 체험과 간접 체험이 있습니다. 공단 마을의 열악한 삶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다수의 어린이들이 이 동시집을 통해 충분히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아직도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소수의 동무들 삶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