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십니까!
한크랙 선배님들의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받고 스위스 마테호른 등정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많은 눈과 경험 및 실력부족으로 인해 정상까지 가지는 못했습니다ㅠ
그래도 눈덮힌 알프스에서 알파인 등반을 안전하게 경험한것에 감사하며
다음 원정의 성공을 기원하고 한크랙 선배님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등반후기를 작성했습니다^^
선 요약
-마테호른 등반 일정 2박 3일 : 회른리 산장1박, 솔베이 산장1박
-정상 등정 실패 : 약 4143m 고지까지 등반
첫째날 : 체르마트 (Zermatt) -> (케이블카) -> 슈바르쯔 역 (Schwazsee) -> (트레킹) -> 회른리 산장 (Hörnli Hut)
전체 일정이 약 8일 정도, 고소훈련 산행에 마테호른 등정일까지 합하면 여유날짜가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날씨의 변화를 매우 유심히 지켜봤으며, 예정되어있던 고소훈련을 다 하지 못하더라도 날씨가 좋다고 예정된 날에 마테호른 등반을 해야해서, 미리 일정을 앞당겨 회른리 산장으로 이동하여 숙박하며 고소적응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체르마트의 날씨도 체크하였지만, 중요한것은 등반지에서의 날씨였습니다.
저희가 처음 이동한날은 체르마트 및 마테호른 주변에 해가 나왔다가도 비가 오고 안개가 끼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습니다만
다음날 날씨가 좋다는 예보가 있어 당장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날씨 체크는 선생님께서 스위스 체르마트 공식 예보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점점 고도가 높아지면서 숨이 생각보다 빠르게 가파오는 것 같았습니다. (회른리 산장 해발 3260m)
다행히 특별한 고산증상이 있진 않았지만, 가파져오는 숨을 느끼며 체력이 버텨줄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회른리 산장은 딱히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마테호른 산행이 날씨로 인해 워낙 변칙적으로 진행되므로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하지 않고 이용한다고 합니다.)
저녁과 아침을 제공해주고, 방은 보통 공용룸이며 정상 등반을 진행하는 사람끼리 방을 몰아 주는듯 합니다.
젖은 옷을 따로 말릴 수 있는 드라이 룸이 있으며, 하산을 고려해 여기에 짐을 따로 데포(depot) 시킬 수도 있습니다
산장에서는 각종 음료수를 팔며, 최후의 안식처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저녁 메뉴는 매우 맛있었으며, 수프는 더 달라고 하면 더 줘서 두그릇 먹었습니다.
두영이는 이때 속이 안좋았는지 천천히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ㅠ
식사 후에는 다음날 등반을 가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뜨거운 물을 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줍니다.
샤워장 및 숙박 시설이 잘 되어있으며, 저희는 간단히 세안하고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들었습니다 (새벽 3시 반 아침식사)
둘째날 : 회른리 산장 (Hörnli Hut) 해발 3260m -> Schulter 포인트 4143m -> (하산 및 숙박) 솔베이 대피소 (Solvay hut) 4003m
새벽 3시반에 회른리 산장에서 아침을 줍니다. 아침은 간단한 토스트 및 시리얼과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있습니다.
각자 취향대로 토핑 및 소스를 발라 먹으면 됩니다. 3시쯤 되면 가이드 및 등반가들이 스멀스멀 일어나 장비를 챙기고 등반준비를 하며 3시반에 아침을 딱 먹고 바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가이드들이 먼저 출발한 후 약 4시쯤 산장을 나왔습니다
새벽 4시엔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헤드램프를 켜야했습니다. 날씨도 싸늘하기 때문에 보온에 신경을 써야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아서 시간이 좀 지나자 금방 적응했고 큰 추위는 없었습니다
산장을 나와 2,30분 정도 워킹을 하다보면 사다리로 직벽을 오르며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됐습니다.
초반엔 픽스 로프도 있고 경사가 그리 높지 않아 조금 난이도 있는 워킹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눈이 없는 곳은 거의 확보 없이 키위코일을 한채 함께 움직였으며, 중간 중간 눈이 나오거나 경사가 가파라지면 확보점을 만들어 빌레이를 보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확보기를 이용한 확보보다는 지형지물을 이용하거나 반까베스통 매듭으로 확보를 봤으며 속도가 중요하기에 지체없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움직였습니다.
