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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로교회 교인들은 주황색 조끼를 입거나 어깨띠를 두르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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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중학교 건물 8층에 있는 강당에서는 '서울로교회'가 새겨진 주황색 조끼를 입고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울로교회 교인들이었다. 강당을 찾은 수영로교회 교인들은 서울로교회 교인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며 방명록을 작성했다.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설립 예배를 위해 부산에서 찬양팀과 연주자들이 올라왔다. 수영로교회 이규현 담임목사는 서울로교회 교인들에게 언제든지 부산에 놀러 오면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예배에 참석한 이들에게 서울로교회 교인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규현 목사는 여러 차례 '서울로교회'를 '수영로교회'로 잘못 불렀지만 사람들은 웃으면서 넘겼다.
이 목사의 설교가 끝난 후, 수영로교회 교역자 약 40여 명이 서울로교회 유승복 목사와 예배에 참석한 교인 40여 명에게 축복송을 불러 줬다. 앞에서 축복송을 듣던 유 목사와 교인들은 계속 눈물을 훔쳤다. 수영로교회 교인 중에도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서울로교회의 몇몇 교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부산 출신의 20대 여자 청년은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한 뒤, 대형 교회 위주로 교회를 옮겨 다니다 서울로교회에 오게 됐다고 했다. 아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50대 남성은 그동안 명성교회에 다니다 2년 정도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고 했다. 마침 집 근처에 교회가 새로 생겼으니 가 보라는 지인의 추천이 있어서 서울로교회에 나온 지 두 달 정도 됐다. 그는 수영로교회라는 교회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교회 행정을 총괄하는 60대 집사는 수영로교회에 다니던 교인이다. 올해 서울로 이사 왔는데 마침 분립 개척 준비 모임을 한다고 해서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큰 교회만 다녀 봤지 개척교회를 섬겨 본 적이 없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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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로교회 설립을 축하하기 위해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200여 명이 서울을 찾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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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교회 아닌 분립 개척교회"
서울로교회의 설립은 수영로교회 교인들의 기도 모임으로 시작했다. 서울에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비전에 동감한 수영로교회 일부 교인들이 2월부터 부산에서 기도회를 연 것이다. 한 달 뒤에는 서울에서 화요 기도 모임이 시작됐다. 기도회 인도는 수영로교회 부목사가 맡았고 찬양팀도 부산에서 올라왔다. 이규현 목사가 매주 설교를 맡았다.
화요 기도회에는 꼭 수영로교회 출신만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이 목사의 설교를 듣고 오는 사람도 있고, 시드니 새순교회에서 이 목사와 함께 신앙생활했던 교인들도 왔다.
화요 기도회에 모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 100여 명이 됐고, 화요일에 모이던 사람들 중 일부가 주일에도 모이길 원해 8월 2일부터 동신중학교 강당을 빌려 주일예배를 드렸다. 40여 명으로 시작한 주일예배는 현재 아이들까지 포함 총 70여 명이 모이고 있다. 20‧30대와 60대가 교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서울로교회 설립 감사 예배 전날인 12월 8일, 화요 기도 모임에 참석해 수영로교회 이규현 목사와 서울로교회 유승복 목사를 만나 교회 개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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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로교회 이규현 담임목사는 한국교회를 갱신하는 건강한 교회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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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현 목사는 대형 교회 이름을 앞세워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수영로교회에 부임한 이후, 부목사들에게 교회 개척을 권장하고 있지만 '수영로'라는 이름을 쓰는 것과 같은 교단에 가입하는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화요 기도 모임을 하면서도 외부로 광고 한 번 하지 않았고, 대부분 입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다. 지금은 돈만 있다고 개척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마음을 합해 사람들을 모아서 개척하는 시대"라고 했다.
