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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상, 강대국인 러시아와 척을 지고서는 안전하게 살 수 없다. 동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 끼어 있는 우크라이나 역시 외교에서 자국 중심성을 잘 챙겨야 한다. 다른 나라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등거리 외교에 힘을 쏟고, 간교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복잡한 상황에 대비해서 처신을 잘해야 한다. 다음번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단순하게 친러나 친유럽으로 쏠리지 않고 머리를 복잡하게 굴리는 사람이어야 할 거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같은 국가가 어떤 외교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학습 기회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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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란 그런 거다. 골목대장들의 세계가 커지면 국가인데, 국민에게 행사하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명분들을 만들어 내는 국가권력자가 바로 정치인이다. 조폭의 세계는 좀 더 노골적이고, 국제사회는 말을 번드르르하게 하지만 원리는 똑같다. 국내 정치에서는 독재 권력이 폭력적으로 나오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처럼 들고 일어나기라도 하지만, 국제정치에서는 다른 나라끼리 손을 잡고 큰 나라한테 대드는 경우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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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장치는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정치에도 있다. 미합중국 인도-태평양사령부, 나토도 사실은 모두 폭력 장치다. 한미연합훈련은 무력시위를 하는 거다. 국제정치에서는 세금은 안 걷는 것 같지만 큰 나라가 작은 나라들에게 무기를 팔아먹는다. 주둔군 비용을 내라고 하고, 관세도 있다. 그런 갖가지 핑계로 돈을 거둬들인다. 세금과 별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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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에서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작은 나라는 권력 또는 권력 장치가 확실하게 센 나라가 힘을 부리면 결국 굴복하고 끌려갈 수밖에 없다. 모든 나라가 주권국가라고 하는데, 국제정치 세계에는 분명히 높고 낮음이 있고 그리고 최상위의 국가가 있다.
우리는 현재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받아들여 그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중심은 늘 움직였다. 앞으로 우리 외교가 지향해야 할 바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어떤 국제질서 속에서 살았는지 과거와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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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중화부흥을 향해 나아가고 있듯이 일본은 대화부흥을 꿈꾸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은 스스로를 높일 때 和 자를 쓴다. 지금 일본이 미국의 중국 경제 견제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속마음에는 그런 비수가 숨겨져 있다. 笑裏藏刀. 공손한 태도로 웃고 있는 것 같지만 가슴 속에는 비수를 품고 있는 것이 일본이라고 봐야 한국 외교가 뒤통수를 맞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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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중국과 매우 가깝게 자리 잡고 있으면서, 또 중국 한자를 1,500년 이상 쓰면서도 고유한 말과 글자를 사용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건 흔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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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보다 상위개념이 자주국방이다. 동맹은 안보의 첫 번째 방법이 아니라 두 번째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행을 안보의 전부인 것처럼, 동맹 그 자체가 국방의 목표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품을 벗어나면 위험해. 빨갱이들이 그걸 노리고 있어.' 이건 대미 굴종을 정당화하려는 명분, 핑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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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이 더 이상 크지 못하게 막고, 2차대전 이후 동아시아에서 행사해 온 헤게모니를 계속 유지해야겠는데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 무력으로 싸울 수는 없으니 중국 압박을 정당화하는 명분을 자꾸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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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나라라는 착각과 환상 속에 빠지지 않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미국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세상을 쥐락펴락 하는 나라가 제정신 똑바로 차리고 계속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기혁신을 해나가면 역사의 주역이 안 바뀌지 않겠나. 영원 할 줄 알았던 로마제국도 정신을 못 차려 멸망했고, 천년 이상 아시아에서 천하를 호령했던 중국도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에 영국한테 망신당했고, 20세기에 제국을 이룬 소련도 끝까지 갈 줄 알았는데 판단 착오로 결국 미국한테 손 들었다. 미국도 그러지 말라는 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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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같은 강대국은 상황에 따라 태도나 말을 이리저리 바꾸고 약속을 깨고 때로는 거짓말까지도 외교 전략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일관성을 요구하는데 그럴 때 억지를 부릴 수 없다. 우리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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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걸 보면서 자주외교의 적은 밖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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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보고를 하니까 "국회의원 때 뉴스로만 보니까 남북장관회담을 잘 끌고 가는 것 같습디다. 워낙 회담에 겸험이 많으시니까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보태고 뺄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러더니 "나는 대북 지원이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대부분 인도주의나 동포애 때문에 쌀 등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무슨 이유 때문인지 궁금해서 "아니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면 뭡니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더니 "나는 그걸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야말로 뜻밖이었다. 도리는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는 거다.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부모로서 도리를 다할 뿐이지 나중에 커서 효도하라는 조건이 없듯이. 