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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이야기를 할 차례네요. 이펙터 구입은 어떤걸 하는게 좋을까요? 아니, 근원적으로… 이펙터가 꼭 필요한걸까요?
그렇게 이펙터 이야기를 하고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되실 분도 있겠지만 보다 효율적인 이펙터 지름 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여기에 대해 먼저 의문을 한번 가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유명 기타리스트들의 시그널 체인을 한 번 살펴봅시다.
드림씨어터 기타리스트 존 페트루치의 시그널 체인입니다. 그들의 음악만큼 복잡한 랙타입 프리앰프와 각종 컴펙트 페달이 아주 골치아프게 연결되어 있네요. 저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것이 정답일까요?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의 시그널 체인입니다. 극단적으로 다른 예시네요. 오로지 Marshall JCM 800 앰프 두대로 끝. 이걸 보여주며 ‘기타는 이펙터 빨이 아니라 손맛으로 치는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폴 길버트의 시그널 체인입니다. 좀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드라이브 두어개와 컴프레서, 플렌저와 페이저 정도의 비교적 간단한 세팅입니다. 이정도가 옳은걸까요?
이중에 정답은 없습니다. 아니, 모두가 정답이네요. 내가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느냐에 따라 이펙터를 쓸 수도 있고 안쓸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개인의 취향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우리같은 취미 밴드들의 경우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음악을 듣는 취향도 다르고 연주 스타일도 조금씩 다른데다 좋아하는 노래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팀을 이뤄 연주하다 보니, 100% 자기 스타일만을 고집할 수는 없거든요. 굉장히 다양한 사운드의 연주를 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이펙터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왼쪽은 제 페달보드의 초기 버전이고 오른쪽은 현재 버전입니다. 이런저런 밴드를 하면서 원하는게 많아지다 보니 결국은 저렇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중심을 잘 잡으시면 굳이 저렇게 거대할 필요는 없습니....
그렇다면, 이제 연주를 시작하면서 이펙터를 구입할 분들은 어떤걸 먼저 구입하셔야 할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만 보편적 경험에 따른 어떤 ‘길’은 분명히 있는 법입니다. 지금부터는 제 경험으로 본, ‘올바른 이펙터 지름질법’을 한 번 공유해 볼까 합니다.
0. 이펙터 지름 전, 일단 앰프부터 마스터하자
일단 이펙터를 구입하시기 전에, ‘앰프’라는 녀석과 정말 친해지셔야 해요. 게인과 이퀄라이저 노브, 프레즌스, 리버브 등 앰프에 붙어있는 모든 노브와 친해지셔야 합니다. 이 사운드를 원하는대로 잘 잡으셔야 이펙팅을 했을 때 그럴싸 한 소리가 나옵니다.
보통 오락가락 합주실에 있는 모든 앰프는 클린/드라이브 두 채널이 있는 타입이니 각각의 사운드를 잘 잡고 클린/드라이브간 볼륨을 잘 세팅하는데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앰프 사운드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으시다면, 아무리 좋은 이펙터들을 연결해도 결과물은 보통 별로이기 마련이에요.
1. 시작은 컴팩트 페달부터
이제 앰프에 적당히 익숙해졌고, 슬슬 이펙터에 관심이 생긴다면 제일 먼저 고민하는게 ‘멀티냐, 컴팩트 페달’를 고민하게 됩니다. ‘오만가지 다 있으니까 일단 멀티 이펙터로 시작하는게 진리!’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컴팩트 페달들이 진짜 아날로그 스럽고 좋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이런 말 하면 ‘황희정승’이라고 비난받을지 모르지만, 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멀티이펙터를 구입하면 모든 이펙터가 다 있을테니 경제적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은 편이죠. 페달들은 필요한 것만 사면 되니 비용이 절약되지만, 문제는 내가 뭐가 필요한지 알기도 힘들고 다양하게 사용한다면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제 경험에 의하면, 일단 컴팩트 페달로 시작하시는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멀티이펙터에는 거의 현존하는 모든 이펙터가 다 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펙터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이 없다면 그걸 활용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보통 멀티 이펙터는 유명 브랜드 컴팩트 페달들을 시뮬레이팅한 사운드를 내장하고 있는데, 애초에 그게 뭔지를 잘 모르니 찾아서 사용하고 조합하기도 쉽지 않고요. 일단 몇개의 기본적인 컴팩트 페달을 구입하셔서 사용하며 감을 익혀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 먼저 코러스와 딜레이로 시작하자
컴팩트 페달을 구입할 생각이 드시면, 보통 드라이브 페달들을 찾아보게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시원시원한 드라이브가 일렉트릭 기타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니까요. 그러나 우리에겐 앰프가 있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오락가락 합주실의 레이니 앰프와 마샬 앰프 모두 드라이브와 클린을 오갈 수 있는 투채널이니,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드라이브 페달이 이미 하나는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일단은 드라이브에 돈을 들이지 마시고 코러스와 딜레이를 구입해 보세요. 활용도 높은 두 컴팩트 페달을 앰프 드라이브와 함께 사용하다 보면 차츰 본인이 좋아하는 톤에 대한 감각이 생기시리라 생각합니다.
