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물결 끝없이 밀려드는 대관령.
그곳은 고달픈 삶 뉘이는 포구였다.
사진. 퇴촌지기.기산들.글 기산들 /2005. 7. 29.-31. 강릉지척 대관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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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을 것 같은 장마비도 꼬리가 있는지 끝이났다.
필자는 갑자기 또 병이 도지기 시작한다. 한동안 뜸하던 가슴 한 복판에 작은 시냇물이 흘러가 어디론가 떠나야하는 충동에 몸이 부르르 떨리니 이게 역마살인가?
수년전 대관령에서 바라본 동해 밤바다의 풍광은 내 유년시절 밤마다 가보고 싶은 가설극장의 불빛만큼이나 가슴 설레게 했던 기억이 난다.
눈을 감는다. 그래 그곳엔 지금쯤 진 초록의 물결이 끝없이 능선으로 겹겹이 포개어져 오르겠지 가자. 탐스럽게 솟아오르는 그리움마냥 몸 던지면 푸른물이 금방이라도 들것 같은 그곳에 익사 직전까지 한번 빠져 보는거야
목민관인 도청아우와 10여년전 목민관을 접고 전직한 김해아우.
고향이 같고 유년시절 다니던 소학교가 같아 모두의 가슴에 진한 흔적들을 남기며 살아 왔으니 이 보다 더 귀한 인연이 또 어디 있겠는가?
2005. 7. 29. 밤10시 필자는 대관령을 가기위해 북창원으로 간다. 길위에 드러누운 안개는 끼있는 산객 흥을 돋우려는지 가로등 마져 안고 돌아 불빛은 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다.반대편엔 지리산이 아니면 서해바다 혹은 남해로 가는지 무한질주 하는 차량들의 불빛이 일제히 띠를 만들며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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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초원 시작에 불과하고.....
늦은밤 필자의 차는 북창원 나들목옆 어느 인심좋은 식당주인의 배려로 마당 한 귀퉁이에 세워두고 퇴촌지기 아우님의 차에 오르니 23시 밤새 달려갈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관령 푸른 초원을 그리며 눈을 감는다.
안동 휴게소에서 가촌 아우가 운전 교대를 하고 낮익은 도로와 터널을 지나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소사 휴게소에 내리니 새벽 한기가 소름을 돌게한다. 온 몸에 반쯤만 옷걸친 서울 딸아이들이 연신 몸을 움츠리며 춥다를 연발하는 진풍경을 남쪽 열대야로 잠못드는 사람들은 알까?
대관령 그곳엔 여름은 없다.
30일 04:10. 대형 관광안내판이 서있는 준공기념탑에 내리니 몸을 가누기가 힘들 만큼의 강풍과 쟈켓을 입어야 할 정도의 한기가 엄습해 남쪽에서 온 산객들을 어리둥절 하게 한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산행들머리를 찾을수가 없어 날이 밝아지기를 기다리며 차안에서 눈을 감으니 수년전 강릉으로 넘어가면서 본 동해바다의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이 눈앞에 그림되어 아른거린다.
점차 날은 밝아오고 선자령으로 가는 입구를 찾지못한 필자는 결국 강릉지부에 계시는 그분의 새벽 단잠을 깨뜨리고 말았다.
우리 일행은 산행들머리 반대편에 서 있었던 것 이다. 간단한 아침 요기를 끝낼 무렵 그 분이 오셨고 중계탑 밑 까지 일행을 차로 아동시킨후 맞은편 봉우리까지 안내해 주면서 이 능선길 따라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진고개에 닿는단다.
선자령의 넉넉한 초원을 닮으신 그 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강한 바람과 한기가 있는 대관령은 분명 여름이 없다.
그 분과 헤어져 길을 재촉한다. 무릎에 차이는 아침이슬이 정신을 맑게하고 동자꽃 마타리 대관령터리 개당귀꽃의 전송을 받으며 우리네 내면 깊숙한곳에 때묻은 마음들 씻어볼 요량으로 푸름과 진초록이 일렁거리는 물결 속으로 차츰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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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분으로 부터 선자령 진고개까지 산행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퇴촌아우는 푸른초원의 아름다움에 베낭무게도 잊었을까?
진초록 바다. 여긴 고단한 삶 쉬게하는 대관령 포구다
대관령 8월의 능선은 검푸르게 변해간다.
가슴까지 초록빛 물들이는 초원은 강한 바람에 드러눕다가 이내 물결이 되어 우리를 덥쳐오고 그윽한 풀향이 산을 넘는다. 불현듯 인간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유한한 시공(時空)을 맴돌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존재라면 자연이란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에 세상천지에 자연에게 당할자 그 누가 있을까 ? 세삼 자연앞에 작아지는 우리들의 모습이 푸른 초원에 더욱 작아짐을 느끼며 자신들을 잠시 뒤 돌아 볼 수 있는 생각하는 산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강한 햇빛 강한 바람이 불어 올수록 대관령의 초록은 더 진한 색깔로 변하여 간다.
