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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언 플린의 소설 'Gone Girl(사라진 여자)'를 영화로 옮긴 데이비드 핀처의 추적 스릴러 '나를 찾아줘'는 팜므파탈 아내의 가출소동을 엽기적이고 코믹하며 씁쓸하게 그려냈다. 원작소설은 2012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스릴러에 일가견이 있는 데이비드 핀처는 다소 평면적인 부부의 막장스토리에 극적인 반적으로 고품격 불랙코메디를 빚어냈다. 이 영화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인 쇼윈도 부부, 사이코패스, 미디어조작 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대입해 관객들의 공감지수를 끌어올렸다.
1.쇼윈도 부부.
요즘 '쇼윈도 부부'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실제로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마치 잉꼬부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부부를 뜻하는 말이다.
'디스플레이 부부'라고도 한다.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 구매욕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화려하고 깔끔하게 상품을 진열해 놓은 백화점이나 상점의 쇼윈도는 불이 꺼지면 어둡고 삭막한 공간이 된다. 넓은집에서 부부가 각방을 쓰는 중산층의 메마른 집안풍경이다.
남편 닉(밴 애플렉)은 미국에서도 촌동네로 분류되는 미주리 출신의 허우대만 그럴듯한 대학강사다.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는 뉴욕출신에 어린시절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연재동화의 실제인물이었고, 하버드대학을 나온 지성과 미모와 재력등 '누구나 부러워하는 '삼종세트'를 갖춘 재원이다. 어린시절부터 언제나 남자들을 압도해야 하고 여자들의 질투를 받아야 하는 소위 '알파걸'이었지만 평범한 남자와의 결혼은 그 모든 것을 퇴색시켜버렸다.
뉴욕에서 미주리로 이사한 후 남편은 처가에 돈을 빌려줬다는 아내의 말에 발끈하는 좀생이 주제에 파릇파릇한 여제자와 바람을 피우다 아내에게 들켰다. 학창시절부터 주변에서 치근대는 남자들을 성폭행범으로 옭아매어 파멸시켰던 남성혐오주의자 아내의 비밀을, 아내가 결혼 5주년 기념일 감쪽같이 실정된뒤 뒤늦게 알게 된 남편이지만, 이제 자신이 목을 조여오는 살해 물증들에 속수무책이다. 사라진 '에이미'의 목표는 임신한 아내를 살해해 시체마저 어딘가에 유기한 남편을 파렴치범으로 만들어 전기의자에 앉히는 것이다.
<남편 닉(밴 애플릭)이 방송에 나와 부인을 찾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 사이코패스
아내 에이미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사이코패스다. 사이코패스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다. 평소에는 이 정신병이 잠재되어 있다 범행을 통해서만 드러나 주변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이코패스 에이미의 행동심리가 촘촘하게 전개된다. 남편을 추락시킬 단서를 이곳저곳 주도면밀하게 감추놓거나 학창시절부터 자신을 짝사랑하던 남자동창이 위기에서 도와줬는데도 불구하고 실종과정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기위해 무표정한 얼굴로 성관계도중 살해하는 비정한 모습을 보인다. 사이코패스 당사자가 여자라는 점 또한 신선하다. 영화 속 소시오패스는 으레 연쇄살인범으로 표출되는데, 그들에게 기본 체력은 물론, 도구사용능력, 공간지각력, 치밀한 계획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개 남자배우가 총대를 메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그러나 현실속 사이코패스는 여성들에게도 드물지않게 발견된다. 의붓딸을 상습폭행해 살해한 울산계모사건, 남편을 살해해 고무통속에 보관해놓은 포천빌라살인사건은 가끔 신문사회면을 장식한다.
<희대의 팜므파탈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
3. 미디어 조작.
'사람들은 보고싶은 현실만 보려고 한다' '미디어의 이해'를 쓴 마샬 맥루한의 말이다. 미디어가 조작될 수도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데이비드 핀처는 미디어 조작을 통해 대중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떠오른다. 아내의 실종이 보도되자 동네사람들이 함께 찾아나서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남편 닉의 집에 몰려와 촛불을 들고 격려한다. 남편 닉은 방송보도 방향에 따라 순애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남편이 되기도 한다. 사실은 비틀리고 진실은 언제든 뒤집어진다. 극적인 반적으로 해후한 부부는 얼음장보다 더 싸늘한 사이가 되지만 TV카메라앞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등장하자 대중은 열광한다. 행복의 이면에 감추어진 비극적인 모습은 데이비드 핀처가 보여주고 싶은 슬픈현실일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영화 리뷰.
첫댓글 난해해지는 세상, 무뎌지는 나
영화도 해설을 들어야 이해가 간다는...
동 터와 빛 밝혀주시니 보여!
아, 우리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