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DMZ의 거점과 동하시와 국도 1과 9호선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
DMZin, 박창현 기자, 2019.10.17.
주민 1000여명 황폐화 된 마을, 20만명 도시로 급성장
동하시,철도·도로 관통 교통요지. 프랑스·미국과 수십년 격전 치뤄
DMZ 해제 후 세계적 도시 급부상. 국도 1호선 DMZ투어 필수 구간
히엔르엉 다리 등 전쟁 흔적 보존. 해외관광객 서비스 등 보완 필요
베트남은 한때 우리나라처럼 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남·북이 냉전시대를 겪은 국가다.베트남이 1986년 도이모이 경제개방정책을 도입해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2000년 이후 세계시장에 문호를 본격 개방하면서 역사 속의 DMZ 마을은 다시금 세계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베트남 중부 중심지 꽝찌성 동하시를 중심으로 DMZ 유적지를 돌아보는 1박2일 또는 당일코스의 투어상품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도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의 관광상품화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베트남 DMZ투어의 중심지로 각광받으면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는 동하를 찾아가 봤다.
1. DMZ으로 살아나는 동하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꽝찌성(廣治省)의 성도인 동하(東河)시는 20세기초만 해도 주민 10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황폐화된 작은 마을이었다.프랑스 식민지 기간인 1946년부터 1954년까지 벌어진 인도차이나 전쟁 중에는 프랑스와 밀고 밀리는 격전을 벌였던 곳이다.1954년 제네바 협정에 의해 남베트남(월남)과 북베트남(월맹)이 통칭 북위 17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갈라질 당시 월남의 최북단도시가 동하였다.
베트남 전쟁기간 동하지역은 군사적 요충지였다.베트남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아시안 하이웨이(AH) 국도 1호선과 베트남 중부를 동서로 관통하는 국도 9호선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다.여기다 베트남 남부와 북부의 중심지인 호치민과 하노이시를 연결하는 철도가 지나가기도 한다.이 때문에 국군과 미군이 참전한 월남전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쟁터 중의 한 곳이 동하지역이었다.1975년 월남전이 공산정권인 북베트남의 승리로 끝나고 이듬해 DMZ가 해제되면서 동하는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현재는 베트남 서쪽에 위치한 라오스를 오고가는 국제버스가 동하에서 운행될 정도로 양 국가간의 무역거점이 되었고 인구도 20만명 가량으로 급성장했다.DMZ로 가로막혔던 베트남의 남과 북이 DMZ을 통해 교통과 교류가 이뤄지면서 그 중심지에 동하가 떠오른 것이다.동하시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세계인이 찾는 도시로 성장해가는 배경에는 ‘DMZ투어 특수’를 빼놓을 수 없다.
2. 호치민루트 국도 9호선
동하에서 남쪽 60여㎞ 지점에는 한국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옛 베트남 왕조의 왕도였던 후에시가 위치해 있다.베트남 DMZ를 돌아보는 유적지투어는 주로 후에에서 출발해 동하에서 서쪽방면으로 향하는 국도 9호선을 타고 북쪽방면인 국도 1호선으로 갈라진다.이중 벤하이강이 흐르는 DMZ을 윗쪽으로 22㎞ 가량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놓인 이른바 ‘호치민루트’로 불리는 국도 9호선 주변은 월남전 당시 미국이 1966년 말부터 10억달러를 들여 전략적으로 사수하려 했던 최전선이었다.‘한번 해병이면,영원한 해병이다’(Once marine,forever marine)라는 말로 통하던 주월 미 해병대가 1966년 전략적 요충지이자 남베트남 최북단인 동하에 사령부를 설치하면서 국도 9호선 주변을 ‘해병거리(Marine Square)’로 불렀다고 한다.
이 지역은 단일 전선으로 2차대전 이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으로 전해진다.미국이 워낙 이곳의 밀림이 우거져 네이팜탄과 화학무기 등으로 정글을 파괴한 지역이기도 하다.전쟁이 없었다면 울창한 숲이 우거지고 코끼리도 서식하는 자연생태지역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베트남 현지대학생 투 라잉씨는 “국도 9호선 일대는 전쟁 전까지 소수민족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평화로운 밀림이었고 호랑이와 코끼리도 출몰할 정도로 울창한 정글이었다”며 “하지만 월남전 당시 미군이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원자폭탄의 7배의 위력에 달하는 폭탄을 퍼부은 격전을 벌인 후에는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평야지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3. DMZ투어 필수코스,국도 1호선
동하에서 서북쪽으로 국도 1호선을 타고 올라가는 코스는 마치 우리나라의 남북을 갈라놓은 휴전선지역으로,베트남 DMZ투어상품의 필수구간이다.동하에서 대략 32㎞ 거리에 북베트남 공산정권이 1976년 남북을 흡수통일하기 이전까지 군사분계선의 상징이었던 벤하이강의 히엔르엉(Hien Luong) 다리가 놓여있다.이곳에서 주목할 곳은 다리 양쪽으로 남측 노란색과 북측 파란색으로 칠해진 난간 이외에 주변에 설치된 통일기념물들이다.남쪽으로 거대한 통일 기념관이 있고 북쪽으로 전쟁영웅 호치민의 웃음띤 얼굴을 담은 전승 축하 형상이 담긴 거대한 게양대가 있다.
DMZ 설정 당시에는 벤하이강과 다리를 두고 남북 양측 경찰서가 설치됐고 현재 우리나라의 DMZ처럼 서로 고성능 스피커로 선전전을 벌일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심지어 휴전 당시 북측 게양대가 미군의 비행기 폭격에 파괴되기도 했지만 북베트남은 11차례나 12~18m 높이의 목조 게양대를 재건하며 미군에 맞섰다.
이 지역이 북베트남군에 점령된 1973년 임시 지방혁명정부가 수립된 직후 35m 높이의 철제 게양대가 재건된 데이어 2001년 다시 38.6m의 높이의 현재 게양대가 세워졌다.그만큼 히엔르엉교 인근의 게양대는 베트남 통일 전후 역사에 큰 의미를 지닌다.
국도 1호선을 타고 히엔르엉교에서 북동쪽으로 10㎞ 떨어진 곳에는 DMZ 설정 당시 최남단 빈목터널이 있다.DMZ관광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코스 중 한 곳이다.여느 관광지와 달리 해외관광객이 몰리자 영어통역이 가능한 관광안내사도 배치돼 있다.
하지만 옛 전쟁의 흔적을 그대로 남긴 노력에도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음식점이나 기념품,해외 관광객을 위한 표지판 등의 서비스는 턱 없이 부족하다.
김창환 강원대 DMZ HELP센터장은 “베트남의 DMZ마을은 통일시대를 맞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교훈이 여러모로 크다”며 “남북한의 자유로운 교류에 대비한 DMZ마을의 체계적인 스토리텔링과 관광상품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박창현·최유진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