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1. 擊壤詩에 云하되 平生에 不作皺眉事면 世上에 應無切齒人이니라 大名
(격양시 운 평생 부작추미사 세상 응무절치인 대명
을 豈有鐫頑石가 路上行人口勝碑니라
기유전완석 노상행인구승비)
격양시에 이르길 “평생에 눈썹 찡그릴 일을 하지 않으면 세상에 응당 이를 갈 사람이 없을 것이다. 큰 이름을 어찌 (감각 없는)무딘 돌에 새길 것인가. 길가는 사람의 입이 비석(碑石) 보다 나으리라.”고 하였다.
⋇ 皺眉(주름 추. 눈썹 미) : 눈썹을 찌푸림.
⋇ 鐫(새길 전. 쪼다) : 새기다 - 刻骨難忘. 雕(5-25 참조). 銘 -
⋇ 頑石(완고할 완, 무딜 완. 석) : 무딘 돌. 완고한 돌. 감각 없는 돌.
⋇ 口勝碑(구승비) : 사람의 입이 비석보다 나음.
(해설)
無骨好人(무골호인)처럼 모든 것을 초월하여 허허 웃고 아무리 험하고 급한 일을 당하여도 당황하지 않고 느긋하게 즐기며 여유롭게 대처한다면 적은 없을지라도 우습게 여기거나 바보로 여길 소지는 다분하다. 우직하고 믿음직스러우며 까탈 부리지 않고 무덤덤한 아이나 사람에게는 돌부처가 들어앉았다 말하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어려워하고 공경하는데 매사에 칼로 물을 베는 식으로 하면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나 자존심을 침범하는 일이나 재물과 명리 등이 개입되는 일에 대하여서도 욕심 없거나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조금은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정글의 법칙이니 시장의 원리니 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 일등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계화시대에 물에 물 탄 듯 어영부영하다가는 어느 놈이 코 베어가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낙오되고 금방 잊어지는 신세가 되고 만다. 적당한 긴장은 정신건강에도 좋고 일을 시작할 때도 경미한 사고를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한다. 매사에 임할 때 아무런 준비나 섣부른 예측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이완된 긴장을 조금은 되돌려 놓을 필요가 있다.
자기 얼굴에 금칠한다. 스스로 위신을 세우고 남들이 그를 따라준다면 다행이지만 자신이 행한 결과물이 그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이 되거나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남에게 내세우기를 좋아하고 조그만 공과를 침소봉대하여 떠벌리거나 남이 하는 것을 옆에서 조금 도움주고는 모두 자신이 한 것처럼 가로채는 것들은 하지 못함 보다 더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갈 걸 떠벌리고 광고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악수를 범하는 일임을 잠시 망각하거나 태생적으로 그것을 즐기는 성격을 타고났다면 좀 더 신중하고 냉철하게 사태를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사돈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성정을 지녔는데 자기 잘났다 떠벌리는 모양새를 환영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봄이 타당한데, 간혹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여 동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속은 어떠할지 훤하게 보이지 않은가?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듯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입소문을 타고 퍼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개의 경우 당사자만 모르지 주변에 모든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공개된 비밀이란 속성이 “너만 알고 있어”로 시작된다. 듣고서 또 다른 사람에게 똑 같이 너만 알고 남한테는 절대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받고 말하지만 그 또한 똑 같은 행위를 반복하니 순식간에 퍼져나가게 된다. 옛 성현이나 성인들이 다스리는 나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입소문의 힘 때문이다. 소리 없이 강하고, 소리 없이 멀리 퍼져 나가며, 돈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알려준다. 살아생전에 평가되는 것보다 사후에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史官(사관)을 임금들도 두려워한 이유이며 주위에 어떠한 영향도 배제하고 오직 사실만을 기록하는 정신이 투철하였기 때문이다.
생선 비린내를 감추려 아무리 포장해도 감추기 힘들고, 향기로운 향은 감추려 해도 멀리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사람의 인격이나 의로운 행위는 향기로운 향과 같아 멀리멀리 전달되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따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늘 경계선에 서있는 처절한 심정으로 신중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진정 올바르고 의롭고 남을 위한 길인가를 판단하여 후회 없는 행보를 하여야 한다.
자원입니다.
