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0일 농사에 이로운 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입니다.
곡성 은은가 실습지에는 포리똥(보리수)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지난주 산과 밭의 경계를 환하게 밝혀주던 개복숭아 꽃은 흔적도 없고 날은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었습니다.

금요일부터 1박2일 엠티를 온 수원토종학교 6기들과 은은가 토종학교(토종학교 심화과정)수강생들이 서로 어울려 공부를 합니다.

토종학교 심화과정 2강은 이론과 실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오늘 배운 주제는
1. 토양관찰하기, 작물관찰하기
2. 밭만들기 실습
3. 50평텃밭으로 자급하는 농가방문으로 토요일 하루가 충만한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1) 토양을 관찰하는 법입니다.
가) 토양은 색깔로 관찰한다.
나) 밭을 일구면서 온몸으로 관찰한다.
다) 습한가 건조한가를 관찰한다.
라) 유기를의 함량을 관찰한다(비옥한가 아닌가)
마) 토양을 관찰한후 토양에 맞는 작물을 선택해서 심어야 한다.
바) 반대로 작물에 맞는 토양을 만들어서 심어야 한다.
사) 경운은 겨울이 되기전에 해야 토양이 좋아진다.
아) 유기믈은 흙과 섞어주어야 한다.
2) 작물을 관찰하는 방법입니다.
가) 그늘진 곳은 잎채소 위주로 심고 햇볕이 많은 곳은 과채를 위주로 심는다.
나) 토지의 상부는 토양의 양분이 많지 않으니 그에 맞는 작물을 심어야하고(조나 수수등의 서숙류)
반면 아랫 부분은 그보다 비옥하니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을 심는다(뿌리식물 등)
다) 땅에 작물을 심지 않을 경우에는 풀을 뽑지말고 생장점을 잘라주면 땅이 점점 좋아진다.
라) 오이나 참외 등은 물을 좋아하는 작물이다.
마) 콩은 습한 곳을 좋아한다, 거름이 없는 척박한 땅이라도 습기가 있어야 된다.
바) 옥수수는 뿌리가 깊이 내리지 않는(천근성) 작물이니 황무지라도 추비형태로 위에다 거름을 주어야한다.
사) 고라니 기피작물 들깨, 차조기 등
아) 마늘 양파등은 5월 이전에 액비등을 주되 5월이 넘어가면 결실기이니 액비나 거름을 주지말라.
자) 강낭콩은 콩류 이지만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다. (내비도님의 기록을 옮겨옴)

은은가 실습지 밭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밭이 가진 특징을 설명하면서 그 밭을 어떤 방식으로 뒤집고 풀을 활용 또는 억초하고 두둑을 만드는 법을 알려줍니다.

낫을 이용해 풀의 생장점을 자르고 흙이 가진 습의 조건을 살피는 법을 배웁니다.

산과 밭의 경계에 위치한 제일 위쪽 밭은 주로 약용작물을 심는 밭입니다.
경사진 밭에는 유기물이 아래로 내려가므로 영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을 아래로,그렇지 않은 작물은 위쪽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물이 많은 곳,습이 많은 곳에는 습을 좋아하는 작물인 오이,참외를 심는 것이 좋습니다.
땅을 파면 물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의 흙은 밀도가 높은 특징이 있습니다.
흙 색깔이 하얀색으로 메말라 있는 곳은 토양의 비옥도가 극히 부족하여 무엇을 심어도 잘 안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곳에는 서숙이나 수수,메밀 등을 심는 것이 좋습니다.
콩은 습한 곳을 좋아합니다.척박한 곳에 콩을 심으면 잘못된 판단입니다.

황무지처럼 땅이 잘 안 파지는 척박한 땅에는 뿌리가 약한 작물을 심습니다.
이런 곳에는 옥수수 같은 작물을 심는데 옥수수수는 대표적인 다비성 작물이므로 밑거름 퇴비보다는
웃거름으로 추비는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밭은 경사진 곳이지만 비옥한 땅입니다.
이런 곳은 무,당근,감자 같은 뿌리 작물을 심는 것이 좋습니다.대신 땅의 돌을 잘 골라 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사진 곳의 밭을 만들 때는 풀을 전부 캐내지 말고 중앙부는 풀을 매고 밭가의 풀은 남겨두어서 밭 두둑이 물에 휩쓸려 가진 않도록 풀을 두둑 보호용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밭의 특징을 이해한 후 모둠별로 밭 만들기를 합니다.

쇠스랑으로 밭을 부드럽게 하면 호미부대가 풀을 골라냅니다.

삽과 쇠스랑을 결합한 삽쇠(포크)가 밭을 가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밭을 적당히 파주면 곁흙과 속흙이 섞이고 공기가 소통하며 작물이 뿌리를 내리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지금까지 이런 농부와 농기구는 없었다.이것은 쇠스랑인가? 인간 포크레인인가?
(역시 8년차 농사 경력의 내비도님의 땅을 파는 속도는 어떤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합니다)

온갖 종류의 넝쿨 작물들,,,강낭콩들이 심어질 터널 밭도 하나둘 모양을 갖추어 갑니다.

