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7개국 경제활동 인구 30~60세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은퇴라는 단어로부터 무엇을 떠올리느냐"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의 55%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고 한다.
이는 1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한국인들은 그 다음으로 두려움 외로움 지루함이라는 단어를 꼽았다. 대다수의 선진국이 자유 행복 만족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연상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퇴직연금은 이미 중간정산을 받아 집 사는데 썼고, 개인연금은 가입할 생각도 못하는게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젊었을 때 꿈꿨던 윤택한 노후 생활을 즐길 수가 없으니 이같은 응답이 나온다는 것이 은퇴연구가들의 진단이다.
막연하고 불안한 노후생활에 여유라는 기름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주택연금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노후생활자금을 위해 준비된 금융자산은 없고 부동산 자산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엔 부동산을 은퇴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노후대책이 될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비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한국의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은 2014년 말 기준 78%에 달하지만 미국 비금융자산은 32% 수준이다. 부동산은 은퇴 후 생활자금이 필요할 때 쉽게 유동화 시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무리 비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금융자산이나 현금이 부족하다면 당장 적자에 시달리게 돼 실버푸어족이 되는 지름길에 선다. 집을 줄이거나 주택연금 등을 활용해 유동성이 부족한 부동산을 은퇴 후 소득으로 전환 가능하다.
작은 집으로 옮기는 전략을 활용한다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남은 자금을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월지급식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겠지만 집이 축소되면 상실감이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에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다른 방법은 주택연금을 이용해 평생 거주, 평생 지급을 보장받는 것이다.
□ 안전성 높고 비과세 혜택=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평생 동안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금융상품이다.
저금리 지속, 종신거주·종신지급 보장이라는 장점 등으로 주택연금은 2007년 7월에 출시된 이후 7년 반 만에 가입자 수가 2만3000명을 넘어섰다. 2014년 말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주택가격은 2억8000만원 수준이고, 평균 월지급금은 103만원, 평균 연령은 72세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은행에 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은 공사의 보증서에 의해 소유자에게 주택연금을 지급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평생 본인 소유의 주택에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고,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가가 동일한 금액을 그대로 이어서 받는다. 부부 모두가 사망한 경우 주택을 처분해서 정산을 하게 되는데 정산 시점까지 받은 연금액이 집값을 초과해도 상속인에게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류기운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부장은 "주택연금은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동일한 금액을 받을 수 있다"며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의 경우 유족연금으로 40~70% 수준만 지급하는데 반해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더라도 배우자에게 100%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비과세 혜택도 주택연금의 혜택이다. 주택에 저당권 설정 시 등록세가 설정금액의 0.2%, 국민주택권 매입 의무도 1% 면제된다. 또 교육세와 농어촌 특별세가 등록세액의 20% 면제된다. 이 밖에 대출이자 비용은 연간 2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가 가능하며, 재산세도 25% 감면된다.
류동현 NH농협은행 퇴직연금부 팀장은 "은퇴 이후에는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져 금융소득 적립이 어렵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집을 활용한 주택연금으로 부족한 노후자금을 보태야 한다"며 "3억원짜리 주택을 주택금융공사에 맡기면 매월 60만원 이상의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수령방법 등 '입맛대로' 설정 가능= 주택연금은 연금을 받는 기간, 목돈도 함께 받을지 여부, 연금 수령 방식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부부 중 연소자가 70세이면서 시가평가 3억원의 일반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매월 98만6000원을 평생 지급받을 수 있다.
반면 일정기간을 정해놓고 그 기간 동안 주택연금을 받을 경우는 수령액이 달라질 수 있다. 3억원짜리 집에 주택연금을 설정하고 70세부터 10년간만 수령한다고 가정하면 약 160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최근 주택연금 출시 이후 진입 장벽이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것도 신규 가입자를 늘리는 요소이다. 기존에는 9억원 이하 1주택자면 가입 가능했으나, 지난해 11월부터는 보유 주택 합산가격이 9억원 이하인 다주택자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또 가입 시 대출 잔액에 대해서는 초기보증금을 주택가격의 3%에서 1.5%로 인하해 가입자의 부담을 덜었다.
또 올해부터 주택연금 가입 연령이 주택소유자 60세 이상에서 부부 중 연장자 60세 이상으로 낮춰지고, 주택연금 가입 후 주택이 재건축 혹은 재개발되더라도 주택연금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될 예정이다.
더불어 '재산을 미리 증여해 달라'는 자녀와의 효도소송 가능성도 미리 차단할 수도 있다. 주택연금을 받으면 그 이후로 해당 주택에 대해 압류·가압류 등의 법적절차가 들어오지 못함은 물론 후순위 근저당권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류 부장은 "주택연금을 받으면 자녀가 부모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최근 빈번한 효도소송 우려를 미리 막고 자녀들 간의 상속 다툼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세일보] 우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