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바리톤 소프라노.mp3

오늘이 사랑하는 제 딸, 결혼한 날입니다.
2013년 4월13일 오후,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딸이 제 짝을 만나 떠났습니다.
청첩 아닌 초대장을 보내 꼭 모실 분만 모시고, 주례도 없이 서로가 써온 '사랑의 서약'을 낭독하고 목사님의 기도(사돈 댁 뜻에 양보)로 식을 끝내는, 그리고 덕담과 연주, 노래가 이어지는 '작은 결혼식'으로 꾸몄습니다..
신랑 신부가 손을 잡고 들어 옵니다.

얼마 만에 안아보는 딸인가.
드레스 적시지 않으려고 꾹꾹 참느라 혼났습니다.
학생 때 해 본 연극보다 표정관리가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장갑을 끼고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손수건 꺼낼 필요 없이 슬쩍 문지르면 되니까요.

연회의 첫 순서는 제가 한마디 하고 연주하는 것.
하객들에게 간단히 예를 차린 후, 딸과 사위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아빠의 고집으로 친형제 없이 자란 효*가 멋지고 착한 사내를 만나 오빠!오빠! 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른단다. 그러니, 승*는 효*를 외롭게 하지 말고, 효*는 승*가 효*를 만남으로써 높이 훨훨 날 수 있는 比翼鳥가 되도록 잘 도와주기 바란다. 시댁에 비치는 효*의 얼굴이 곧, 엄마 아빠의 얼굴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라고.

'백년의 약속'을 동호회 회원과 3중주로 연주했습니다.
딸 친구들이 '멋쟁이 아빠'래요.
어깨가 으쓱해 지더군요.ㅎ



가족들이 신혼 부부에게 덕담을 전합니다.
한 사람은 덕담 중에 두 팔로 하트모양을 유도하고 다같이 '사랑합니다'를 외칩니다.


클래식 앙상블팀이 축주를 하고, 신랑친구들이 축가를 부릅니다.



클라리넷 연주와 독창, 색소폰 연주, 마치 가족음악회를 연 기분입니다.

연회도중, 딸이 색이 바랜 체육복을 들고 나왔습니다.
고교시절 학교에서 구매한 체육복은 연보라 나일론 제품이었는데 엄마가 나일론은 몸에 해롭다고 면제품을 사서 연보라 물감을 들이고, 이름표도 다른 아이들은 매직 펜으로 썼는데 엄마가 직접 수를 놓아 만들어 주었다고 그동안 간직하고 있던 '엄마의 사랑'을 소개했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었거든요.

딸은 피아노를 치고 사위는 노래를 하고...
해가 넘어 갈 즈음, 결혼식이 먼저인지 연회가 먼저인지 헷갈리는 행사가 막을 내립니다.
변덕이 심하던 날씨도 그날 만은 따뜻한 햇살로 축복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성장과정이 찍힌 사진(위)과 아내가 전시한 사진 작품들(아래).
아내는 부케를 직접 만들고, 식장 곳곳에 그동안 찍은 사진들 10여 점을 전시했다가 식이 끝난 후 그 사진들을 모두 나누어 주었습니다.

식장인 한강 변 악기박물관에서 내다 본 해질녁 한강 입니다.
중주를 위해 초대한 동호회 회원과 앙상블 팀에게 함구령을 내렸습니다.
결혼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절대 하지 말라고.
"무슨 007작전이냐" "도둑결혼 하는 거냐"
초청하지 않았다고,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 이라는 등 오해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했더니 '사랑의 쌀' 한 포대가 배달되었습니다.
전복을 한 상자 보낸 사람도 있었습니다.
봉투를 모아놓고 기다리는 모임을 피해 거짓 핑계를 대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익숙치 못한 '작은 결혼식'이라 오해도 받고 아쉬움도 있었지만, 보람도 컸답니다.
"00님, 어제 저는 좋은 거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추구하던 결혼식이었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멋진 결혼식이였습니다.
울 아들도 그런 멋진 결혼을 생각해 보렵니다."
다음 날 받은 문자 메시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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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주도 교중미사없이 보냈네요.
가끔, 영상미사에 참례는 하지만 마음도 다듬어지지 않고.
낮에는 성지에 다녀오고, 저녁에는 성당에 가서 한바퀴 돌고 왔어도 편하지를 않습니다.
싱숭생숭, 탹상달력을 훓다 보니 13일이 딸의 결혼 기념일이네요.
"날이 밝으면 축하전화를 해줘야지. 밥은 내일 올라가서 먹고."
사진을 뒤적이다 자랑을 하고 말았습니다.
첫댓글 결코 작은 결혼식이 아닌, 세상에 둘도없는 성대한 결혼식이 되었네요.
사랑 가득 담긴 결혼식에 함께 한 것 같아요.
부모로서 자녀를 떠나보내(실은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지만~요.)는 마음이 이리 애틋한가요?
저도 그런마음일 듯 싶습니다.
** 행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믿음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시기일 것입니다.
모든 신자분들, 건강하시고 미사가 재개되면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자랑할만 한가요? ㅎ
감사합니다.
평범하게 보내고 싶지 않더라고요.
예쁘게 꾸민다고 머리를 쓰기는 했답니다.
다음 주 쯤에는 미사에서 뵐 수 있을 것같은데, 그래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겠지요.
모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