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5%'는 대선 본선행 '입장권' 與野 각각 4명씩 기록
여야(與野) 차기 주자들이 최근 대권 행보의 폭을 점차 넓혀가면서 경쟁체제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0% 안팎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인 가운데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나머지 후보들의 상위권 도약을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지지율 5%는 '본선행 가능선'
전문가들은 '5% 지지율'을 대선시장 상장(上場)의 기준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일단 5% 지지율을 넘기고 나면 유권자들의 '관심 종목'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적당한 계기를 맞았을 때 쉽게 상승곡선을 탈 수 있는 반면, 5%에 미치지 못하는 주자들은 좀처럼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각 여론조사 기관들의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있는 후보는 여야가 각각 4명씩으로 같다. 한나라당에선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이다. 야권에서는 민주당의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한명숙 전 총리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다. 지난 6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박 전 대표 32.0%, 오 시장 8.1%, 김 지사 7.0%, 손 고문 5.5%, 유 전 장관 5.4% 등 여야 후보 5명이 5%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17대 대선을 2년 앞둔 2005년 연말에는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는 고건·이명박·박근혜·정동영 후보 등 4명이었다. 이 중에서 나중에 지지율 하락 등의 이유로 출마를 포기한 고 전 총리와 한나라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박 전 대표를 제외하고, 이 대통령과 정 고문이 대선에서 1·2위를 차지하며 끝까지 완주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여야 후보 중에선 "지지율 5%를 넘어보는 게 소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5%의 벽은 높았다.
◆최근 박근혜·김문수 동반 상승
최근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의 동반 상승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6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32.0%, 7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31.2%를 기록했다.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세종시 논란으로 여권 주류측과 갈등이 커지고, 천안함 사건과 6월 지방선거 등의 현안에 일정 거리를 두고 '침묵'하면서 20%대 박스권에서 정체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최근 대외적인 '스킨십 행보'가 잦아진 것이 상승 기류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호남권 및 야권 지지층에서도 20%대를 기록하면서 야권 후보들을 두 배가량의 차이로 앞선 선두인 것에 대해선 "영남과 보수층에 한정돼 있던 지지 세력의 외연(外延)이 확대됐다"는 해석과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선 여권 후보의 표로 연결될 수 없는 거품"이란 의견으로 나뉜다.
올해 초까지 1~2%의 지지율에 머물다가 최근 7~8%로 올라선 김 지사의 상승세도 주목된다. 김 지사는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던 유 전 장관을 꺾으면서 상승의 계기를 맞았다. 뒤이어 '세대교체론'이 키워드였던 김태호 총리 후보의 등장과 낙마 과정에서 청와대를 향해 "국가 리더십이 혼미하다" 등의 쓴소리를 던지면서 보여준 거침없는 '마이웨이'도 그의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지사는 기반 지역인 수도권 외의 나머지 지역에선 여전히 1~2%의 지지율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야권에서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수도권에서 낙선한 유시민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의 완만한 지지율 하락세와 손학규 고문의 상승세가 대비된다. 손 고문은 지난 8월 2년간의 춘천 칩거 생활을 정리하고 민주당 전당대회에 도전하며 여의도 정치에 복귀한 것이 지지율 상승에 기여했다는 관측이다. 손 고문은 20·30대와 화이트칼라 등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에서의 지지율이 여전히 낮아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이들의 주목을 끌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