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님, 안녕하세요! 😁
저는 킬러들의 쇼핑몰을 통해 입덕한 패.. 팬입니다 (부끄) 그러다 카페까지 가입하게 됐네요 😎
누군가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기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잼민이 시절 좋아하던 뮤지션 기획사에 손편지를 써서 보낸 이후 딱 두 번째네요.
저는 요 며칠, 배우님이 나온 드라마나 짧은 독립영화 몇 편을 보며 지냈습니다. 인터뷰하신 영상도 간간이 봤어요. 대부분이 연기에 대한 철학이라든지, 배우님께서 맡으신 인물에 대한 정보들이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시청했어요. [배우님 얼굴이 대존잼이잖아요 😄]
제가 이렇게 편지를 남기게 된 이유는 문득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었어요. 배우님의 영화를 통해 제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멀리서나마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이틀 전에 독립영화 백천을 봤어요. 28분 정도의 짧은 영화였는데, 보는 내내 배우님이 연기하신 인물과 꽤 긴 시간 함께 동행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인상 깊었고, 여운이 남더라고요.
모르겠어요. 어떤 이들은 백천이 저지른 짓이 피해의식에 찌든 찌질이가 저지른 잔인한 객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너무 슬펐어요.
일 다 마치고 녹초가 된 상태로 늦은 자정에 봐서, 지금 한창 지난한 것들을 거치는 과정에 봐서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백천이 약국에 들어가 두통약을 받고, 벤치에 앉아 약을 먹고, 누렁이를 부르고, 건물 계단에 쪼그려 앉아 팔에 고개를 파묻고 있을 땐 마냥 울었어요.
그냥 가엾더라고요. 너무 이해받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 같아서, 괜찮은 척하고 꾹꾹 잘 참아오다가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길로 잘못 들어선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그래요. 멀리서 보면 관심도 없을 남 얘기인 게 분명 맞는데, 가까이서 보니 제 얘기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영화 보고 나서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었는데, 머릿속은 궁금증 대잔치였어요 백천은 왜 그랬을까. 그때 왜 복순이가 튀어나왔지. 피가 잔뜩 묻은 손을 씻고 나서 왜 울었을까. 마지막엔 왜 날 그런 눈빛으로 봤을까 (ㅋㅋ 화면 똑띠 고정하는 마지막 장면이요)
아무튼, 영화 본 후에 내적 탐구에 들어가 지금도 탐구 중입니다 😅 그 정도로 저에겐 인상 깊은 영화였어요.
사실 제가 배우님 인스타로 디엠을 보냈다가 너무 손발이 오그라들어 지웠거든요. 제가 극 인프피라 소심해서 바로 지웠는데, 백천 얘기하고 싶어서 편지 띄웁니다 ㅋㅋ ㅠㅠ
근데 만약 백천에게 누군가가 "조금 더 버텨 보자, 언젠간 나아질 거야"라고 말해 주었다면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마냥 악한 사람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냥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남들보다 너무 멀찍이 떨어져서 걸었던 시간이 길어서 풀지 못한 응어리가 많이 무거웠을 거예요.
아무튼 편지가 너무 백천 이야기로 도배됐네요 ㅠㅠ
배우님. (뜬금포) 모쪼록 말복에 든든히 드시고, 아직 남은 무더위 건강 조심하시고요.
배우님은 저에게 늦은 밤, 지리산 암자에서 올려다본 별이랍니다. 항상 그렇게 그 자리에서 형형하게 빛나시길 바라요. 그럼 전 올려다 볼게요! :)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
Ps. 드디어 편지쓰네요!! 감개무량 ㅠㅠ 그리고 독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 책 추천 살포시 얹습니다. 저 근래에 '홀'이라는 소설을 읽었거든요. 저자는 편해영이라는 작가님입니다! 재밌어요. 강추.
세상에나마상에나 백천을 천백이라 적어서 다시 썼어요 죄송해요 순간 헷갈렸네요 하..하핳 ^^;;;; !!!
첫댓글 백천에 대한 깊은 감상평에 감동이에요. 쉽지 않은 소재와 인물의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불편하실 수 있었을텐데 면밀히 들여다보고 탐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선선한 날 지리산 암자에 올라 밤 하늘 한번 올려다 보고 싶네요^^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번쩍 깨어납니다 열일해서 좋은 작품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정말 꿈만 같아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