皺(주름 추)는 芻(꼴 추)와 皮(가죽 피)의 합자. 芻는 勹勹(쌀 포)와 艸(풀 초)가 합한 자로 풀을 싸안고 가는 모양. 皮는 털가죽으로 한 곳으로 쏠리다. 따라서 주름이 지다.
癡呆(치매)
南道(남도)에 “망령타령”이란 민요가 있다. 늙어가면서 심해지는 할매의 망령드는 과정을 해학적으로 읊은 것이다. “우리 할매 쉰 고개, 하신 얘기 또 하시고/ 우리 할매 예순 고개, 손자 이름 바꿔 부른다./ 우리 할매 일흔 고개, 내일이 어제가 되고/ 우리 할매 여든 고개, 단지뚜껑 솥뚜껑 된다.”
망령 또는 노망이라 말하는 치매증은 건망증으로부터 시작된다. 부천 댁을 과천 댁이라 부른다던지 둘째 손자 놈을 셋째 손자 놈 이름으로 부른다든지 하는 것이 초보증상이다. 치매가 심해지면 과거와 미래의 시간과 공간이 혼동되어 내일이 어제가 된다. 보다 심해지면 솥뚜껑인지 단지뚜껑인지 具象(구상)의 가치전도현상이 일어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직업으로부터도 소외당하며 재산-성욕-지위-미래-희망으로부터 차례차례 소외당해 허허벌판에서 벌거벗긴 채 고독이란 외나무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상태. 그 고독이 치매를 유발시키는 가장 큰 요인임은 상식화 돼있다.
나치스의 강제수용소에서 독일이 패망하여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이 살아졌을 때 그 순간에 집단치매증이 발생하고 있으며, 꼭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가족 중의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문을 들은 직후에 치매증이 발작한 사례들이 정신의학자 프랭클에 의해 채집 보고되고 있다.
톨스토이는 만년에 가출을 일삼았는데 아내 소피아의 구박 때문이 아니라 치매증의 한 증상이라 하여 밖에 나갔다가 길을 못 찾는 망령을 “톨스토이 치매”라 함도 그 때문이다.
치매노인을 둔 문화적 대응도 다양하다. 여진족이나 피지 족처럼 부모가 망령이 들기 시작하면 보쌈을 하여 화살을 쏘거나 생매장하는 것을 효도로 생각하는 흐름이 있고, 아프리카의 반투족처럼 노인이 치매가 생기면 半神半人(반신반인)으로 여기고 신명을 중개하는 司祭(사제)로서 우러러 모시는 흐름도 있다. 우리나라는 高麗葬(고려장)처럼 시한적 생을 부여한 매장방식도 치매처리의 한 흐름이었다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노인을 고독에서 구제하는 이상적인 가족제도가 한국의 전통제도라고 갈파한 것은 마거릿 미드이다. 그 이상이 핵가족제도의 급진전으로 와해되고 치매문제는 무방비공포로 예비노인들을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화제가 되고 있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치매가 그래서 타산지석이다.(이규태 코너 1994년)
絶命詞(절명사) - 金淨(김정) -
投絶國兮作孤魂(투절국혜작고혼) 외딴 섬에 던져져 고혼이 도는구나,
遺慈母兮隔天倫(유자모혜격천륜) 어머니를 두고 가니 천륜이 막혔네.
遺斯世兮殞余命(유사세혜운여명) 이 세상을 버리고 내 목숨 떨어지니
乘雲氣兮歷帝閽(승운기혜역제혼) 구름을 타고 천제의 성문을 지나며
從屈原兮高逍遙(종굴원혜고소요) 굴원을 따라 고상하게 소요나 하리
長夜冥兮何時朝(장야명혜하시조) 긴 밤 어두우니 어느 때 아침이 될까?
炯丹哀兮埋草萊(형단애혜매초래) 빛나던 붉은 마음 풀밭에 묻히었고
堂堂壯志兮中道摧(당당장지혜중도최) 당당한 장한 뜻 중도에 꺾이었네.
嗚呼千秋萬歲兮應我哀(오호천추만세혜응아애) 아아 천년만년 내 슬픔 알아 줄 이 있으리.
⋇ 殞(죽을 운), 閽(문지기 혼), 萊(명아주 래), 摧(꺾을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