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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1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이 일로, 전쟁 후유증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려고 세계 각국에서 자발적으로 찾아와 봉사 중이던 인도주의 활동가 22명이 숨졌다. 2008년 국제연합은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하고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8월 19일을 ‘세계 인도주의의 날’로 제정했다.
인도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상이다. 따라서 인도주의자는 인종, 민족, 국가, 종교 등의 다름을 초월하여 인류의 안녕과 복지를 염원하고 추구한다. 그들은 어디든 달려가서 돕는 인류애, 누구든 돕는 공평함, 지시에 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헌신하는 자주성, 대상의 시비를 따지지 않는 중립성을 지킨다.
인도주의자들은 그리스 독립운동을 도우려고 이역만리 달려가 자원 참전했다가 사망한 영국 시인 바이런이나, 에스파냐가 독재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데 힘을 보태려고 죽음의 위험에도 이베리아 반도로 뛰어간 헤밍웨이 및 조지 오웰과 경우가 다르다.
약소국을 침략하는 강대국에 맞섬으로써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꾼 춘추전국시대 묵가 사상가들과는 더 더욱 다르다. 바이런, 헤밍웨이, 조지 오웰, 묵가의 사례를 거론하는 것은 결코 죽임을 당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바그다드 인도주의자들이 피살되었다는 뜻이다.
성경, 불경, 코란 등 종교의 경전은 한결같이 인도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유학을 국가이념으로 채택했던 한 무제와 인도 최초 통일 왕국을 건설한 마우리아 왕조 전성기의 독실한 불교 신자 아소카왕이 무수한 사람을 죽인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다.
종교 경전은 모두 문학작품들이다. 직설로 말하지 않고 숱한 비유와 상징을 구사한다. 인류의 삶에 피와 살이 되는 보편적 진리를 유려하고 맛깔나는 문장에 담아 제공한다. 즉, 종교를 가진 사람이 타인을 미워하는 현상은 교리를 올바르게 깨치지 못한 설익은 신앙의 결과물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보잘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미국인(Rise From Humble Beginnings)’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책을 많이 읽으라. 그러나 많은 책을 읽지는 말라”고 한 그의 당부에 빗대자면, 고도의 인도주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경전을 읽고 또 읽어 그 아름다운 향기를 제대로 맡은 사람만이 참된 종교 신자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