주말을 반납하고 전국에서 달려온
토종씨앗과 생태적 전통농법을 배우려는 토종살림 전사들에 의해 은은가 실습밭은 변신하고 있습니다.

마침내,,,다 이루었습니다.장하십니다.

맛있는 점심을 준비하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 매주 토요일 은은가에는 작은 축제가 열립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성으로! 십시일농(十市一農)의 마음으로!
전국에서 온 정성 깃든 반찬들이 모여서 점심은 작은 만찬이 되고 작은 축제가 됩니다.
(맨 아래 동그란 스뎅 도시락은 멸추김밥,묵은지김밥을 준비한 저의 작품입니다)

은은가 조선호박이 호박죽이 되어 위장을 달래주고

토방에 걸터 앉아 먹는 그 밥은 꿀맛이더라!

은은가 거실에서도 맛있는 밥상에 대화의 꽃이 피고

삼삼오오 둘러 앉아 작은 잔치가 열립니다.

4월의 봄볕 아래 둘러 앉아 도란도란,상추쌈과 오래 묵은 된장이 추억을 만듭니다.

수원토종학교와 은은가 토종학교가 노동 후에 한잔 관솔주로 통(通)하니 한달에 한번은 뭉칠 분위기입니다.

점심을 함께 나누고 휴식을 겸한 실내 수업,수원토종학교 6기와 은은가 토종학교 수강생들이 이제야 인사를 나눕니다.
수녀님이 노래 한곡으로 분위기를 띄웁니다.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순천에서 온 돌배 청년 수현이 답가로 받습니다.
"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

오전에 작업한 밭을 돌아보며 각 모둠별로 만든 성과를 공유합니다.

농사는 상상력입니다.
땅의 특징을 관찰하고 그 특징에 따라 밭을 만들고 그 밭에 심을 작물을 정하고 그 작물이 어떻게 자랄 것인가를 그려봅니다.

수많은 작물들이 은은가 실습밭에서 파종되고 자라서 증식되어 전국으로 보급되었습니다.
토종씨앗을 찾는 사람들은 폭발적으로 늘어가는데 씨앗을 증식할 관리농가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올해는 은은가 토종학교 도반들의 열정과 노동력에 의해 많은 토종씨앗들이 증식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토종학교 심화과정을 마치고 모든 도반들이
'씨앗 받는 농사'로 관리 농가가 되어 1농가, 1작물,1품종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은은가 하우스에는 수많은 종류의 토종작물 모종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오늘은 곡우이지만 날씨는 5월초 입하 때의 기온처럼 덥습니다.
지금은 냉해 피해가 없으므로 고추모종을 낼 수 있는 시기입니다.가지,토마토,오이도 모종을 낼 수 있습니다.
모종관리 하는 방법입니다.
-씨앗을 넣은 추에는 물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해 주어야 한다.
-모종에 싹이 나온후에는 가급적 햇볕이 있을 때는 물을 주지말아야하며,
또한 물을 너무 자주 주면 버릇이 나빠지니 적당히 주어야한다.

은은가에사의 일정을 마치고 곡성읍 월평리에 있는 50평 밭에서 자급하는 농가를 방문했습니다.
1) 적은 땅에서는 섞어짓기와 돌려짓기를 잘 해야한다.
2) 작물을 계속해서 심어야 하기때문에 지속적인 유기물의 투입이 있어야 가능하다.
3) 텃밭은 집 가까이에 있어야 좋다.
4) 콩은 본밭보다 가장자리를 이용하여 심는다.
5) 11월에 파종해서 겨울을 난 상추는 이듬해 꽃대가 늦게 올라온다.
(곡성의 경우) 반면 봄에파종한 상추는 꽃대가 일찍 올라온다.
6) 중부지방은 9월경에 상추씨를 뿌린다.(내비도님의 기록)

7)김치류,양념류(깨,고추,마늘),식량작물(고구마,감자,옥수수) 등을 주로 심는다.
8)적은 텃밭일수록 호미질을 자주 한다(풀관리)
9)작물이 촘촘하다.호미한자루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여기에 진정한 호미한자루농법의 모델이 있네요)
10)나의 욕구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농사법이 좌우된다.
11)작은 공간에서 5:1 정도의 비율로 자급용 양계를 한다.
12)참나무 버섯목을 이용해 표고를 기른다.
13)감나무,대추나무 등 각종 유실수도 기른다.

아직은 50평 텃밭에 작물이 많지 않아서 50평 자급텃밭이 실감이 나지는 않았지만 '상상'을 하기엔 충분했습니다.
은은가 실습지에서 월평리 50평 자급텃밭까지 우리 곁에는 자급 농사를 사는 오래된 미래들이 많습니다.
토종학교 심화과정 1년 과정을 통해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고 그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그리는 자급 농가의 꿈도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입니다.(끝)
"오로지 하늘과 땅에 기대어 생명을 기르는 농사는 가장 오래된 삶의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