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옛길은 광주 도심에서 원효사를 거쳐 서석대까지 옛사람들이 오르던 길을 복원한 새 길이다. 무등산으로 가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늘 붐빈다.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를 품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 무등산(1187m). 대도시와 인접해서 이렇게 높은 산이 있는 곳은 세계에서도 흔치 않다. 그만큼 광주 사람들의 무등산 사랑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것들이 잃어버린 옛길과, 또 그 길과 함께 사라졌던 옛이야기들을 찾아 새 길을 놓았다.
옛길은 현재까지 총3구간이 만들어졌다. 1구간은 광주 도심과 무등산 산행을 시작하는 원효사를 잇는다. 2구간은 원효사에서 서석대에 오르는 등산로. 3구간은 광주 도심에서 충장사를 거쳐 담양으로 이어진다. 3구간은 무등산 자락의 낮은 능선을 따라 난 숲길. 유적과 가사문화권으로 걸어가는 역사길이 불린다.
1․2구간을 합친 거리와 3구간의 거리가 12km 남짓으로 비슷하다. 무등산 옛길을 모두 걸어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틀이 필요하다. 1․2구간을 하루에 걷는 게 초보들에게는 무리일 수 있다. 1․2구간을 하루에 걷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우직하게 1구간이 시작되는 광주 도심에서 걷기를 시작하는 것보다 원효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2구간을 먼저 걸어볼 것을 권한다. 그 다음 체력을 가늠해 1구간을 역으로 내려오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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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열고 오직 마음으로 걷는 길
옛길 1구간이 끝나는 원효사 일주문 앞 주차장에서 2구간이 시작된다. 원효사 상가지구에서 출발한 이들은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오른편 임도에서 옛길과 합류하면 된다. 2구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공지사항이 입구에 큼지막하게 걸렸다. 길을 헤치는 쇠지팡이(스틱)는 내려두고, 혼자서 조용히 길을 나서라 한다. 그리고 이 길은 오르는 길만을 허락한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 놓은 좁은 길을 오르는 이들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다. 자연을 살리면서 길을 오르는 사람들이 최소한 그 시간만큼이라도 오감을 열어 자연과 일체가 되도록 코스를 설계했다. 정복하기 위해 나서는 길이 아닌 그곳에 귀 기울이고 느껴서, 그렇게 하나가 되어 묻히러 가는 길이 무등산 옛길이다.
길은 곧바로 500년 원시림 속으로 들어간다. 제일기도원과의 갈림길을 지나면 이정표대로 오감을 열어야 한다. 무아지경의 길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만이 있어 숨소리도 죽여 가며 마음으로 걸어야 한단다. 예술을 사랑하는 남도사람들다운 이정표다. 소나무와 참나무, 산죽이 무성한 비교적 평탄한 길이 옛날에 철을 만들었던 제철유적지 전까지 이어진다. 이곳부터 슬슬 땀이 나기 시작한다. 경사가 있지만 심하지는 않다. 길은 충장공 김덕령 장군이 임진왜란을 준비했던 주검동 유적지를 지나 옛 나무꾼들이 숯을 나르고, 군부대가 물품을 운반하던 산중길, 물통거리에 이른다. 중간에 자연쉼터가 있어 물도 마시고 숨을 고를 수 있다. 제법 너른 산중길은 치마바위까지 완만하다. 이곳부터 두발에 힘이 들어간다. 25분 남짓 이어지는 가파른 길이 숨을 가쁘게 한다. 원시림에 가렸던 시야는 옛 군부대 보급로를 만나 하늘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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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간이 안내소에 보이는 풍경. 옛 군부대 이전 복원지를 지나 중봉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깨알처럼 작게 보인다. 중봉 너머로 광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등산의 하이라이트 서석대
옛 군부대 보급로 종점에 서면 서석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것도 잠시, 다시 가파른 원시림 길이 이어진다. 10분쯤 숨을 깔딱거리다 보면 ‘하늘이 열리는 곳’이란 이정표가 나타난다. 중봉과 그 너머 광주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 장관이 시작된다. 그 풍경에 기운을 얻어 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곧이어 길은 천왕봉까지 난 임시도로를 만난다. 이곳에 서석대 안내소가 있고, 간이 화장실이 있다. 중봉과 누에봉, 장불재, 서석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오거리다. 여러 갈래 길이 만나는 곳이라 사람들로 북적인다. 올라온 옛길 입구에는 하산을 막는 이정표가 팔을 벌리고 있다.
