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구하기, 과연 가능할까. 그것도 1억원으로? <1억으로 수도권에서 내 집 갖기> 남이영 저자에 따르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하다. 남 씨 또한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이다. 부동산 생초보인 남 씨는 지난 9개월간 500여개의 매물을 보러 다니며 발품을 판 끝에 경기도 이천에서 58평짜리 알짜 시골집을 마련했다.
사실 시골에는 1억원 안팎의 매물이 많다. 물론 대부분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라 그렇지. 남 씨는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요건 요래서 피해야 하고, 조건 조래서 피해야 하는 것 투성이였다”면서 “일반적인 기준의 좋은 집 구하기는 시골에서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런 집은 사면 안 된다는 걸 알려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저자가 돌아다녀 본 집 중 열에 아홉은 꼭 문제가 있었다. 그가 말하는 꼭 피해야 할 집이 몇 군데 있다.
피할 곳 아는 것, 내 집 구하기 첫걸음
우선 맹지를 피해야 한다. 맹지는 지적도 상에서 도로와 조금이라도 접하지 않는 토지다. 현장에서는 멀쩡히 도로가 있어 맹지가 아니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니 반드시 지적도를 확인해야 한다. 맹지에는 집을 새로 짓거나 이미 있는 낡은 집을 고칠 수도 없다. 허가가 나지 않을뿐더러, 행여 민원이라도 들어가면 애써 지은 집을 헐어야 하는 경우도 벌어진다. 더군다나 부동산에서 아무렇지 않게 맹지를 파는 경우가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무 문제없다고 호통 치는 부동산도 있다. 또, 천연덕스럽게 싸고 좋다며 맹지의 장점을 말하는 곳도 있다.
축사가 있다면 미련 없이 포기하는 게 좋다. 냄새가 장난 아니다. 부동산에서는 “시골에 축사 없는 데가 어디 있느냐”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최대한 떨어진 곳을 골라라. 주변에 축사가 있다는 증거는, 냄새와 (소) 울음소리와 파리다. 겨울에는 냄새가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 곤포 사일리지가 쌓여 있는지, 쇠 파이프에 노랗고 파란 천막, 시멘트벽돌이나 슬레이트로 지은 축사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시골은 그야말로 ‘상식’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동네 이웃의 지나친 간섭이나 텃세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경로당이나 마을회관과 인접한 곳 역시 피하는 게 좋다.
시골에서의 부동산 구입 TIP!
① 주택 구입 시 피해야 할 곳 체크리스트
1. 맹지 2. 송전탑·송신탑 3. 소음이 심한 곳(큰 도로가) 4. 축사 5. 오폐수 처리장 6. 쓰레기소각장 7. 가축을 매몰한 곳 8. 동네 쓰레기장이나 소형 소각장 9. 허가를 낼 수 없는 무허가 건물 10. 이웃과 경계가 불분명한 집 11. 단골 침수지역 12. 습한 땅 13. 도로보다 낮은 집 14. 경사가 심한 곳 15. 완전히 고립된 곳 16. 길이 좁고 외통수길뿐인 곳 17. 북향집 18. 길을 등지고 있는 집 19. 눈이 오면 갇혀 지내야 하는 동네 20. 묘지나 장묘 시설 21. 공장이나 고물상 22. 전투 훈련과 비행 훈련을 하는 곳 23. 동네 분위기가 나쁜 곳 24. 집성촌 25. 절 또는 교회 26. 무당, 점집 27.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노인정 28. 도로명주소와 지번이 다른 집 29. 동네 이름이 거북한 곳 * 1~10까지는 절대 피해야 할 곳 * 개인의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피해야 할 곳과 순위가 다를 수 있다.
② 수많은 매물, 시간 허비 하지 않는 법
시골집은 도심과 다르게 집값이 들쭉날쭉하다. A 부동산에서 내놓은 가격과 B 부동산에서 내놓은 가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시세를 어떻게 파악할까.
