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 뒤 무대 위 손과 발 머리가 하나씩 나타난다. 손과 발은 무대를 자유자재로 유영한다. 십년 전 비보잉으로 세계를 평정했다던 마리오네트 영상이었다. 한동안 드라마 한류와 함께 비보잉 강국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이 대한민국 앞에 따라다녔다. 붉은 악마로 뜨거웠던 2002년은 IMF를 막 졸업하고 망가진 자존심을 태극기로 회복시키고 있었다. 문화강국이라는 타이틀로 진짜 문화가 수혜를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관심 속에 비보잉 붐이 일어났다. 발레리나가 비보이를 사랑하고 들러리로 소비됐던 비보잉이 무대 위 장르로 오롯하게 자리를 굳혔다. 그 중심에 인터랙션의 <마리오네트>가 있다.
나이키, 윈드밀 익히 들어본 비보잉이 이게 다라면 <마리오네트>의 총천연색 공연에 압도될 것이다. 바닥에 머리를 묻고 현란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이 비보잉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보이 뮤지컬 <마리오네트>는 의미 없는 몸짓과 손짓에 드라마를 입혔다. 소박한 인형극에서 시작해 스스로 비보이 뮤지컬이라는 하위 장르를 명명한 것. 무대는 1막 인형극장, 2막 인형과 소녀, 마법사 그리고 마지막 공연까지 총 3막으로 구성된다. 뚜렷한 드라마로 기승전결을 직조한 것이다. 심장을 가진 인형과 이들을 보살피는 인형사가 페이소스를 담당하고 인형과 소녀와의 로맨스가 감성을 터뜨린다.
<마리오네트>는 인간의 몸에 집중하는 무대예술이다. 손과 발, 다리로 펼칠 수 있는 모든 퍼포먼스를 전시한다. 쭉 뻗은 팔과 다리로 희노애락을 표현하고 때로는 거미로 판타지를 직조한다. 특히 암전 속에서 트럭이 트랜스포머로 변신하고 이티의 자전거를 운행하는 장면은 놀랍다. 마임, 춤, 아크로바틱, 비보잉, 야광 마스크, 빛과 여둠을 이용한 그림자연극에 이어 블록버스터까지, 감각이 심심할 겨를이 없다. 한 마디로 논버벌 퍼포먼스의 시작과 끝을 집대성한다는 말이다. 솔직한 몸의 수사는 이렇게 인형극이라는 드라마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마리오네트>는 영화적인 레퍼런스가 많이 떠오르는 작품이기도 하다. 직접 영화 속 장면이 시연되기도 하지만, 심장을 가진 인형에게서는 영화 <AI>와 <공각기동대>가 오버랩되기도 한다. 제작자이자 연출자인 이우성이 직접 영화와 애니메이션에게서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선을 빼앗는 무대와 마음을 빼앗는 드라마. 비보잉 붐이 거품이라는 우려를 불식할 만하다. 한 편의 꿈을 꾼 듯 황홀한 환상극이다._월간 씬플레이빌 5월호
뮤지컬 <마리오네트>
공연기간: Open Run
공연시간: 화-일 20:00 (첫째 셋째 화요일 공연 없음)
공연장소: 63아트홀 마리오네트 전용관
연출/안무: 이우성
출 연: 익스프레션
제 작: 익스프레션(Expression)
티 켓: 전석 4만원
문 의: 02-789-5663
INFORMATION
길거리 문화가 무대 위에 둥지를 틀고 비로소 뮤지컬 장르에 안착했다. 공연 팀 익스프레션(Expression)은 2002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 비보이 월드컵에서 아시아 최초로 우승을 거두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비보잉 공연에 드라마를 입히면서 2006년 논버벌 뮤지컬 <마리오네트>로 재탄생했다. 순식간에 틀을 바꾸는 무대 위 음악과 퍼포먼스가 <마리오네트>의 관전 포인트. 이미 인정받은 스펙타클에 접목시킨 이야기는 2006년 동화 <마리오네트>로 출간되기도 했다. <마리오네트>는 현재 비보잉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전용관에 둥지를 틀고 꾸준한 관객 몰이 중이다. 비보잉 붐의 거품인지 새로운 장르의 탄생인지는 직접 보고 판단하시길.
첫댓글 정말로 간결한 문구와 전문가다운 식견....훌륭한 글이기에옮겨 왔습니다...그런데 우리 회원님들은 블로그 못하는듯 ㅜ...ㅋㅋ
글을 정말 잘 쓰셨네요. 글 쓰신 분이 사회적 흐름과 비보이문화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인 것 같네요.....
마리오네트 보고서 이 공연을 모르는 사람(혹은 알지만 못본 사람)이 은근히 있다는 걸 알고 '이 좋은 공연을 모르다니'라는 안타까운 마음에 '어떻게 홍보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저도 블로그 생각해보긴 했지만 역시 저렇게 전문가다운 글이 아니고서야 홍보가 힘들거란 생각이 들어서요;;; 덕분에 자극받긴 합니다만, 전 좀 더 고민해볼게요^^;;;
블로그 잘 읽고 갑니다^^
조은 생각에요^^ 조용하고 안락한 메리어트호텔에서 머리를 식히며 연구해보시와요 ㅋㅋㅋ방값이 최고로 비싸서..잠자면 손해니까..연구에 도움되시라고..마리오네트에 관련된 잡지..신문등 세박스정도 앵겨드릴테니까...ㅋㅋ
진짜 주시는 겁니까?
메리어트호텔 숙박끝나고 나오실땐..반환하셔야죠 ㅋㅋㅋ.....라고 할줄 알았죠? 일부 드릴수 있는건 드릴께요^^
지노님사진도 쫌 어떻게 안될까요??ㅠㅁㅠ굽신굽신 ㅠㅁㅠ
ㅎㅎㅎㅎㅎ감사합니당ㅎㅎㅎㅎㅎ연구....까진 아니더라도 고민 많이 할게요 ㅎㅎㅎㅎㅎㅎㅎ그리고 이런 블로그보면 역시 마리오네트구나 싶어요 ㅎㅎㅎㅎㅎㅎ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나나ㅋㅋㅋㅋㅋㅋ 어쩔 것이여 그 사랑 ㅎㅎㅎㅎㅎ
씬플레이빌 5월호 블로그인가용~??ㅋㅋㅋㅋㅋㅋ
우왕 잡지에 기사나왔군용//ㅁ//ㅋㅋ 역시 마리오네트 멋져용~//ㅁ//ㅋㅋㅋㅋㅋㅋ
정말 잘쓰신거같아요~더많은분들이 보고 감동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친구들 중에는 뮤지컬 관람하다가 인형사와 인형에 감동을 머금고 눈물을 고아낸 친구도 있답니다~~
우와우와~~~ 정말 전문가분이 쓰신것같이 너무 후기글이 멋있으셔요~~!!!!!!!
진짜....너무 멋져요 ㅠㅠ 항상 감동받는 부분이에요 ㅠㅠ
우와! 후기글을 이렇게 깔끔하지만 임펙트 있게 쓸수있다니!! 얼른 배워야겠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