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메이 주립공원 비치(Cape May State Park Beach, NJ)
바람은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실어 나르고, 아이들은 파도 속으로 뛰어들며 해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물살이 발목을 스칠 때마다 그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고, 나는 그 모습을 놓칠세라 셔터를 연달아 눌렀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도, 걱정도, 나이도 모두 뒤로 밀려나 있었다.
1976년 4월26일, 미국 땅에 첫발을 디딘 이후 어느덧 45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수없이 많은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가족의 성장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기쁨도 있었고, 고단함도 있었고,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들이었다.그래서였을까. 나는 지나온 세월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우리 세대가 무대에서 내려올 때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남겨주기 위해, 사진과 동영상을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모아 두었다. 연도별로 정리된 두 개의 하드 드라이브 속에는 이민자의 삶이 담겨 있고, 가족의 웃음이 담겨 있고,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언젠가 아이들이 이 기록을 열어보는 날이 오겠지. 그때 그들은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떤 바람 속을 걸어왔는지, 어떤 파도 앞에서 멈칫했는지, 그리고 어떤 순간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는지를. 케이프 메이의 파도 소리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지만, 기록된 사랑은 세대를 건너 이어진다는 사실을. 케이프 메이 주립공원 비치. 거칠어지는 파도와 대서양의 깊은 숨결을 마주한 채, 두 개의 낚싯대가 묵묵히 바다를 향해 서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바람과 파도에 흔들리면서도 묵직한 인내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문득 샌디에이고에서 보았던 풍경이 떠올랐다. 아이들 집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해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중 한 미국인은 낚싯대를 휘청거리며 마치 대어가 걸린 듯 온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파도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바다 속 어딘가에서 끌어올려지는 생명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듯했다. 나는 그 장면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카메라에 담았다. 20분 동안 이어진 그 싸움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기막힌 현실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케이프 메이의 두 낚싯대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그 순간을 떠올렸다. 바다는 언제나 같은 듯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매번 다르다.
20분 동안 이어진 그 사투는 단순한 낚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서로의 힘을 시험하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나는 숨을 죽인 채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 순간의 긴장감, 바람의 냄새, 파도 소리까지 모두 사진 속에 살아 있었다. 낚시가 끝난 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웃었고, 나는 그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 사진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졌지만, 그날의 바다와 그 순간의 감정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그가 끌어올린 물고기는 대서양의 강한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대형 어종, 줄무늬 농어(Striped Bass, 혹은 Rock Bass)였다. 빛을 머금은 은빛 몸통과 검은 줄무늬가 인상적인, 바다의 힘을 상징하는 존재였다.케이프 메이의 두 낚싯대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생각했다. 여행은 결국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그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추억을 내 카메라에 담아 전해주었던 그날처럼, 바다는 오늘도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가 힘겨운 사투 끝에 끌어올린 물고기는 대서양의 강한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대형 어종, 줄무늬 농어(Striped Bass, 혹은 Rock Bass)였다. 은빛 비늘 위로 검은 줄무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고, 바다의 힘을 온몸에 품은 듯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다. 줄무늬 농어는 보통 24인치(61cm)에서 28인치(74cm)에 이르는 대형 어종이다.
메릴랜드, 델라웨어,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등 대서양 연안 주에서 손낚시로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물고기이지만, 아무나 마음대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기준으로는 5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그리고 1인당 하루 한 마리만 허용된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 정부의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포획 후 24시간 이내에 주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엄격한 규정도 있다. 바다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사람과 자연이 오래도록 공존하기 위한 배려다. 나는 그날, 이름도 성도 모르는 그 미국인의 추억을 내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는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었다. 나는 그가 바다와 싸우던 순간, 그리고 줄무늬 농어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던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주었다.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졌지만, 그날의 바람과 파도,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은 낯선 이들 사이에 잠시 스쳐 지나간 따뜻한 연결의 흔적으로 남았다.
줄무늬 농어(Striped Bass)는 단순한 어종이 아니다.대서양의 힘을 온몸에 품고 자라는 이 물고기는 보통 24인치(61cm)에서 28인치(74cm)에 이르는 대형 어종으로, 낚시꾼들에게는 ‘바다의 전사’라 불릴 만큼 강한 손맛을 준다.
메릴랜드, 델라웨어,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등 대서양 연안 주에서 손낚시로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어종이지만, 그만큼 보호도 철저하다. 뉴저지는 Atlantic States Marine Fisheries Commission(ASMFC)에서 관리하는 줄무늬 농어 주간 수산 관리 계획에 따라 매년 일정량의 상업적 수확 할당량을 배정받는다. 하지만 뉴저지에서는 줄무늬 농어의 그물망 포획이나 판매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업적 할당량은 모두 레크리에이션 낚시 부문으로 이전되었다. 그래서 낚시꾼들은 그 해의 할당량에 따라 추가로 한 마리를 더 잡을 수 있는 보너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물론 규칙은 엄격하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 정부의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포획 후에는 24시간 이내에 주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규정된 크기에 미달하는 개체는 반드시 즉시 방류하도록 권장된다. 이 모든 규정은 줄무늬 농어가 미래 세대에도 계속 번성할 수 있도록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이다.줄무늬 농어는 현지인들에게 록피시(Rockfish)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1파운드에 12,000원에 달하는 고급 어종으로, 식탁에서는 귀한 요리 재료로 대접받는다. 그러나 바다 위에서 만난 줄무늬 농어는 그 어떤 요리보다도 더 강렬한 생명력과 자연의 위엄을 보여주는 존재였다. 나는 그날, 이름도 성도 모르는 한 미국인의 추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바다와 싸우듯 줄무늬 농어를 끌어올렸고, 나는 그 순간의 긴장과 환희를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사진을 보여주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었다. 나는 그에게 그날의 바람, 파도, 그리고 승리의 순간을 담은 사진을 전송했다.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졌지만,그날의 바다는 우리를 잠시 같은 이야기 속에 머물게 했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순간들—낯선 이와 스쳐 지나가며 남기는 작은 연결, 그리고 그 연결이 시간이 지나도 사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기적 같은 경험인지도 모른다.
글/ 사진촬영 孫永寅
첫댓글 진짜로 멋진 추억의 나날들을 글로 남겨 후세들에게...
나도 그점엔 동감이오.
멋쟁이 친구야,
언제 한번 만나서 이런 저런 우리만의 철학, 생각을 나눌 수 있을까 싶넹~~~!!!
참 대단하다
저런 고기를 잡다니..
대서양에서 잡히는 고기들은 다양하지만
Striper Bass 는 강과 연결된 민물에서 산란하여
크면서 연어처럼 바다로 내려 온다고 한다.
이 정도 크기의 고기는 약10-11년 되었다는
Atlantic States Marine Fisheries Commission(ASMFC)데이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