소나기 내린후 곱디고운 무지개의 아름다움이 여기 대관령의 초원과 비교를 할까?
삼복의 대관령은 그리운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지고 정이 깊어가는 푸른 추억의 장(場)이된다. 푸른소리 아우성치며 달려오는 저 푸른 소리가 오늘 먼 능선길 따라 추억을 만들어 가는 산객을 돌려 세운다.
겹겹으로 포개지는 진초록의 물결은 윤회의 파도가 되어 산객 마음까지 초연하게 하니 홈통에 떨어지는 빗소리마냥 마음의 소리는 더욱 맑아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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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촌아우도 연신 드넓은 초원에 넋이 나간듯...
광활한 초원에 퇴촌지기도 잠시 산(山)컬럼니스트가 되더라.
아!요동치며 달려드는 진초록 물결에 일상도 묻혀간다.
새파란 파도에 조난당한 우리가 뭍으로 떠밀려가 깨어보니 넉넉한 푸른 초원이 펼쳐진 선자령이다. 매서운 설한풍을 맞으며 의연히 산 능선의 나무들은 모두가 한쪽으로만 가지를 펼쳐 놓았다면 강풍의 위력이 얼마인지 짐작이나 하실련지...
장지 문풍지 때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려 여름이라는 계절을 망각하니 이곳이 산속의 바다요 옥류빛 계류가 흐르는 무릉계곡이며 유토피아의 도원이다.
오는 도중에 평화롭게 혼자 풀을 뜯던 노루가 필자의 감탄소리에 놀라 휑하니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본 지가 실로 몇 해 만이며 이렇게 넉넉하게 대자연 그것도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안겨 우족으로 산길 간지가 또 얼마만인가? 이름모를 야생화에 취하고 세속에 찌든 마음들 푸른능선 곳곳에 걸며 도착한 선자령은 오랜시간 항해길 지쳐 잠시 정박하는 항구처럼 포근하다. 이렇듯 푸른능선이 사람의 마음을 흥분되게 하는데 엄동설한 이 평원에 하얀눈이 소복히 쌓이면 그 장관 또한 굉장하겠다. 그래도 여름산은 뭐라해도 짙은숲과 진초록의 초원이 제일 아닐까? 이곳은 계곡도 계류도 필요없는 땀한방울 나지않는 해변보다 더 시원한 피서 산행지로 최적이다. 선자령에서 곤신봉으로 가는 푸른능선을 가로 질러가는 구불구불한 도로에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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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길 멈추고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초원 길. 눈을 감아도 모두가 푸른 세상으로 보인다. 가없는 초원 능선길에 메인 화면을 각자 만들고 돌아나가니 "태극기 휘날리며"의 팻말이 보인다.여기 넓은 설원에서 전투신을 촬영한것일까? 여긴 정말 뉴질랜드 같은 푸른 초원이 지천이다.얼마나 평화롭고 넉넉하고 그리고 가슴 따뜻한 산행길인가? 초원에 백설이 깔리어 있는것도 일품이겠지만 지금의 풍광은 넉넉하다 못해 행복한것 아닌가? 지나가는 차를 붙잡고 진고개로 가는길을 퇴촌지기가 묻는다. 동승한 부인은 입을 벌리며 "정말 그기까지 가는게 맞느냐는 눈치다" 아!이 길이 멀기는 먼 길인가보다. 사람들을 보내고 언덕배기에 올라서니 동해바다 전망대.케이블카 1대를 개조한 매점이 인상적이며 성업중이다. 안으로 들어가 처음으로 메밀전 하나에 메밀 탁배기를 시켜 한잔씩 마시고 한병은 사서 퇴촌지기 아우 베낭에 담았다. 다시 강풍 맞으며 매봉을 향해간다. 멀리 삼양축산의 푸른초지와 황병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발아래 새로난 길로 한패의 산악용 지프군단이 굉음을 내며 멈춰서더니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이어 초원지대를 내려서니 연인으로 보이는 두사람이 차에서 내려 여자를 초원에다 세우더니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라며 연신 셔트를 누른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고 푸르디 푸른 시절들이다.닫혀진 마음의 문도 아마 여기 이 초원에 서면 모두가 활짝 열려 아름다운 분홍빛 사랑을 주저리 맺어놓고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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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을 조금 지나서 잘 생긴 소나무 그늘이 평화로운 초원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오침에 빠져 있을때 백두대간길 가는 무리진 산꾼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허 이 양반들 태평이네"라고 생각 했을터 그래 우린 웰빙 우족 산행을 하는거지 다시 일어나 길을 재촉한다. 