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3.26.일요일.맑음
봄! 따스하고 푸른 봄이다
모든풀들은 땅 속으로부터
연약한 잎사귀 새싹을 내 놓고
할미꽃이랑 진달래꽃은 벌써 피었고
오늘은 정말 봄 맛이 흠뻑 젖어 들었다
너무도 따스한 봄!
왠일인지 방안에 앉아 있기가 따분한 맛이어서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때를 생각해 봤다
앨범도 보고
정말 세월이 유수 같다더니만
국민 학교 다니던 때가 어제같이 내 눈에 선 하구마는
벌써 국민학교 졸업한지가 오년째..
앨범을 펼처 보면서 한가지 한가지
사람마다 한참 씩 그때 그 모습을 회상해 보았다
그때가 정말 마음 편하고 즐거운 때라고 생각된다
그시절이 그립구나...
이 앞 내 에서 못을 막고
방구산으로 서당 너머로 참꽃따러 가던 일
정말 수 없이 즐거운 추억과 철없이 마냥 까불었던 때다..
오늘 낮에는 아이들이 버들피리(호때기)를 불고 다녔으며
창환이 하고도 방구산 꼭대기에서 동네를 내려다 보았다
논밭엔 보리가 이젠 시 퍼런 진한 녹색으로 들을 덮다시피 되었고
진달래꽃은 핀 것도 있고 맺은 것도 있었다
아 ! 푸른하늘 시원한 바람
아담하고 평화스러운 비미골
아까는 형이 종갓집(성문씨)에 알매 이인다고 갔고
나는 따스한 봄을 할 일없이 지루 하게 보내는 오늘
나의 앞날이 걱정 된다
다른사람은 할 일이 있어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나는왜
할 일없이 이렇게 빈둥빈둥 놀기만 하지?
집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이 도통 안 나는 구나...
지금 열시 삼십분 정도
형은 아직 놀러갔다 안왔다
아까 저녁먹고 의술이 한테 돈 50원 줄려고 가다가
흙못 밑에서 힘껏 달리다가
신이 벗겨져서 발바닥이 아파서 보니
오 센찌 쭘 쪽 갈라졌다 두 군데나
피는 안났다 지금도 좀 아프다...
◈ 5년이 뭐라꼬,,ㅎㅎ
60년이 지났구마는 나이가 73살인데 ....
그때 종가에 집을 지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