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는 1976년 라디오방송에 나온 작품을1977년 임정규 감독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 당시, 초등학교에 들어갔던 기자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보고 느꼈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1년 전 제작된 <로보트 태권V>와 견줘 봐도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손색이 없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깊은 산 속에 살던 마루치와 아라치가 양 사범과 인연을 맺고 하산을 해서 문명에 적응하던 중 스승의 원수인 악당 파란해골 13호를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여느 만화영화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선(善)이 이긴다는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인정받는 이유는 순수 창작물이라는 것 이외에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최초로 이름에 특별한 뜻이 있는 캐릭터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마루치의 ‘마루’는 ‘꼭대기(머리)’를 뜻하고, 아라치의 ‘아라’가 ‘아름답다’를 의미한다. ‘치’는 벼슬아치, 장사치와 같이 어떤 말의 뒤에 붙어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마루치와 아라치는 대한민국에서 으뜸가는 소년과 소녀로 태권도를 통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극의 전개과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태권도'라는 기호(記號-symbol)를 비중있게 다뤘다는 점이다. 특히 '태권도'를 통해 악당을 무찌른다는 통쾌한 이야기는 친숙함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1988년에는 88서울올림픽의 붐을 타고 TV시리즈로 제작돼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고 태권도의 용맹스러움과 자랑스러움을 알리는 데 한몫을 했다.
그 후 태권도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은 ‘강태풍’, ‘기파이터 태랑’ 등이 있었다. 하지만 작품성과 대중성 등에서 마루치 아라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태권도의 사회적 이미지를 높이고 일선 도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가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공익캠페인과 CF를 제작해 방영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바람이 있다면, 태권도 제도권이 전문 제작업체와 손을 잡고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태권도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으면 좋겠다. 태권도계의 역량을 봤을 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