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의 자연 휴양림. 몇 주 전에 청태산 산행을 하기로 하고 자연휴양림에 4인실과 6인실 두 개의 숙소 예약을 하였다. 약 35년 전에 하룻밤을 자면서 깊은 산의 정기를 느껴본 적이 있지만 워낙 오래전의 일이고 그 동안 세상이 많이 변하고 발전하여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또 어떻게 발전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최근에 가본 사람이 추천을 하여서 우산회 회원들의 원정 산행을 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원래 국립공원 자연 휴양림 예약은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신청자가 많을 경우에는 추첨제로 결정하는데 봄가을의 성수기에는 예약하기가 쉽지 않고 신경을 쓰며 서둘러야 예약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미리 서둘러서 5명이 갈 것이라고 하여 4인실과 6인실 두 개를 예약하고 대금을 이체해야 결정이 된다고 하여 바로 대금을 이체하였다. 그렇게 대금 결제가 되어야 확정이 되는 것이라 대금 이체를 하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안심하는 것도 잠시, 예약을 하면서 날짜를 제대로 검색을 안 하고 예약을 하는 바람에 금방 취소를 하고 다시 예약을 하는 실수를 하며 컴퓨터가 서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서 고생을 하는 셈이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며칠은 보내고 일주일만 있으면 가는 날인데 한 사람이 집안 사정으로 못 가게 되었다고 하여 걱정을 하고 있는 중에 가까운 한 사람도 덩달아 못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6인실 방 하나를 취소하고 말았다. 이체했던 대금이 금방 내 통장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페널티를 받지 않고 취소하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하며 정총무가 예약한 KTX도 취소를 하였다. 결국 여행을 포기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서 모처럼 결정하고 어렵게 숙소까지 예약한 것을 생각하니 포기하는 것이 마음으로 허락되지 않아서 혼자라도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정 총무 에게 그냥 정한 것이니 가자고 권하여 같이 기기로 하고 4인실 방 하나와 기차표 두 장은 남겨두고 아쉬움과 기대감으로 며칠을 보내고 이틀만 있으면 출발하는데 금요일 오전에 갑자기 못 가게 되었다는 사람이 갈 수 있다며 연락이 와서 다시 서둘러 방 예약을 하는데 급하니까 방의 위치도 안 보고 서둘러 예약을 하다 보니 다시 날짜를 잘 못 입력하여 또 취소를 하고 제대로 날짜를 정하여 예약을 하고 대금을 자동이체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국민은행으로 결제를 하니 마지막에 오류가 발생했다며 결제가 안 되는 것이었다. 몇 번을 시도하여도 같은 문자가 뜨면서 결제가 안 되어 다음은 시티은행으로 하였으나 역시 똑 같은 이유로 결제가 안 되어 마지막 남은 우리 은행으로 결제를 하니 그 때서야 제대로 결제가 되어 어렵게 방 예약을 하고 기차표는 정 총무에게 부탁하여 다시 사라고 하였다. 그렇게 방과 차표를 마무리하고 보니 처음에 가기로 한 사람이 가족과 여행을 하기로 했다며 못 가게 되어 결국은 네 명만 가게 되었다.
휴양림 매표소
5월22일 이른 점심을 먹고 서둘러 청량리역으로 가니 12시30분경이다. 13시52분 열차 시간까지는 약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내가 타야할 곳을 미리 알아보고 역내에 있는 특산물 판매장에서 찹쌀떡 3개 들이 두 박스(10,000원)를 사서 두 개는 부족한 점심을 보충하고 나머지 4개는 간식으로 준비하였다.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13시52분 정확하게 제 시간에 출발한 기차는 옛날 눈꽃 열차를 타고 가던 때와는 너무나 다르게 고속으로 달리니 화창한 날씨에 푸르른 신록이 아름다운 산천을 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보통이 아니다. 여행은 마음을 먹으면서부터 집에 돌아와서야 여행이 마무리 되는 것이다. 2022년 송년회 이후 처음으로 우산회 여행에 모처럼 가게 되는 강원도 청태산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아서 마음은 더욱 설레고 화창하고 신선한 날씨와 더불어 기분이 한껏 들뜨는 것은 여행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큰 행복을 맛보는 시간이라 하겠다.
급경사의 오르막 길
예정대로 약 한 시간 20분 후에 둔내역에 도착하여 안내소에서 받은 은하택시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 5분 후에 역 앞으로 가겠다고 하여 약속을 하고 잠시 기다려 강원 45바 8**8 택시를 타고 청태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데 메타 요금대로 받는다는 것이다. 20분 정도 걸려 휴양림 매표소 앞에 도착하니 요금이 19,800원이 나와서 12,000원(현금) 주고 내렸다. 입구부터 전경이 눈을 크게 뜨게 하는 듯 매표소 앞에 솟아있는 잣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것이 산세가 예사롭지 않아보여서 옛날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고 잔뜩 기대감에 부푼 마음을 달래며 방 열쇠를 받아서 100여m를 가서 숙소를 확인하니 4인실은 1층 서쪽 끝이고 6인실은 2층 동쪽 끝이다. 급하게 예약을 하느라 방위치를 검색하지 않고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되어 필요할 때 오고 가는 일이 번거롭게 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그리고 4인실 두 개를 해도 되는데 한 사람이 오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6인실 비용이 한 사람당 9천 원 정도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었다.