옛길은 서석대 방향으로 직진. 이곳부터 서석대까지는 500m. 무등산의 하이라이트다. 햇살에 반짝거리는 상고대가 은빛 터널을 이루고, 그 사이로 검게 빛나는 주상절리대가 병풍처럼 늘어선 풍광에 저절로 탄성을 터트리게 된다. 빛고을 광주가 유래된 풍경이다. 서석대는 한반도 육지에서 가장 큰 주상절리대다. 백악기에 화산활동으로 솟은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졌다.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서석대 전망대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200m쯤 오르면 마침내 2구간 종점인 서석대다. ‘옛길 11.87km 완주를 축하한다’는 이정표가 반긴다. 발아래 광주 시내가 지척이다. 맑은 날이면 멀리 월출산과 내장산이 자태를 뽐낸다. 이 일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허용된 구간을 제외하고 엄격하게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은 느릿한 황소걸음으로
돌아 내려오는 길은 입석대와 장불재로 이어지는 길을 이용한다. 전설을 품은 기묘한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은 풍경에 넋을 빼앗기다보면 어느새 장불재에 닿는다. 억새가 바람에 출렁이는 가을에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곳에 화장실과 간이 대피소가 있다. 여기서 하산길을 선택해야 한다. 2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원효사에서 장불재까지 난 임도를 선택하는 게 가장 편하다. 시야도 트여 무등산 자락을 구경하며 걷는 맛도 좋다. 임도 옆으로 중봉(915m)을 거쳐 동화사터로 내려가는 산길도 있다. 임도에서 중봉으로 난 ‘군부대 이전 복원지길’은 S자로 휘어지며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또 다른 길은 중머리재를 거쳐 증심사로 내려간다. 산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원효사지구로 다시 돌아왔다면 눈앞에 문을 열고 서 있는 버스의 유혹을 물리치고 내처 1구간을 걸어보자. 본래 옛길 1구간은 포장도로가 되어 원효사까지 버스가 다닌다. 원효사행 버스는 무등산 높이인 1187번이다. 옛길과 가장 가까운 자연의 길을 찾아 새로 만든 옛길이 1구간이다. 길 위에 길이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길이다. 1구간 시작은 광주시내 산수오거리 근처 수지사에서 시작하지만 반대로 내려가 본다. 산죽 사이로 난 길은 어사출두를 알렸던 어사바위를 지나 원효봉에서 흘러내린 바위들이 밭을 이룬 원효봉 너덜로 이어진다. 무등산 세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는 조망이 좋은 곳. 돌무더기 사이로 난 길이 지루하다 싶을 때쯤 김덕령장군을 모신 충장사가 나온다. 길에서 비켜 있어 자칫 지나치기 쉽다. 간간히 마주치는 편백나무숲이 청량하다. 황소를 몰고 장보러 다녔다는 옛길은 속세의 일을 적당히 가져다 생각하며 걷게 한다. 그 생각들도 김삿갓이 쉬어 갔다는 청풍쉼터에서 잠시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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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에서 증심사지구로 내려가는 길. 무등산의 새로운 길을 만나고 싶다면 추천이다.
가는 길 자가용: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로 나와 제2순환도로를 이용한다. 제2순환도로 두암IC로 진출해 산수오거리 방향으로 가다 지산유원지로 좌회전, 제2순환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면 옛길 1구간이 시작되는 수지사 입구다. 그 길을 따라 원효사 이정표를 보고 계속 달리면 무등산 원효사지구 주차장이 나온다.
대중교통:원효사행 1187번 버스를 이용. 배차 간격은 넉넉하게 20분. 광주역을 비롯한 시내 주요 구간을 통과한다. 버스터미널이나 공항에서는 도심행 버스를 이용한 후 갈아타는 게 좋다..
잠잘곳
원효사지구에는 숙박 시설이 없다. 광주 도심에서 원효사지구까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시내에 잠자리를 잡아도 무방하다.
볼거리
주변에 볼거리가 넘친다. 충민사, 증심사 같은 무등산 자락의 절들은 물론 광주 시내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5.18국립묘지, 한국 전통의 정원이 아름다운 소쇄원도 꼭 들러보자.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추어 가면 예술의 고장 광주를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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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시기 : 봄~여름
총 거리 : 19.2km
총 소요시간 : 7시간 30분
준비물 : 물=넉넉하게 하세요. 지도=이정표 많아 필요 없어요. 신발=등산화면 최고. 튼튼한 운동화도 괜찮아요. 복장=편안 복장 OK. 여름에는 모자 필요해요. 겨울은 동계장비 단단히 챙겨요. 간식=도시락 준비하세요.
위치 : 광주광역시 북구 금곡동 산 209-5(지도보기)
문의 : 무등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062-365-1187) | |
서석대에서 내려오는 구간까지 합치면 19km에 이르는 긴 구간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원효사에서 서석대를 바로 오르는 2구간은 무등산 정상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로 경사가 심하다. 하지만 서석대에서 즐기는 조망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1~2코스 모두를 밟으려는 욕심보다 자신의 걷기 능력에 맞춰 코스를 잡는 게 중요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