또 자식이 부모에게 잘하는 것도 그게 도리이기 때문 아닌가. '도리'는 인도주의나 동포애보다 더 크고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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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에서 판을 깰 수는 없을 때, 우리 입지를 키우고 자국 중심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인 거래를 하는 걸 보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그 전략적 선택을 하며 기분이 나빴기를 바란다. 국가 지도자로서 기분도 안 나쁘다면 자국 중심성이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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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으로 도리를 생각하고, 떨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바보 소리 들어가며 계속 부산에서 출마했던 건 자존심 때문이다. '나 치사하게 계산적으로 하지 않는다. 져도 당당하게 질 거다. 이가 부러지고 코뼈가 깨져도 빌지는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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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99개국에 나가 있지만 주둔한 나라 군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한 곳밖에 없다. 우리나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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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국제정치를 국내 정치의 수단으로 삼다 보면 권력을 가진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가까지 비극을 겪을 수밖에 없다. 조선 말에 친청에서 친일로 갔다가 친노로, 남의 나라 군대까지 끌어들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국내 정치의 왜곡 현상이 마침내 일본에 나라를 뺏기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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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부든 앞으로 북핵 문제를 푸는 해법을 찾으려 할 때는 우선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어느 정부 시기에 몇 번 핵실험을 했는지 그 숫자부터 계산하고, 당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무엇이었는지 분석해 보기를 권한다. 그래야 객관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142p
외교와 국제 협상의 기본은 상호주의다. 일방적 약속은 패전국이나 한다. 북한은 패전국이 아니다. 북미관계도 일방적일 수 없다. 그러므로 '비핵화', '핵실험과 ICM 발사 않기'를 지키게 하려면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미국에 절대 숙이고 들어가지 않을 거다. 약자이기 때문이다. 약자니까 숙이고 들어가면 짓밟힌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그래서 매번 동시 행동, 일대일 상호주의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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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입맛에 맞춰주는 식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이 가능한 방향으로 미국을 끌고 갈 수가 없다. 적어도 '북한도 문제가 있지만 미국도 문제가 있다'라고 줏대 있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얘기를 해야 미국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된다. 동맹이라고 무조건 미국이 옳다며 따라가지만 하면 우리의 대북정책에 자국 중심성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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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때문에 한미동맹 강화하려다가 결국 한미일 삼각동맹의 굴레 속에 빠져 3등 국가가 될 것이다. 친미하다 從日로 빠질 수 있다.
게다가 한미일 삼각동맹은 북한의 위협을 줄이는 데 도움이 안 된다. 한미일이 삼각동맹으로 뭉치지 않으면 북중러도 한 덩어리가 안 된다. 그런데 한일동맹을 맺어 한미일 삼각동맹이 되면 북중러도 한 덩어리가 되고 만다. 그러면 당연히 동북아 지역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그 위험의 최전선에 한반도, 한국과 북한이 있는 거다.
우리는 미국을 쫓아다닐 게 아니라 설득해야 한다. 한국은 당연히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는 목적을 미국이 불리한 약속도 지키도록 하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한국 외교가 가야 할 길이고 대한민국 외교에서 자국 중심성을 확립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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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통일이라는 단어를 버리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통일로 가야 한다고 하지만 앞으로 10여 년이 더 지나면 통일이 아니라 연합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쪽으로 국민들 생각도 바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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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때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향을 모를 대한민국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그래도 이런 분이 우리나라 외교를 조망하고 계시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됩니다.
화무십일홍...이니, 지금 권세가 또 그리 얼마나 유지되겠습니까.
때가 올 것이고, 때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더욱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외교에서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현장을 통해서 보여주는 책이라는 점에서도 필독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외교뿐만일까요.
대부분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관계는 끊임없이 주고 받는 것이 생기고 또 관계에 치러야 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관계는 곧 대가죠.
그런데도 그 비용이 너무 겉으로 드러나면 안 되는 것이 또 관계입니다.
그래서 관계를 모두 어려워하죠.
그런데 마치 비용이 없는 관계인척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용이 없는 듯 하는 것은 사기입니다.
그리고 그 비용을 망각하는 것은 그 관계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위기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
본인만 호구가 되면 그나마 괜찮은데,
리더가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집단이 호구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그런데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권력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소원을 이루기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에 있어서
용기도 지혜도 기준도 모두 없다면, 소원을 이루기는 아주 요원합니다.
북한의 막말이 아주 밉상이다가도 어떤때는 부럽기도 합니다.
저렇게 바로 직언을 국제무대에 던질 수 있다니.
그리고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는 모습에서 엄지도 들어주고 싶기도 합니다.
우리는 한민족이니 우리에게도 그런 자존심이 있고
그래서 이렇게 싸워나왔겠지요.
한 민족으로서 함께 할 날을 여전히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향해서
당당한 걸음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