1. 인터넷에 사려고 하는 집 지번을 넣고 검색한다. 똑같은 집이 다른 부동산에도 나온 걸 알 수 있다. 차이가 나면 언제부터 나온 매물인지 금액을 확인해 본다. 그 주변에 나온 비슷한 매물로 이 지역 시세를 가늠해 본다.
2. 공시지가로 시세 가늠해 보기. 공시지가 *제곱미터의 값에 2.2에서 2.7까지 곱해 대략적인 시세를 알아볼 수 있다. 도로상황이 좋다거나 주변 여건이 좋다면 2.7을 곱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대개 2 정도 곱하면 무난하다. 물론 건물값은 별도다. 시골집은 다 허물어져서 쓸모가 없어도 1~3천만원까지 건물값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어느 정도 수리를 해서 쓸 수 있는 건물이 있는 경우 이 공식으로 낸 가격보다 값이 더 나간다. 무허가 건물이 아닌 경우에는 공시지가에 건물값도 나오므로 참고하면 어느 정도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3. 쓰레기 처리비까지 예산에 넣어라. 도심에서는 이사 나가는 사람이 쓰레기를 치우는 게 보통이다. 시골은 아니다. 전 주인이 쓸 만한 가재도구 및 가구 등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 쓰레기를 치우는 데 (믿기 힘들겠지만) 1천~3천만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쓰레기 처리비를 대폭 줄이려면, 중간 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치우면 된다. 1톤 용달차를 직접 불러 치우는 방법이다.
③ 부동산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
처음부터 전화로 지번을 알려 주는 부동산은 거의 없다. 전화로 1차 상담하고 부동산을 방문하면 눈치 만점인 부동산은 안내할 곳을 몇 군데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지만 대부분은 다시 상담을 해야 한다. 잠깐 정도 설명을 한 후에 물건을 보러 가자고 하면 그냥 따라나서지 마라. 부동산마다 대개는 따로 돈 주고 보는 전문 지도 사이트가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 지도보다 정확도가 더 높다. 때문에 1. 보여주려는 집을 인터넷 지도로 보여 달라고 청해라. 따로 그런 게 없다고 할 경우 일반 지도라도 보고 검토한 후에 가보는 게 좋다. 2. 이때 고속도로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편의시설은 어떤지, 주변에 철탑이나 축사는 없는지, 땅모양은 어떤지, 건물이 이웃과 서로 침범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피면 된다.
계약했다고 끝?
우여곡절 끝에 맘에 쏙 드는 집을 계약했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경북의 한 귀촌인은 “농촌에서의 거래는 도시와 다르다”며 “단기든 장기든, 계약서를 쓰고 도장을 찍었다고 해도 추후에 법이나 행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라고 말했다. 도시적인 방식의 계약을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시골에서 집을 구할 때는 한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잔금 치를 때까지 등기부등본은 누차 확인하는 게 좋다. 집 상황에 맞는 특약 사항을 사전에 협의해야 하며, 미납된 공과금과 세금을 체크해야 한다. 서류상으로 세입자의 유무도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아울러 계약한 후에는 시청이나 군청에서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을 받아달라고 부동산에 부탁하자. 이중 계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시골에서는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를 아파트를 계약할 때처럼 하나씩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계약 시 확인할 상황
1. 등기부등본
등본 상 주소와 현장 주소가 같은지 확인한다. 집이나 땅의 저당 여부도 확인한다. 중도금과 잔금을 치를 때도 다시 등본을 확인한다. 이때 변동이 생길 경우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을 미리 계약서에 써 두자.
2. 주소는 반드시 지번 주소로.
3. 주소지 숫자나 주민번호 숫자도 확인, 또 확인.
4. 계약서 특약 사항에 현재 등기부등본과 같다는 문구를 넣는다.
5. 전기료나 수도세를 비롯한 공과금 등 정산할 금액을 미리 챙겨라.
6. 집주인이 구두로 약속한 수리내용 등은 반드시 명기한다.
7. 계약하려는 주소지에 세입자가 등록돼 있는지 확인.
8.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을 받아달라고 부동산에 부탁한다.
9.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를 미리 읽어본다.
10. 부동산중개보험증서도 받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