속도가 거의 선생님이 먼저 가서 대기중이면 두영이 올라가고 그다음 제가 올라갔는데, 제가 도착할때쯤이면 선생님이 이미 다음 포인트에서 대기중이시기에 두영이가 이동할 동안만 저는 쉴 수 있었습니다.
평소 워킹 및 등반하던 산행보다 그리 힘든 코스라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고소에 아직 적응을 덜해서인지 숨이 아주 금방 찼습니다. 숨이 금방 차는 이 느낌은 마테호른을 내려오기 전까지 계속 되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힘을 쓰고 나면 숨이 찼고 휴식이 필요했지만, 저희는 이미 많이 느린 속도이기에 많이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이드 동반시 제한시간 (회른리 - 솔베이 3시간)
-우리팀 이동시간 (회른리 - 솔베이 7시간)
정말 무엇보다도 체력이 중요하다고 느껴졌고, 단기간의 훈련으로는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것 같았습니다
가이드를 동반한 등반을 할 경우 회른리 산장에서 솔베이 대피소까지 3시간안에 와야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정상을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정상까지 같이 간다고합니다. 저희는 약 7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하산하는 가이드 팀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날씨와 시간을 확인한 뒤 저희는 정상을 등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녁은 여기 솔베이 대피소에서 자기로 하였으므로, 등반에 필요 없는 짐은 모두 여기두고 최대한 가볍게 준비하였습니다.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내의를 입고 보온의류와 행동식만을 챙긴 뒤 다시 등반을 시작하였습니다
점점 올라갈수록 눈이 많아졌습니다. 한발 한발 힘차게 눈을 다지며 내딛어야 했고, 한번 미끄러질때마다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그러다 자주 미끄러지면 가방에서 크램폰을 꺼내 장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확보한 곳의 경사가 심하면 크램폰을 착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며 그 또한 체력을 소모시켰습니다.
결국 눈에서의 계속되는 시간지체로 인해 하산을 결정했습니다.(약 오후 3시) 정상까지 갈순 있어도 하산시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선생님의 판단이었습니다. 날씨도 점점 흐려지며 바람도 불고, 하단부 등반시처럼 속도가 나지 않아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체온 관리도 점점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산을 해보니 정말 소문대로 하산이 훨씬 어려웠습니다. 하산은 저-두영-선생님의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길이 따로 표시되어있거나 확보물이 있지 않아 길을 찾기가 어려웠으며, 하강과 함께 다운클라이밍을 해야했는데 다운클라이밍이 익숙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체력도 이미 많이 소진된 상태라 한발한발 집중하며 하산하는것이 더욱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하산시에는 확실히 여유가 없었는지 찍은 사진도 없습니다^^;
솔베이 대피소로 하산한 것이 약 오후 5~6시 사이로 생각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매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제 쉴 수 있다는 안도감에 허름한 대피소도 매우 안락하게 느껴졌었던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고, 저는 약간의 몸살기운이 있어 따뜻한 차와 약을 이것저것 먹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때 행동식을 먹는다고 먹었지만 좀 부족하게 먹었던게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장갑을 솔베이 대피소 이후로 올라갈때 교체하여 썼었는데, 처음엔 하강 장갑으로 등반하느라 눈을 만지면 쉽게 젖어 체온을 빼았겼던것이 원인이었던것 같습니다. 앞으로 정말 장갑은 두개이상 방수 및 방풍되는걸로 꼭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해주려고 합니다.
대피소에는 저희 외에도 2명의 외국인이 더 있었고, 그들은 회른리에서 1시간 반(?)만에 올라와 다음날 일찍 정상 등반을 위해 쉬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다음날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동이 틀 시간에 출발하기로 한 뒤 잠을 청했습니다
셋째날 : 솔베이 대피소 (Solvay hut) -> 회른리 산장 (Hörnli Hut) -> 슈바르쯔 역 (Schwazsee) -> 체르마트 (Zermatt)
대략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아침을 준비하고 떠날 채비를 했습니다.
