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오름기행〕
생태계의 보물창고, 안돌오름 안돌오름 도토리, 누가 와서 먹나
김강임 시민기자 <제주의 소리> 2006년 11월 18일
▲ 안돌오름 중턱에서 도토리가 다람쥐를 기다립니다 ⓒ 김강임
거슨새미오름 정상에서 본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마치 형제처럼 누워있었다. 누가 형인지 아우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표고가 높은 안돌오름(368.1m)을 밧돌오름(352.8m)의 형이라 불렀다.
▲ 안돌오름 정상까지 소들이 풀을 뜯고 있어요 ⓒ 김강임
목장을 가로질러 안돌오름 중턱에 이르자, 소들이 오름 능선으로 나들이를 간다. 안돌오름은 마소의 놀이터였다. 누렁이들이 줄을 지어 오름 정상까지 올라가 있다. 흘러가는 뭉게구름을 잡아보려는 것일까?
표고 368m로 향하는 등산로를 걷는 건 마치 계단을 오르는 것 같았다. 이는 지형학적으로 토양이 느린 속도로 아래로 움직이면서 토양포행 현상(soil creep,암반층에 연약지층이 형성된 경우 표토는 단단하지만 연약지층은 암반 경사에 따라 이동하는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안돌오름은 온통 풀밭이지만 마치 계단을 밟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오름 중턱에 심심하게 서 있는 도토리나무에서 '툭' 도토리가 떨어진다. 화들짝 놀랐다. 도토리를 줍는 내 모습을 보고, 뒤따르던 친구는 동물의 먹이로 남겨 두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도토리 몇 알을 탐낸 내 의식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 오름에서 자라는 버섯 ⓒ 김강임
▲ 牛糞 주변에서 야생화가 영양분을 흡수합니다 ⓒ 김강임
오름길에서 만나는 생태계는 늘 내게 존재의 이유를 느끼게 한다. 마소의 분비물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야생화, 죽은 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이 싹트는 버섯, 키 큰 나무 아래 토양과 습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키 작은 나무들. 이처럼 오름 속 생물들은 각양각색으로 살아가지만 그곳 생태계엔 질서가 있다.
▲ 말굽형 분화구에 자연림이 무성하다 ⓒ 김강임
생태계의 보물창고
안돌오름 분화구는 바라보는 곳마다 그 모양새가 다르다. 거슨새미오름에서 본 안돌오름 분화구는 원형분화구였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서 보면 안돌오름은 북쪽으로 향한 말굽형분화구다. 특히 분화구는 계곡처럼 패어 있어 협곡을 이뤘다. 위엄 있는 자태가 '밧돌오름의 형'처럼 의젓하다고나 할까.
▲ 협곡에는 동굴이 숨어 있다 ⓒ 김강임
그 분화구 안에서 떼죽나무, 쥐똥나무, 예덕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뤘다. 더욱이 이 협곡단면에는, 정확히 밝혀 지지는 않았지만 진지동굴 4개가 숨어 있다. 제주의 오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굴이다. 진지동굴 주변에선 온갖 습지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 밧돌오름에서 본 안돌오름, 삼나무 숲 아래 돌담이 숨어 있다 ⓒ 김강임
삼나무 숲에 가려진 돌담
안돌오름과 밧돌오름 경계선엔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삼나무가 일렬로 심어져 있다. 삼나무 아래에는 조선시대에 쌓았다는 돌담이 남아 있다. 하지만 삼나무 숲에 가려 구분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돌담은 조선시대 국영목장을 경영키 위한 경계선으로 사용한 하잣성의 흔적이다. 이렇듯 제주 오름은 나무 하나에도 의미가 있고 돌담도 당시의 생활상을 재조명한다.
▲ 능선에서 강아지풀이 가을을 연출한다 ⓒ 김강임
▲ 정상에서 본 가을 들녘 ⓒ 김강임
능선에선 강아지풀이 가을을 연출했다. 중턱에 피어나는 야생화, 능선에 우거진 잡초, 분화구 속에 서식하는 나무들. 분별없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지만 각자 알맞은 토양과 습도에서 서식한다.
표고가 높을수록 오르막길 뿐 아니라 내리막길도 험하다. 안돌오름에서 밧돌오름으로 향하는 내리막길 역시 경사가 심했다. 그러나 밧돌오름으로 가는 언덕에는 가을꽃들이 지천을 이뤘다.
▲ 안돌오름 중턱엔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 김강임
거친 땅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는 쑥부쟁이, 다람쥐를 기다리는 도토리는 안돌오름의 가을지킴이였다.
안돌오름
안돌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68-2번지에 있다. 표고 368.1m, 비고 93m, 둘레 2093m이며 말굽형분화구가 있다.
정상부에 돌이 많아 돌오름이라 불리며, 옆에 있는 밧돌오름과 쌍둥이오름 모양이다. 협곡을 이룬 분화구에 동굴이 있다.
☞ 안돌오름 가는 길~ 제주시-동부관광도로(번영로)- 대천동사거리(2.3km)- 송당 목장- 왼쪽 900m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20분 정도 걸리며, 화구를 따라 걷는 데도 20분 정도 걸린다.
자파리님 블로그에서 가져온 안돌오름...
○ 內石岳(내석악) 북서쪽 봉우리가 정상이고, 남동쪽 봉우리와의 사이에 동쪽으로 골이 패여 있는 형태로 말굽형 화구를 이룬다. 화구 안사면의 골이 패인 곳에서만 유일하게 나무가 우거져 자연림의 숲을 이루고, 그 외 사면은 매끈한 풀밭으로 되어 있다. 는 돌무더기가 거의 없다. 특이한 것은 송당 마을 쪽에서 볼 때 가까운 오름이 '밧돌오름'이고 먼 오름이 '안돌오름'이라 는 것이다. 한라산 쪽에 있는 것을 '안' 쪽에 있는 것, 반대쪽에 있는 것이 '바깥'에 있는 것으로 인식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제주도 오름과 마을 이름" 오창명>
|
첫댓글 평화롭고 아름답구나,,,
오름을 쭈욱 올라봤으면 좋으련만...
마음만 그렇고 잘 안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