수시간을 푸른것만 보고 온 탓에 잠을 한숨도 못자도 눈동자가 충혈이 되지 않는걸 보니 푸른색이 눈에 좋기는 좋은가 보다. 영화나 드라마속에 나오는 그림같은 초원이 다시 이어진다. 퇴촌지기 아우는 이런 진풍경을 담느라고 정신이 없다. 여름이 아니면 도저히 느낄수 없는 진초록의 세상.뜨거운 열정과 즐거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의 바람은 밉지않다.얼굴을 때리는 속도가 빠름에도 부드러울뿐 아니라 산밑에서 부는 바람처럼 시시때때로 변덕스럽게 방향을 바꾸는것이 아니라 똑같은 방향으로 파도처럼 밀려 오는것이다. 아직 만나지 못한 그리움처럼...다시 그 분에게서 문자가 왔다. 현 위치를 전하자 노인봉 산장으로 가지말고 소황병산 밑에서 좌회전하면 안개자니가 나오고 거리개자니 지나 병내리로 내려서면 민박촌이 있어니 그곳에서 숙박을 하고 내일 새벽 노인봉을 거쳐 청학동 소금강 계곡을 내려서란다. 여기도 산돼지가 지나간 자리는 초토화다. 난장판으로 파헤쳐진 자리에 으잉 이게 뭐야 산삼아닌가?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필자는 강릉분에게 "산삼"에 대해서 좀 아느냐고 물었더니 잎이 5개고(맞네 잎5개)잎은 오가피잎과(이것도 맞네)비슷하다며 가지고 내려 와 보라고 한다. 다시 소황병산밑 초원에서 휴식할때 퇴촌지기는 산삼을 혼자 먹을려는 시늉을해 한바탕 웃었다. 아뿔사 산삼의 흥분과 오솔길 같은 산길에 취해 퇴촌지기 아우가 병내리로 가는길이 저곳이 아니냐는 소리도 망각한체 계속 전진해오다 비를 만났다. 이미 우리는 비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라 카메라와 휴대폰만 비닐봉지에 싸고 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큰 바위옆에 도착하자 통화가 된다. 현 위치를 이야기하자 이미 그대들은 병내리를 훨씬 지났고 맞은편의 산장이 노인봉 산장이라며 그곳에서 유할것을 권하지만 우리는 아픈다리를 질질끌며 가다 쉬다를 반복한후 비맞은 생쥐꼴이 되어 진고개에 닿았다. 너른 휴게소 마당을 지나 벤치에 앉아 몸을 추스리고 있을때 초로(初老)의 아무개씨가 다가와 친절하게 대하므로 평소 사람 믿기로 이력이 있는 필자는 권하는 민박집을 따라갔다. 허!이 양반 방금전까지 차 안에서도 내일 새벽6시에 진고개까지 무임으로 우릴 실어다 준다고 하더니 내일 새벽에 갈려면 금 20,000원을 달란다. 가족없이 자신의 나이처럼 명(命)다해가는 자동차와 음식점과 민박집을 전전하며 숙박할 사람들 연결해 주고 식주(食住)해결하는 측은함이야 이해하지만 민박집 그것도 먼 거리에 사람을 실어다 놓고는 억지를 부리는 추태가 정말 보기 싫었다. 어!형님. 산삼을 놓고 와 버렸네요. 아이구 다리가 아파 다시 올라 갈수도 없고 아깝지만 내려가다가 "홍삼"이나 한뿌리씩 사먹자. 민박집앞 식당 닭도리탕에 소주 반병을 셋이서 나눠먹고 (각1잔)잠자리에 들었지만 평창군 진부면의 별만 밤새도록 떨어진다. 낮에 13시간 정도를 걸었는데도 말이다. 내일 청학동 소금강 계곡에서 만납시다. / 산을 가는 사람 기산들 gisandul@hanmail.net 가는길
구마고속-중앙고속-원주 강릉방면 영동고속-횡계나들목-구. 대관령 아래 휴게소(바람개비 밑)양떼목장길 따라 국사서낭당쪽-KT중계탑. 힘드시면 선자령까지 갔다가 되돌아와도 푸른초원은 엄청 볼수 있습니다. 물론 날씨 좋으면 동해전망대서 바다 볼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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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이 다 푸른물이 들었겠군요. 즐감하고 감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네요
난생 처음본 광활한 푸른초원,여름에 추위와 강풍이 함께하는 곳.대한민국 맞나 ㅎㅎㅎ 눈 덮인 그곳을 한번 더 가고 싶군요. 그리고 계속 좋은곳 리더 해 주십시요.
형님 보고서 만든다고 고생 하셨슴다. 지금도 그 광경들이 어련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답니다. 암튼 좋은 산길 함께 해주셔서 감사함다
땡볕에 암튼 우리회장님 존경스럽네요 저 푸른 초원위에 앞으로의 힘찬 발돋움을 위하여 회장님 화이팅
우리들 눈도 푸른물이 드는것 같네요.먼길 수고 하셨습니다.
수고하셨읍니다.
어른신 남의 보리밭에서 뭘 하십니꺼!? 퍼득 나오소~예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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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푸른초원 평화롭네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지금 선자령에는 야생화가 한창입니다. 아직 대관령의 푸른초원을 못보신분 한번쯤 다녀가세요. 초원에서 야영하면 더 기분이 상쾌해요. 강릉 김명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