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SBS코리안투어 10번째 대회인 2006 삼성베네스트오픈(총상금 6억원)은 아마추어인 '매너짱' 김경태(20·연세대)와 '장타 괴물' 이원준(21), 즉 '한국국가대표 vs 호주국가대표'간의 한판 승부였다.
결국 한국 골프의 차세대 에이스인 아마추어 국가대표 김경태가 마지막 18번홀에서 3m짜리 파 퍼팅을 성공시키며 역전승으로 프로무대 시즌 2승을 확정, 그린의 왕을 상징하는 '녹색 우승반지'의 주인공이 됐다.
국내 남자프로골프 사상 아마추어가 프로대회에서 시즌 2승을 차지한 것도 처음이고, 김경태에 이어 호주국가대표 이원준이 2위에 올라 1, 2위를 모두 아마추어가 석권한 것도 처음 있는 진기록이다.
김경태는 10일 경기도 가평 가평베네스트GC(파72·6966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4언더파(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3개)를 쳐 합계 14언더파로 이원준(13언더파)을 1타차로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전날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3위에 랭크됐던 김경태는 이로써 지난 5월 포카리에너젠오픈 우승에 이어 정규투어에서 2승을 거뒀다. 이달 초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최다 타수차 우승 신기록(15타차)을 작성한 김경태는 앞서 7월 일본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2연패, 한·일 아마추어 내셔널타이틀을 모두 제패한 초특급 대어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일본파의 허석호(33)은 11언더파로 단독 3위에 그쳤으나 '아마추어는 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프로 1위 자격으로 멋쩍게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챙기는 행운을 누렸다.
이날 주인공은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아마추어 최고수인 김경태(175cm·평균 드라이브 샷 280야드)와 호주 최강자로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인 거구의 장타자 이원준(191㎝·평균 드라이브 샷 310야드)의 대결.
파5의 10번홀(556야드)에서 서로 '장군 멍군'을 외치듯 '이글'로 팽팽하게 맞서며 갤러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승부의 추는 이원준이 12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기록, 순식간에 김경태 쪽으로 기울었다. 이후 김경태가 1타차 리드를 지킨 가운데 맞은 마지막 18번홀(파5). 두 선두 모두 3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겨놓았다.
거리가 약간 긴 이원준이 먼저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만약 김경태가 미스한다면 연장전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퍼터를 떠난 볼을 그대로 홀로 떨어졌다.
김경태는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합숙 체력 훈련을 한 것이 우승의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준은 오는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세계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김경태와 다시 한번 맞붙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이 대회에 출전한다.
한편 대회 주최측인 삼성에버랜드는 프로암대회 참가자 및 대회 관계자, 갤러리 등을 대상으로 모금한 2300만원을 가평군 내 사회복지시설 자선기금으로 가평군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