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때의 기억이 당신의 성년기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치원 첫 날, 고양이가 죽었을 때 등 일상의 기억을 회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이 기억을 이용해 정체성을 더욱 잘 개발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청소년기와 성년기에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새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늘날 많은 어린이들의 일상은 소셜미디어 속 사진과 동영상으로 낱낱이 기록되고 가족의 디지털 보관소에 저장된다. 하지만 연구 결과, 사진과 동영상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는 아이들이 초기 기억을 얼마나 많이 기억해낼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에 더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서도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주제에 대해 수십 개의 논문을 저술한 로빈 피부시 에모리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우리의 개인적 기억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한다. 기억들이 우리를 하나로 모은다”고 말한다. 부모가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사건을 회상하고 이야기해 보도록 독려하는 아이들은 십대 초반에 더 나은 상황대처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보이며 우울 증세가 더 적다고 연구는 밝혔다.
이 결과는 ‘아동기 기억 상실’의 수수께끼에 대한 연구에서 밝혀진 것이다. 아동기 기억 상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6~8세에 가장 초기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현상이다. 뇌가 아직 그 기억을 유지할 만한 용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간, 데이터 모델링 방법이 개선되고 아이들의 기억을 수년 동안 추적하는 연구가 늘어나는 등 새로운 연구 테크닉이 등장하면서 최고 9세까지의 아이들이 더 또렷하고 상세한 초기 기억을 유지하도록 돕는 특정 행동들을 발견했다.
유년시절 기억을 연구한 것 중 아버지를 포함시킨 것은 별로 없다. 아버지들이 참가한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초기 기억을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는 대화 스타일을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2011년 발표된 어느 연구에 따르면 일부 기억은 자기연속성 또는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과거의 나 자신과 지금의 내가 같은 사람임을 느끼기 위해” 또는 “과거의 나로부터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해하기 위해” 이런 기억을 떠올린다. 예를 들어 허리케인 생존자들은 자신이 힘겨운 경험을 이겨내고 그 결과 더 강해졌다는 증거로서 이 기억을 회상할 수 있다.
어떤 기억들은 지시적 기능을 하며 행동을 이끌어준다.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하거나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런 기억을 떠올린다. 자신의 개가 차에 치여 죽은 적이 있는 사람은 이 기억을 떠올리고는 반려동물에게 꼭 목줄을 매어줄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인 사회 유대 기억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관계를 강화하고 싶거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을 때 이런 기억을 떠올린다고 연구는 설명한다. 다른 연구에 참가했던 한 대학생은 어릴 때 아버지가 잠자리에서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전부 읽어줬던 것을 언급하며 이것이 성인이 되어 가족의 유대를 탄탄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3가지 유형의 기억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은 높은 심리적 안정, 더 큰 목적의식, 더 긍정적인 인간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 연구는 밝혔다. 이 연구는 대학생 1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해 ‘기억’ 저널에 게재됐다. 학생들은 자기 인생에 있었던 사건 4개를 회상하고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다음 삶의 만족도, 자존감, 심리적 안정을 측정하는 평가지를 채웠다.
또한 2011년 뉴햄프셔대학교에서 10~15세 아동 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더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아이들은 사회 문제에 대해 더욱 가능성 있는 해결 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
- 추억 만들기..당시 3세
기억에 대한 연구를 공동 저술한 위다드 자만은 초기 기억이 자신의 4살짜리 딸 하니파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딸은 이웃들이 산책시키는 개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곤 했다. 그러나 차고에 있던 딸에게 어느 주인 없는 개가 달려와 짖어대고 냄새를 맡자 “딸이 소리를 지르며 매우 무서워했다”고 자만 박사는 말했다. 하니파는 어릴 적 기억을 통해 목줄을 매고 있지 않은 개는 조심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가끔 엄마에게 “나는 예전에 개를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이 사건 덕분에 하니파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을 배웠다. 연구에서 이 능력은 상황대처 기술과 관련이 있다. 자만 박사는 딸에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해 보도록 격려했고 그 감정에 ‘공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녀는 “무서웠거나 정말 겁먹었던 경험이 또 있니?”라고 물었다. 하니파는 이후 엄마에게 “악몽을 꿔서 정말 무서웠어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자만 박사는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3.5세 이전의 기억을 상당부분 기억하는 성인은 거의 없다. 어떤 사람들은 18개월일 때의 신빙성 있는 기억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8세 이전의 일은 거의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고 에모리대학교의 심리학자 패트리샤 바우어는 설명했다.
사건이 일어난 후 곧바로 아이들이 이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장려하면 초기 기억이 계속 남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성인들은 아이들에게 “시작과 중간, 끝이 있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도록 이끌 수 있으며 그 이야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얘기해 보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바우어 박사는 조언한다.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중요한 행동은 대화의 방향을 아이에게로 다시 돌리는 것이다. 즉, “우리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냈지. 그렇지 않니?” 또는 “좀더 말해줘”라고 말하는 등의 방법으로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라고 바우어 박사가 지난 해 발표된 연구 결과에 기반해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회상을 장려할 때 ‘고도로 정교한 스타일’을 지닌 엄마를 둔 아이들은 4~5세 때 다른 아이들보다 더 이른 나이의 기억을 더 상세하게 떠올릴 수 있다. 이 엄마들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등을 이용해 아이에게 열린 질문을 던진다. 회상을 할 때 한 단어로 된 답이 있는 질문을 묻거나 아이가 대답할 수 없을 때 단순히 질문을 반복하는 ‘반복적’ 스타일의 부모를 둔 아이들은 기억할 수 있는 것이 더 적었고 기억이 덜 분명했다.
2003년 유치원생 39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의 공동저자인 캐서린 헤이든 시카고 로욜라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정교한 회상법을 배우기가 쉽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부모들에게 작은 책자를 읽도록 한 뒤 아이들과 정교한 스타일로 대화하는 법을 설명한 비디오를 보여줬다. 이 훈련을 받은 엄마들은 연구에서 마련한 캠핑 활동 중 정교한 대화법을 쉽게 사용했으며, 그 자녀들은 나중에 이 여행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더 자세한 내용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자만 박사는 가끔 피곤할 때나 대화의 주도권을 하니파에게 계속 넘기느라 바쁠 때에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만 박사는 지난 주말 배를 탄 뒤 하니파에게 파도가 치던 모습과 하니파가 가장 좋아했던, 조종사가 배를 해안으로 몰았던 때를 묘사해 보라고 했다. 그녀는 하니파에게 “하니파 버전의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