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56일간 인천 계양산 자락 12m 높이 소나무 위에서 고공 시위를 벌여 롯데건설의 대단위 골프장 건설 계획을 막아낸 작은 거인 신정은(29세·관광 4) 인천녹색연합 간사는 요즘도 계양산 자락으로 발길을 옮긴다. 롯데건설이 종전보다 축소된 골프장 건설 계획안을 다시 인천시에 제출함에 따라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공 시위 중인 윤인중 목사를 돕기 위해서다. 그는 53개 시민사회 단체와 연계해 윤인중 목사의 수발 드는 일을 자청했다. ◈ 나는 환경지킴이= “나무에서 내려와 조력자가 돼 보니 (나무) 위에 있는 사람 못지 않게 밑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난 두 어 달 동안 저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위에서 시위하는 사람 만할쏘냐? 1.5평 남짓한 공간에 겨우 텐트 하나, 침낭 하나 속에서 뼛속까지 시리다는 한 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싸울 때는 사실 고통스럽기도 했단다. 특히 한밤중에 강풍이라도 불어올라치면 심하게 흔들리는 나무의 울림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씻지 못하는 ‘찝찝함’이었단다. 생리적인 부분, 가령 용변 처리와 같은 문제가 가장 난감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었다.
“별로 깔끔하지도 않은 데 씻는 문제가 제일 고달프더라고요. (하하) 나무에서 내려 올 즈음에는 몸에 냉기가 돌아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되기는 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환경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환경파괴는 언젠가 우리에게 재앙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몫이기 때문”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이런 소신이 7년 여의 직장생활을 과감히 청산하고 지난 해 인천녹색연합 식구가 되는 원동력이 됐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개발을 막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자연은 공생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자연 친화적인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천에는 산이라곤 계양산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 곳에 골프장이 들어오고, 밤낮 없이 제초제 등이 뿌려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인근의 자연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그 영향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갑니다.”
이처럼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관심이 절실하단다.
“나무 위에 있는 동안 인천 주민들의 따뜻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결국 그 힘이 원천이 돼 골프장 건설 계획을 막을 수 있었지요. 마찬가지로 국민 모두가 환경에 관심을 가진다면 무차별적인 개발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는 방송대인= 이런 그가 우리대학에서 전공하는 학문은 아이러니 하게도 관광학이다. 혹자는 환경운동하는 사람이 웬 관광학이냐며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쉽게 연계성을 찾을 수 있다. 진보적 환경운동가인 신 학우는 관광학을 배우면서 개발과 관련한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대학에 입학한 것은 환경단체에 들어오기 전입니다. 평소 관광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교양 차원에서 학업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될줄 몰랐습니다.”
평소 환경운동 못지 않게 출석수업, 학습동아리 활동 등도 열심히 했던 그는 지난 해 연말 고공시위를 하면서 거의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가 시위를 마치고 내려 온 지난 12월 20일은 이미 3·4학년 기말시험이 끝난 시점이라 3학년 2학기 재수강이 불가피해졌다.
“시험을 치를 수 없었던 건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못하면 다음에 또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대학이니까 조금은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꼭 다 이수해야지요.”
앞으로 관광학을 비롯해 좀 더 많은 공부를 한 뒤 문화해설가나 생태해설가가 되고 싶다는 그. 작은 몸으로 계양산 줄기 자락 전체를 끌어안았듯 10년, 20년 뒤에는 문화해설가나 생태해설가 신정은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