짐을 풀고 조금 쉬었다가 김치찌개와 준비해 간 반찬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창밖을 보니 테크길이 보여서 바람을 쐬기로 하고 나와서 숙소 뒤편의 숲속으로 난 테크길을 걷는데 수령이 백년도 더 되어 보이는 아름드리 잣나무가 너무 인상적이고 숲속의 조용하고 깨끗한 공기와 맑고 차가운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니 몸과 마음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한참을 가다가 돌아 내려오니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그 때 숲속에 누군가가 따 먹고 다시 돋은 새순이 제법 한 뼘 정도 자란 두룹나무 순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똑똑 따서 방으로 들어와 바로 뜨거운 물에 데쳐서 초고추장에 버무르니 한 접시가 되었다. 네 사람이 둘러 앉아 맨입에 두룹 무침을 먹는데 말 그대로 무공해의 완전 자연산, 깊을 산 속에서 자란 것이라 향이 좋고 배부르게 저녁을 먹은 상태지만 맛과 향에 취하여 잠시 행복감을 누리는 순간이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우리의 전통인 예술놀이, 12시까지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6시경에 일어나서 운동과 기도를 한 다음 티브이를 보며 잠시 한가로운 아침 시간을 보내고 6인실의 연락을 받고 건너가 아침을 먹고 남은 밥을 정리하니 두 그릇도 더 되었다. 전날 저녁밥 남은 것은 버리고 새 밥 두 그릇과 간식도 풍성하게 준비하여 배낭을 메고 9시30분경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숙소 뒤편 임도를 따라 조금 가다가 우측으로 난 제1등산로를 따라 가니 바로 급경사가 앞을 가로 막는 것 같이 숲속으로 보이는 하늘이 고개를 쳐들어야 보일 지경이다. 늘 산책길만 다니던 노인들에게는 여간 힘든 길이 아니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라 한발 한발 온 힘을 다하여 조금 가다가 쉬고 조금 가다가 쉬면서 중턱에서 쉬고 있는데 하산하는 60대로 보이는 두 부부를 만나서 물어보니 정상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제1코스보다 제2코스가 더 힘들다며 자기들은 2코스로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산행 중에 만난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멀어도 가다보면 끝이 있고 오르다 보면 정상이 나타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능선에 오르니 한결 길도 부드럽고 평평하여 마음도 평안해 지면서 걸음도 가벼워져서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도 보고 아름드리 잣나무가 울창하던 밑에서와는 달리 잡목들 사이고 콧노래를 부르며 가다보니 깊은 산의 정기가 가슴 깊이 스며드는 것 같고 몸도 마음도 마냥 즐거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푸른 잔디가 넓게 펼쳐진 헬기장에서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한숨을 돌리고 몇 걸음 더 가니 바로 정상이었다. 잡목에 둘러싸여 사방이 잘 보이지도 않고 그냥 거친 돌밭에 청태산(1194m)이라고 쓴 까맣고 작은 돌 표지석이 거기가 정상이라는 것을 알려줄 뿐, 급경사 길에 수많은 계단을 힘들게 올라온 것에 비하면 정상은 너무 초라하고 허해지는 것 같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정상에 왔으니 인증샷도 하고 주변에서 나물도 뜯으며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헬기장으로 와서 평평한 잔디 위에 자리를 깔고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비벼서 사발면을 먹는 기분은 산에서 라면을 먹어본 사람만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각종나물과 관중의 모습
제2코스의 하산 길, 역시 시작하자마자 급하게 내려가는 길에 거친 돌부리와 굴러다니는 자갈에 높은 계단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조심스럽고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나 경험해보고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옆에 쳐진 줄이 없었다면 네 발로 기어서 내려와야 할 정도로 가파르고 좋지 않은 길이라 여간 힘들고 조심해야 하는 하산 길이었다. 경사가 급한 만큼 거리는 짧아서 약 30분 만에 숙소 뒤편 어제 저녁에 산책하던 테크길까지 내려오니 1시30분경, 시간의 여유도 있고 다 내려오니 마음도 놓여서 다시 예술놀이를 시작하였다. 영상 27~9도의 더운 도시와는 달리 산속은 서늘하고 추워서 바람막이 잠바를 덧입어야 할 정도였고 물에 손을 담그니 한 겨울 같은 냉기에 금방 손을 들어야 할 정도로 선선하고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약 두 시간 반 정도 놀고 4시에 짐을 정리하여 택시와 어제 5시에 만나기로 약속한 매표소 앞에 오니 4시30분경이다. 양지에서 햇볕을 쬐고 잣나무의 정기를 받으며 기다리다가 5시에 택시를 타고 둔내역으로 와서 택시 기사의 추천으로 역 앞 횡성한우피아 식당에서 갈비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갈비탕과는 다르게 정해진 갈비 외에 잡고기가 많이 들고 맛도 좋아서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12,000원짜리 갈비탕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고 다들 만족해하였다. 식당을 나와서 더덕을 사려고 하나로 마트에서 각자가 필요한 시장을 보고 19시19분 열차를 타고 청량리역에 내리니 2030분경이다.
청태산, 푸르고 큰 산이라고 태조 이성계가 靑太山이라고 했는데 일제 강점기 들어 이끼가 많다고 靑苔山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푸르고 큰 산이든 이끼가 많은 산이든 강원도의 산은 다 예사롭지 않은 높고 골이 깊은 것이 특징이다. 청태산! 숲도 깊거니와 푸른 이끼와 커다란 고비에 우산나물이나 단풍취 같은 나물도 지천에 널린 청태산의 깊은 숲 맑은 공기,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하루를 즐기는 멋진 하루. 산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아서 힘들고 어려운 만큼 보람이 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