새벽4시 어제 정상을 간다던 친구들은 일어나서 출발했고, 밤새 이탈리아에서 정상으로 올라와 스위스 쪽으로 내려가는 외국인 등반가 2명이 들어와서 잠을 잤습니다. 정말 알프스는 산악인들의 성지가 맞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이날도 날씨가 좋고 바람이 불지 않아 등반하기 좋았습니다. 어제 잠깐의 하산으로도 하산이 쉽지 않다는걸 깨달았기에 정말 다행히었습니다. 날씨가 좋았기에 하산하며 탁트인 시야로 알프스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되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산은 형복-두영-박선생님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혹시나 생길 추락을 대비해 맨 뒤에 선생님이 계셔야했기 때문입니다. 하산은 하강할 수 있는 곳에서는 하강, 워킹이 어려운곳은 다운클라이밍, 나머지는 하산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워킹 하산의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 하강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으며, 경사가 쎈 구간도 많아 워킹이 어려워 다운클라이밍을 많이 해야했습니다. 너덜길에 낙석도 많고, 볼트나 앵커같은 인공 확보물도 거의 없어 길 찾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해외 등반가들도 길을 잘못들어 헤매는 경우가 많았고, 중간 중간 알바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다행히 길을 헤매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제가 선두에 서다보니 속도가 많이 느렸고, 전날의 등반으로 인한 체력저하로 속도도 많이 저하되었습니다. 결국...
체력 관리에 대해 한번 더 절실히 깨달은 하산이었습니다. 내려와서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하산할땐 사진 1장도 안찍었습니다^^ ㅋㅋㅋ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아직 발가락 끝의 저림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등산, 나아가 알피니즘이라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라는 것을 몸소 깨닫고 온 것 같습니다. 등산학교를 졸업한지도 1년도 되지 않은 사람이 마테호른이라는 상징적인 곳을 매우 안전하게 경험하고 왔다라는 것에 저는 매우 만족하며 좋은 기회를 가졌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욕심이 없는 성격이라서 일까요? ㅎㅎㅎ)
제가 마테호른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알프스가 근대 등산 역사의 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알피니즘의 시작) 물론 몽블랑 보다 마테호른을 더 좋아하고 평소에도 항상 멋있다라고 생각했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등반당시는 너무 힘들어서 여러가지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는데 오히려 한국을 돌아오니 그때의 기억들이 간간히 떠오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면 더 실감나는 상황을 여유있게 떠올리게 되는것 같기도 하구요.
확실히 어렵다 힘들다는 기억들을 먼저 일차적으로 떠오르게 되지만, 이 원정이 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앞으로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응원해주신 선배님 및 동료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짧고 두서없는 이 글이 조금이라도 흥미와 정보를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
첫댓글 고생하셨어요
좋은경험하신 두분축하드리고
건강하게돌아와서 더 고맙고
다음기회에 또 도전 도전도전!!!! ㅎㅎ
쉽지않은 등반 도전인데 무사히 안전한 등반을 하셨서 축하드립니다 ~~ 아무쪽로 원정에 있어서 산악회의 길잡이가 되어 주시길 기원합니다
저축하듯 중간까지만 읽고 조금씩 정독하겠습니다.ㅎㅎ 미지의 세계에 자신을 믿고 조금씩 전진하는 두 클라이머의 얼굴이 보기 좋네요. 알파인 클라이머가 힘든점을 몸소 겪은거 같아 정상보다 더 값진 경험을 얻고 안전하게 귀국하여 얼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천천헤 회복~~
고생해써용ㅇ
정말 고생하셨습니다ㅎㅎ
알파인 클라이머의 포스가 느껴지는 모습이 멋있고 정말 부럽습니다~~
마테호른 등반 축하드립니다!
무사 귀환 축하합니다 ! 알프스 원정기 잘 보았습니다~~~
열정이 가득한 도전은 언제나 행복입니다.
경험의 축적은 다음에 더 큰 도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두 분에게 행복한 추억...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분 고생 많이 하셨고 상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