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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11 뉴질랜드 럭비월드컵이 개막됐습니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과거 영연방까지 포함해 세계적으로는 굉장한 인기를 누리는 메이저 스포츠 중 하나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에서는 NFL과 마찬가지로 골수 마니아 외엔 즐기는 이들을 찾을 수 없는 종목이 바로 럭비입니다.(제 경우, 두 종목 모두 룰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보진 않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STAR TV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장면이 포착되지 않으면, 사실상 이 거대 스포츠 이벤트를 경험할 루트가 인터넷 외엔 없기도 하고요. 참고로 이 두 유사 스포츠의 대표적인 차이점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있는데, 가장 큰 것으로 전진패스가 가능한가 아닌가, 제 생각을 잠시 첨언하도록 하겠습니다. 축구로 보면 간단합니다. 1863년 오프사이드 룰의 개정으로 자신보다 앞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를 할 수 있게 된 시점 전후의 차이점을 보면 됩니다. 자신보다 동일선 이하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만 패스를 할 수 있었을 때, 즉 토털 오프사이드 시대엔 팀 전체가 골대를 정복해야만 했습니다. 럭비에 해당이 됩니다. 반면 자신보다 앞에 있는 선수에게 전진 패스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상대방 골대는 골을 넣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침투를 해야만 하는 공간으로 변모했고 말이죠. 미식축구에 해당이 되는 얘기입니다. 럭비나 이 스포츠에서 파생이 된 미식축구나 모두 땅따먹기란 큰 틀에서 이해가 되고 있지만, 그 땅따먹기의 방식은 사뭇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전 두 스포츠를 앞선 틀에서 이해하고 있는데, 그래서 상당히 다른 측면에서 매력을 뿜어내는 스포츠라 여기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한 시선으로 보는지 모르겠네요.
잡설이 길었습니다. 본문은 앞선 얘기와는 별 상관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2011 뉴질랜드 럭비월드컵 오프닝 세러모니를 봤습니다. 경기가 아닌 이러한 잡다한(?) 이벤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잠시 보다가 채널을 돌립니다. 게다가 컴퓨터를 통해 본 것이니 그 인내심의 한계치도 줄어들 공산이 컸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막식은 다 봤습니다. 절대적 규모와는 상관이 없이, 창의력의 크기에 압도당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보통 이러한 거대 이벤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싸구려 물량공세의 위험을 멋지게 피해갔습니다. 자신들의 전통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강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통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편적인 언어로 재해석,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 속한 이들에게도 충분히 어필이 될 수 있는 영민함을 보여줬습니다. 개막식 전체의 흐름이 각자 분절이 돼있지도 그렇다고 산만하지도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결국 럭비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뭉치게 만든 자연스러움에 혀를 내둘렀답니다. 보기 드문 무대였습니다. 극찬이 절로 나오더군요.
뉴질랜드인들에게 뉴질랜드의 스포츠를 상징하는 팀 하나를 꼽으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이 자국 럭비 대표팀인 올 블랙스(All Blacks)를 선택할 것입니다. '인빅터스'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극복해야만 하는 팀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을 아는 분들이라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눈치를 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프닝 세러모니에서도 등장한 마오리족(族)의 전통춤인 '하카'. 올 블랙스가 추는 하카는 과거 마오리족 전사들이 출전을 하기 전 승리를 기원하고 적에게 겁을 주기 위해 췄던 것을 뿌리로 뒀다고 합니다. 단, 올 블랙스로 인해 세계적 유명세를 타게 된 춤이기에 '하카=전쟁을 위한 남성 전사들의 춤'이란 공식이 알게 모르게 만들어졌지만, 실상은 아니라고 하는 사실. 춤의 목적이나 성격 및 인적구성 등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참고로 하카는 오세아니아 섬나라 원주민들의 전통춤이라 마오리족 외 다른 부족들도 그들만의 하카를 갖고 있습니다.
보통 하카를 갖고 있는 나라들끼리 경기를 펼칠 때면 한 팀이 하카를 펼칠 때 다른 팀은 이를 바라보고, 먼저 시작한 팀이 하카를 끝내면 다른 팀이 자신들의 하카로 응수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2003년 호주 럭비월드컵에서 뉴질랜드와 통가 선수들의 박진감이 넘치는 동시 의식이 치러졌답니다. 피가 끓어오를 정도로 멋진 장면이더군요. 한편 하카가 없는 팀은 일렬로 선 채로 하카가 있는 팀의 의식을 바라보는 게 불문율입니다. 그렇지만 꼭 서서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룰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상대팀의 도발에 멋지게 응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은 무엇을 할까? 예컨대 잉글랜드 홈에서 자국 대표팀이 뉴질랜드 대표팀과 경기를 펼칠 때라면, 올 블랙스의 하카가 시작되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큰 소리를 질러 자국 대표팀 선수들이 그 기세에 눌리지 않게끔 도와준다고 합니다. 하카의 대결// 도발에 응수하는 자세//팬들의 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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