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창세 신화
신화는 어린 아이들에게 ‘옛날 옛적에------’라며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신화의 체계에서는 창세신화부터 시작한다. 창세에는 ‘최초,라는 말이 반드시 들어간다. 그리스의 창세신화도 최초의 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스 창세신화는 대체로 3가지로 말한다. 호머의 ‘일리아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그리고 오르페우스의 신화이다. 창조는 무에서 태어난다는 뜻으로 코스모고니아(cosmogonia)라고 한다. 코스모스는 질서라는 뜻이고 고노스는 출생의 뜻이므로 천지창조가 질서로 태어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창조신화는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신들의 투쟁보다는 더 근원적이고 원초적이다.
질서이전의 세계는 혼돈(카오스)이다. 그래서 창조신화는 혼돈에서 시작하여 질서가 생겨났다는 뜻이다. (중국신화식으로 해석하자면 질서는 곧 의례를 말한다.) 창조신화는 ‘태초에(in illo tempore) 카오스로부터 질서(cosmos)가 태어났다.’로 시작한다.
그리스 창조신화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가장 잘 다듬어져 있으므로 신통기를 응용하겠다.(호머의 일리아스는 15680행에 이르는 방대한 서사시이지만 창조에 대한 이야기는 2행 뿐이다.)
<헤시오도스의 천지창조>
헤시오도는 기원전 8-7세기 경의 사람이다. 즉 제우의 올림푸스 신족이 패권을 치지하고신족체계를 확립한 뒤의 사람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순서대로 말하자면 카오스가 제일 먼저이다. 그러나 카오스는 그냥 어둠이고, 거대한 입벌림이고, 틈새로서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카오스는 존재 이전의 무존재는 아니다. 원형의 세계로서 아직 질서가 확립되지 않는 그 어떤 세계이다. 카오스에서 가이아가 태어나고, 다음에 에로스가 태어났다. 카오스, 가이아, 에로스가 태초의 3신의 체계를 이루었다.
가이아(Gaia)는 땅(ge)과 할머니(maia)의 합성어이다. 땅의 신, 대지-어머니를 상징함으로 생산고 출산을 뜻한다. (우리는 大地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대지는 스스로 잉태하는 힘을 지닌다. 대지는 처음에 혼자사 천공인 우라노스를 생산하였다.(단성생식이다.) 이루로는 천공인 우라노스와 함께 에로스(교합이라는 뜻)의 도움을 받아서 많은 신을 탄생시켰다. (양성생식이라는 뜻) 티탄의 여섯 형제와 티탄의 여섯 자매를 낳으므로 모두 열 두 자매이다. 막내 아들이 크로노스(Kronos)이다. 이외에도 악마의 속성을 가진 여러 신들을 탄생시켰다.(대표적인 신이 크로노스, 레아. 테티스, 외눈박이 신 키클롭스(악마신이다.) 등이다.) 가이아는 생산이라는 속성에 의거하여 많은 신을 탄생시켰다. 대체로 악마적 속성을 가진 신족들이다.
가이아가 생산한 티탄족의 12신은,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체로 나쁜 신의 대우를 받는다. 우라노스는 가이아와 너무 가까이 밀착하여 있었으므로 가이아도 답답했고, 태어난 자녀들도 땅 위에 머물 수가 없었다. 하늘과 땅을 분리하는 방법은 우라노스의 남근을 제거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거세) 가이아가 아들들을 불러서 낫을 주면서(철제 낫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남근을 잘라라고 하지만 모두들 두려워서 도망을 갔다. 막내인 크로노스가 낫을 들고 아버지인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자르자 우라노스는 위로 올라가서 천공이 되었다. 잘린 생식기에서 흘린 피가 바다에 떨어지자 파도가 일으키는 거품과 결합하여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탄생한다. (미는 거품에서 태어났으므로 일시적이고, 빨리 변한다고 한다.)
헤시오도스의 창세신화가 함의하는 것을 해석해보자. 크로노스의 어원은 ‘자르다’, ‘지혜’ 여러 가지로 해석한다. 그러나 시간의 의미로도 해석한다. 시간 앞에서 아버지는 자식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라는 뜻으로 읽는다. 또 아버지의 살해라는 신화적 모티브가 태어난다. 크로노스는 자식에게 살해 당할 지도 모르는 불안에 시달린다.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결합(에로스)도 여러 가지 신화적 모티브를 제공한다. 우라노스의 남근을 자른 낫은 철제라고 한다.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바뀌는 역사적 흐름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라노스를 제거한 크로노스는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지만 자신도 언젠가 아들에게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쌓인다. 자신의 여동생이기도 한 레아와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모두 삼켜버렸다. 이들은 하데스(지하의 신), 포세이돈(바다의 신), 헤스티아(가정, 건강의 신), 데메테르(대지의 신), 헤라(제우스 신의 아내), 그리고 막내 제우스이다. 레아는 막내인 제우스만은 살리고 싶었다. 크로노스를 속이고 제우스를 크레타의 이데산 동굴 속으로 데려가서 몰래 키웠다.(이때 염소의 젖을 먹었고, 염소의 뿔이 권능을 상징했다. 유목민이었음을 말하는 자료라고 한다.)