위의 사진은 아마 2011년 정도... 제가 페달질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의 보드입니다. 여러 개가 보이지만 결국 주 무대 위에는 코러스와 딜레이가 떡 자리잡고 있네요. 당시 전 합주실 여기저기 다니는 메뚜기 상태여서 드라이브는 꼭필요했으니 별수 없었고요.
3. 드라이브 페달은 긴 여행이 필요하다
다른 컴팩트 페달도 마찬가지겠만, 드라이브는 정말 취향이 가지가지입니다. 기타 종류도 다르고 손힘도 다르다보니 아무리 명기라고 해도 막상 내가 쳐보면 그소리가 안나오거든요. 앰프와의 조합에 따라 사운드가 정말 달라지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제가 메인 드라이브로 사용하는 Fulltone GT-500은 마샬과의 조합에서는 적절한 입자감과 게인을 들려주지만 펜더나 메사부기랑 조합했을 땐 소리가 너무 날아다니거나 벙벙대는 감이 EQ로도 잘 잡히질 않더라고요.
일단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많이 쓰거나 오랜 시간 명기로 인정받는 제품들을 중고로 구매해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하게 테스트해 보시되, 해당 제품의 사운드 세팅에 대해 검색하거나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어 보세요. 이게 페달들마다 최적의 세팅법 같은게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Boss DS-1은 유명 기타리스트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하지만, DS-1으로 모든 게인을 커버하기 보다는 앰프 세팅을 크런치 하게(게인이 약간 들어간 상태로) 세팅한 상태에서 DS-1을 밟아 게인을 더해주는 방식으로 세팅을 하거든요. 오버드라이브로 유명한 Ibanez TS-9 역시 메인 드라이브 페달보다는 솔로 부스터로 많이 사용하고요. 좀 사용하다가 나와 안맞는다 싶으면 뭐… 되팔고 다른 걸로 갈아타시면 됩니다. 중고로 구입하실 경우 감가상각이 적어 비교적 부담없이 페달 여행을 하실 수 있을거에요.
4. 이제는 멀티이펙터가 필요할 때
이제 컴팩트 페달에 익숙해 져서 더 많은 이펙팅에 도전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지금이 바로 멀티 이펙터를 구입할 시기입니다. ‘컴팩트 페달이 좋다’면서 왜 갑자기 멀티를 사라고 하냐고요? 이제 기타 이펙팅에 대해 약간의 감이 잡혔다면 써보고 싶은 것도 많을거고 이것저것 막 바꿔보고 싶을거에요. 물론 엄청나게 바꿈질을 해대면 되긴 하겠지만 돈도 많이 들잖아요.
이럴때, 저렴하면서도 노멀한 멀티이펙터를 구입하셔서 그걸로 온갖 실험을 해보시면 됩니다. 또, 요즘 멀티이펙터들은 모두 오디오 인터페이스 역할도 하기 때문에 레코딩에도 좋고요. 이렇게 계속 실험해 보시다 보면 자기가 자주 쓰는 이펙터가 정해지게 마련입니다. 그게 확실해지면 이제 다시 컴팩트 페달들을 질러대시면 됩니다.