서울에 이미 교회가 많은데 굳이 또 교회를 개척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시대에 '건강한 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에 '개척교회=실패'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했다. 작은 교회들이 문을 닫고 교회를 개척하면 망한다는 생각 때문에 젊은 목사들이 개척을 꺼린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같이 어려운 때에 건강한 교회를 개척할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규현 목사는 수영로교회가 초기 개척 자금을 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대여 중인 강당의 임대료는 수영로교회에서 이미 지급했고, 앞으로 서울로교회 담임목사 사례비도 1년 동안 지원하기로 당회에서 결의를 마쳤다. 하지만 대형 교회가 돈으로 교회를 세운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초대형 교회인 수영로교회가 돈만 가지고 교회를 개척했으면 건물을 사서 제대로 갖춰 놓고 번듯하게 시작하지 이렇게 중학교 강당을 빌려서 교회를 시작했겠는가"라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는 앞으로도 수영로교회에서 개척해 나가는 부목사들은 학교를 빌려서 개척하도록 권장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로교회 담임을 맡게 된 유승복 목사도 서울로교회가 수영로교회에 종속된 교회가 아닌 독립된 교회라고 했다. 유 목사는 수영로교회에서 6년간 부목사로 사역했는데, "서울에 가서 교회를 맡아 달라"는 이규현 목사의 제안을 한 달 전에 받았다. 다음 세대(교육부) 총괄 디렉터로 이미 안정적인 사역을 하고 있었던 터라 갑작스러웠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그는 동신중학교 강당이 2016년 2월에 계약 만료이기 때문에 우선 계약을 연장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지역 교회와 어떻게 더불어 성장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수영로교회에서 사역하면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서울로교회 교인들과 함께 교회를 꾸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곱지 않은 교계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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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로교회는 강동역 인근 동신중학교 8층 강당을 빌려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수영로교회는 서울로교회 개척의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교계의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초대형 교회가 서울에까지 와서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수영로교회가 교회 개척을 위해 들인 시간과 공은 인정하지만, "'서울로'라는 이름을 쓴 것은 수영로교회를 연상하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의 브랜드화"라고 했다.
박 목사는 "대형 교회마다 이름을 브랜드화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지금 표면적인 내용만 봐서는 자기 교회 확장이라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자기 교회만 뛰어난 교회, 영적으로 힘 있는 교회라는 것 같은데 그런 지나친 자부심도 경계해야 한다. 수영로교회가 정말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교회를 세운다고 하면, 교회 없는 지역에 가서 교회 개척을 하지 왜 서울을 택했을까. 이 현상이 그렇게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교인 200명이 넘으면 교회 분립을 정관에 명시해 놓은 예인교회 정성규 목사도 수영로교회가 한국교회 갱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부산 교회가 서울에 '진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성장주의 관점에서 보면 또 하나의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교회 브랜드의 힘으로 수도권에 흩어진 수영로교회 출신을 한곳으로 모으겠다는 건데, 수도권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교회 가는 건 일도 아니다. 앞으로 지방에 있는 다른 대형 교회들이 따라할 것 같다. 자기 교회 다니던 사람들이 서울에 가면 다 대형 교회로 흩어지는데 수영로교회의 예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라고 했다.
부산 출신으로 교회2.0목회자운동에서 활동하는 선교학자 황영익 목사는 대형 교회가 '브랜치(가지)' 교회를 세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초대형 교회의 생리라고 봤다. 그는 "초대형 교회에 새로운 목사가 부임하면, 전임 목회자가 했던 것 외에 새로운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수영로교회는 부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전국을 향해 가는 전략을 택한 것 같다. 여론을 의식해서 이름에서 '수영로'라는 글자를 뺀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수영로교회가 세운 지교회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이미 10개월 동안 이규현 담임목사가 직접 서울에 와서 기도회를 인도한 것을 보면 명백한 브랜치 교회인데, '수영로서울교회'라고 부르던 이름을 '서울로'로 바꾼 것은 대형 교회 브랜드화를 위한 세련된 '위장 전략'이라고 했다. 황 목사는 "서울로교회가 정말 순수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수영로교회와 관계를 일제히 끊고 성장주의 전략을 택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건강한 교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첫댓글 정말 건강한 교회가 맞을까!
역시나 브랜드겠지요.
우리를 지치게 하는 저들에게
한 마디 던지고 싶네?
에이~~ 냄새가 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