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세가 대세로 자리잡는 것일까.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3달러대까지 떨어지자 본격적인 하락기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 전문가들은 세계성장이 둔화되면서 유가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투기적인 수요가 위축되면서 그동안 형성됐던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오름세가 유지될 것이며 지정학적인 문제들이 재발하면 유가는 다시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5%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 9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2.23달러(1.8%) 내린 123.26달러에 마감했다.
이로써 유가는 지난주에만 4.8% 떨어졌다. 유가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최고가인 145.18달러를 기록한 이후 9거래일 중 7일간 하락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예상이 지속된 가운데 석유수출기구(OPEC)가 이달 일일 생산량을 늘렸다는 페트로로지스틱스 통계가 전해지면서 유가가 내렸다.
MF 글로벌의 존 길더프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 투자자들이 고유가와 신용위기가 글로벌 경제에 가한 타격을 인식하면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배럴당 123달러대까지 떨어지자 그동안 형성된 거품이 꺼지는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그동안 우가가 중국 등 이머징 마켓과 선진국들의 수요증가 등 상승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1년 사이에 2배 이상 오른 것은 비정상적이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투기세력들이 국제 원유시장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더 투기적 목적의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이 본격화하면 유가는 100달러선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그레그 그로 시카소 소재 아처파이낸셜서비스 원자재 국장은 최근 "투자자들이 거품이 낀 원자재에서 저평가된 주식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감지돠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도 최신로에서 "최근 10%넘는 유가 급락이 오리 붐 종말을 알리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서자 향후 유가 수준에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1년 전 수준인 60~7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교수는 "국제 유가는 최근들어 너무 많이 올라 너무 높게 형성된 가격이 무너질 것으로 본다"면서 "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면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유가는 내년과 향후 18개월 내에 배럴당 60~7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의 차킵 켈릴 의장도 26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기자들과 만나 달러 가치가 안정되고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되면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제리 석유장관인 그는 "유가에 불안 요소가 물론 존재한다"고 말했지만 "장기 유가는 지정학적 간섭과 미국의 통화 정책 개입이 없을 때 통상적으로 떨어지는 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석유 요소가 수급 변화보다 유가에 더 튼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과 이란이 최근 가진 고위급 접촉 결과와 달러가치가 유가에 결정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뉴스 조사 결과 애널리스트 28명 가운데 46%인 13명은 이번주 국제유가가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 중 10명은 유가 변동이 거의 없을 것으로, 18%인 5명은 유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티선물의 팀 에번스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증산과 미국 내 휘발유 재고 증가로 유가가 떨어질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OPEC 이란 대표인 모하마드 알리 아티비는 26일 이란 사반드-e-에므루즈에 게재된 회견에서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고 중동의 정치 상황이 나빠지면 몇 년 안에 유가가 배럴당 5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동에 또 다른 전쟁(이란 침공)이 발생하면 이란 석유뿐 아니라 역내의 모든 석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유가가 상승하는 게 아니라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