물론 멀티를 파냐 마냐는 개인 자금사정에 따라 알아서 결정하실 문제고. :-) 제가 써본 바로는 Vox ToneLab LE나 Line6 POD XT Live 같은게 중고가도 저렴하고 그냥저냥 쓸만 하더라고요. 지금 뮬에서 둘다 중고 20~30 하네요.
만약, 이때 멀티이펙터가 너무 좋아지면 어떡하냐고요? 고민하지 마세요. 그때는 본격적으로 멀티이펙터로 갈아타시면 됩니다. 본인이 가장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약기가 최고의 악기입니다.
5. epilog
예전 대학교 1학년, '천리안 록 페스티벌'에 참여했을때 송홍섭 선생님께서 술을 한 잔 따라주시며 했던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고 있습니다. '너희 팀이 모두 반짝이는 연주를 하는 건 아니지만, 너희 밴드가 서로 즐겁게 연주하니 전체 사운드와 공연 모습이 참 좋았다'.
송홍섭 선생님의 그 말씀을 늘 가슴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연주력이니 음악에 대한 이해도 등등... '실력'이라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미건 프로건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실력으로 서로를 평가하는걸 정말 싫어해요.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허밍데이즈'와 처음 연락해 밴드 대표 상훈이와 이야기를 나눌때 제 마음은 이미 '합류'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오디션이라고 JM님을 평가하는게 아니고요. 우리가 같이 하면 좋을지 아닐지를 함께 고민해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라는 멘트가 너무 가슴에 와닿았거든요.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팀이라면 그냥 무조건 해야할 것 같았어요.
소위 '실력' 같은 걸로 사람을 레벨링하기 보다는 '즐겁게, 함께 음악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취미 밴드에서는 더 중요하다는걸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긴 순간이었어요.
이제 4회에 걸친 모든 연재가 끝났습니다. '장비게시판'에 초보자가 쉽게 찾아볼 만한 정보가 없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글이 사람들에게 읽기 힘든 모를 소리만 늘어놓는 장이 된게 아닌가 괜히 걱정이 되네요.
하지만 목적은 하나입니다. 오락가락 회원들 모두, 함께 즐겁게 음악하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긴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그동안 제 장광설이 불편하셨던 분들, 이런 취지인 점 이해하시고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신 분들은 물론 안읽어주신 분들이라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전 글>
∙입문자를 위한 이펙터 알아보기 - 1. 픽업과 드라이브 페달의 종류
∙입문자를 위한 이펙터 알아보기 - 2. 버스 브레이크 페달과 모듈레이션 페달, 기타 튜닝과 앰프의 샌드리턴
∙입문자를 위한 이펙터 알아보기 - 3. 공간계 페달과 앰프 시뮬레이터

첫댓글 장시간 장문의 연재글 잘 보았습니다
고생한것에 비해 반응이 미지근한것은
아는 사람은 볼 필요가 없고
나 같이 모르고 막귀에다가 기계치인 사람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고
들어도 그소리가 그소리 같고
센드 리턴 프리앰프 파워앰프 같은 용어만 들어도
머리가 쥐가 날려고 해서 반응이 뜨겁지
않은것이니 널리 양해 바랍니다
수고 했어요^^
감사합니다-! 뜨거운 반응 보다는 필요한 사람들이 검색했을 때 뭔가 얻어갈 내용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었어요. :-)
잘 봤고 저도 도움 많이 됐습니다..^^
흑 ㅠㅠ 훨씬 많이 아시는 분이 이러시면.....감사합니다-!
분명 필요하신분들은 이 연재글이 도움이 되었을꺼라 믿어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자료의 아카이빙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니까요!
허밍데이즈에서 오디션봤다면 난 낙방했을거야. 살려줘서 고마워..
ㅋㅋㅋ 그런게 어딨어요 누가 누굴 줄세우고 평가 한다고-
그 동안 고생 하셨습니다. ^^
형님이 인정해 주시니 이제 마음이 놓이네요 ㅋㅋㅋ 감사합니다.
@JMHendrix 아이고... 저는 누구를 인정하고 안하고 할 만한 실력이 아닌데요~ 무슨 말씀을... ^^;;;
@태사치~~! 형님 아르페지오 코러스 사운드 졸라 감동 받았어요!
@JMHendrix 그리 말씀을 해 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네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