다시 제우스의 형제 자매로 구성된 올림푸스 신족과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형제로 불리는 티탄족, 자이안트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10년 간의 전쟁 끝에 올림푸스 신족이 승리한다. 자이안트(기간테스) 족은 우라노스가 성기가 잘릴 때 흘린 피가 땅(가이아)에 떨어져서 태어난 자식들이다. 그래서 모신족이라고 말한다. 가이아의 아들로서 힘이 장사일 뿐아니라 다리는 온통 뱀이다.
이 전투에는 제우스의 자식들도 참전하였다. 제우스는 번개로 무장했고(천신족의 신임을 나타냄) 딸인 아테나는 창과 방패로, 제우스의 아들들인 디오니소스, 아레스, 헤파이토스, 아폴론 등이 참전하였다. 자이안트 족을 처부순 되에는 바다의 괴물인 튀폰과 전투에서도 승리 하였다.
이로서 이 세상의 지배권은 가이아의 자식들인 모신족에서 올림푸스 신족에게로 넘어갔다. 올림푸스 신족의 우두머리인 제우스가 최고 신이 되었다. 말하자면 오랜 전쟁 끝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 진 것이다.
신화의 해석은 우리에게 고대사회의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 준다.
가이아 신족과 올림프스 신족의 투쟁은 모신을 믿는 종족과 천신을 믿는 종족 간의 투쟁으로 본다. 모신 족은 말할 것도 없이 여신을 숭배하던 토속 집단을 말한다. 천신족은 북방에서 남하 해 온 유목민 집단을 말한다. 유목민은 태양을 위시하여 자연신을 믿으므로 천신족이라 한다. 토속 집단인 모신족은 모계사회이고, 농경 정착민이다. 유목민은 부권사회이다.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바뀌는 역사적 사실을 신화화한 것이다.
대체로 기원 전 2000년 경이면 북방민의 남하가 나타나면서 청동기 문화가 꽃을 피운다. 크레타 문명이 여신을 숭배하는 모계사회라면 미케네 문명은 북쪽에서 남하해온 유목민이 이룬 부계사회이다. 그 사이에 지배권력의 교체가 일어났음을 뜻한다. (크레타 문명에서 많은 여신상이 유물로 출토되었다. 마찬가지로 미케네의 유물, 유적은 부권적 사회를 보여주는 유물, 유적이 발굴되었다.)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제거할 때 흘린 피가 땅을 적셨다는 것은 고대 아시아의 농경사회에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례에 기원을 둔다. (할례 의례, 할례 때 흘린 피가 땅을 적시는 것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례이다. 피는 생명의 상징이다. 남근도 생식의 상징이다. )
제우스가 크로노스를 제압하였다는 것은 후발 민족이 먼저 와서 정착하고 있는 부족을 제압하였다는 뜻이다. 북방에서 남하 한 아리안 족들이 아마도 아시아 쪽에서 들어와서 터를 잡고 있는 토속 부족(크레타 문명)을 복속시키는 역사적 사실을 신화화 하였을 것이다.
크레타와 에게 해는 해양국가이다. 대체로 악마적 속성을 가진 신들은 바다와 연관된 신이다.크레타의 도자기에 그려진 문어도 바다의 신 내지 괴물신의 표현한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 신화에 나타나는 많은 괴물신이 바다와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리아인이 도래하기 이전부터 있던 신일 수가 많다.
제우스 이전의 신의 특징은 선한 신이든, 괴물신이든 자연 현상을 신격화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 많다.
제우스는 코로노스의 막내 아들이다. 막내 아들이 올림프스 신족의 최고 신이 되었다. 이것은 아시아 계 유목민 사이에 있는 막내 아들의 상속 풍습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그리스 창세신화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인류의 초기 역사를 요약하였다고 하겠다. 인류 초기의 야만의 역사에서 모전적 신화의 역사를 거쳐 부권적 신화의 역사로 흘러가는 것을 보여준다. 청동기 시대는 모권적 모신 신앙이 중심이다. 철기 시대가 되면 영웅적 전사들이 활동을 하면서 천신인 남신을 숭배하는 부권사회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모권사회에서는 자연신을 믿었고, 부권사회에서는 인간이 만든 사회질서를 강조하였다.
그리스 미술을 공부하면서 크레타 문명--> 미테네 문명 --> 그리스 문명으로 바뀌는 과정을 유물과 신화적 지식과 역사적 흐름을 같이 하여 이해를 하면 훨신 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참고 서적
신화학 강의 임지해 열린 책들
그리스 신화의 이해 이진성 아카책
그리스 신화 장영란 살림
신화와 예술 아리안 에손 청년사
** 다음 시간에 읽어 오시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