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겨울 철새는 기러기다. 겨우내 전국 곳곳에서 수시로 목격된다. 새를 아는 사람이면 큰기러니니 쇠기러기니 콕 집어 부르겠지만, 긴 행렬을 이루며 겨울 하늘을 가지런히 횡단하는 저 강인한 대오는 그저 기러기일 따름이다. 기러기라는 말에는, 모진 세상과 감당하려는 버거운 몸짓이 담겨 있어서다.
오리도 많다. 숫자도 많지만 종류도 많다. 청둥오리·쇠오리·고방오리·흰뺨검둥오리 등등. 오리 또한 보통사람 눈에는 구분이 어려운데, 대신 특별한 한 종은 알고 있다. 가창오리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 풍경을 이 가창오리가 연출한다. 해 뜰 녘이나 해 질 녘 하늘을 점점이 찍어대어 휘날리는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의 군무는,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선 믿기 어려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전국의 주요 겨울 철새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글=손민호 기자사진=조용철 기자
# 서산 천수만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다. 종류만 327종이 목격됐고, 하루에만 60여 만 마리가 발견됐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가창오리에 관한 한 천수만은 세계적인 명소다. 전체 개체수의 약 90%에 이르는 30여 만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난 적도 있다. 가창오리가 찾아들 즈음, 천수만에는 전 세계에서 사진작가가 몰려든다. 천수만은 바로 이 주먹만 한 오리로 인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생태관광 명소가 됐다.
하나 슬픈 소식이 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축제가 열리지 않는다. 지난해엔 신종플루 때문에, 올해는 태풍 콘파스 피해 때문이다. 그래도 새는 찾아왔다. 어차피 축제는 사람의 것이었다. 이미 천수만은 20만 마리 가까운 철새 우는 소리로 온종일 시끄럽다. 탐조버스는 축제와 상관없이 계속 운행한다. 5000원. 천수만철새기행전위원회(www.seosanbird.com), 041-669-7744.
# 군산 금강 하구언
금강 하구에 가창오리가 모여드는 때는 서산 천수만에서 가창오리가 사라지는 때와 대체로 일치한다. 10월 중순이면 시베리아 벌판에 살던 가창오리가 남하를 시작하는데, 그 첫 기착지가 천수만이고 다음 기착지가 금강 하구다. 천수만에선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금강 하구에선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까지 가창오리가 발견된다. 그러니까 군산에서 바라보는 가창오리가 2주일쯤 전 천수만에서 봤던 그 가창오리다.
군산시는 2003년 금강 하구에 철새 탐조시설을 대대적으로 설치했다. 이후 철새 축제도 해마다 열고 있다. 올해는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금강 하구언 철새 조망대 일대에서 축제가 열린다. 군산 철새축제 추진단(www.gsbird.co.kr), 063-453-9972.
순천만은 대한민국 생태관광 일번지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갈대밭과, 그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단정한 탐방로, 긴 곡선을 그리며 빠져나가는 물길의 해 질 녘 풍경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자연미를 대표하는 장면이 돼 버렸다. 순천만은 해안습지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난개발을 차단하고 생태관광 탐방문화를 성공리에 정착시킨 사람의 힘이 함께 빚은 당대 최고의 걸작이다.
생태계가 보존되니까 새가 내려왔다. 순천만이 귀한 건, 세계적 희귀종인 흑두루미가 발견되는 몇 안 되는 장소여서다. 전국의 사진작가와 조류학자가 이 새 하나 때문에 겨울마다 순천만 대대포구 갈대밭에서 추위와 싸운다. 흑두루미는 보통 한겨울 순천만에 내려앉는다. 1월이 출연 빈도가 가장 높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www.suncheonbay.go.kr), 061-749-4007.
# 철원평야
철새마다 모이는 곳이 따로 있다. 앞서 가창오리와 흑두루미의 예를 들었지만, 또 다른 세계적 희귀종인 황새는 천수만에서, 재두루미나 큰고니는 주남저주지에서 자주 목격된다.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에도 단골손님이 있다. 두루미와 독수리다. 흰 눈 소복이 쌓인 겨울 들판에 두루미와 독수리가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을 본 적 있으신지. 그 장면의 무대가 바로 철원평야다.
철원평야는 탐조여행이 가장 까다로운 곳이다. 민통선 안에 있어서다. 민통선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에 사전 신청을 해야 하는데,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연구나 취재 목적이 아니면 포기하는 편이 속 편하다. 대신 철원군에서 12월부터 2월까지 탐조버스를 운행한다. 지난해 요금은 7000원이었는데 올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철원군청(tour.cwg.go.kr) 관광문화과 033-450-5365.
# 창원 주남저수지
겨울 철새 도래지의 신흥 명소. 1980년대 중반 이후 갑자기 철새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한때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로 통했던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가 개발을 겪으며 철새가 터전을 잃어버렸다. 굶주리고 헐벗은 을숙도 철새가 겨우 찾아낸 보금자리가 인근 주남저수지다. 을숙도에서 주남저수지까지는 50㎞다.
오리도 많다. 숫자도 많지만 종류도 많다. 청둥오리·쇠오리·고방오리·흰뺨검둥오리 등등. 오리 또한 보통사람 눈에는 구분이 어려운데, 대신 특별한 한 종은 알고 있다. 가창오리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 풍경을 이 가창오리가 연출한다. 해 뜰 녘이나 해 질 녘 하늘을 점점이 찍어대어 휘날리는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의 군무는,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선 믿기 어려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전국의 주요 겨울 철새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글=손민호 기자
# 서산 천수만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다. 종류만 327종이 목격됐고, 하루에만 60여 만 마리가 발견됐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가창오리에 관한 한 천수만은 세계적인 명소다. 전체 개체수의 약 90%에 이르는 30여 만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난 적도 있다. 가창오리가 찾아들 즈음, 천수만에는 전 세계에서 사진작가가 몰려든다. 천수만은 바로 이 주먹만 한 오리로 인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생태관광 명소가 됐다.
하나 슬픈 소식이 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축제가 열리지 않는다. 지난해엔 신종플루 때문에, 올해는 태풍 콘파스 피해 때문이다. 그래도 새는 찾아왔다. 어차피 축제는 사람의 것이었다. 이미 천수만은 20만 마리 가까운 철새 우는 소리로 온종일 시끄럽다. 탐조버스는 축제와 상관없이 계속 운행한다. 5000원. 천수만철새기행전위원회(www.seosanbird.com), 041-669-7744.
# 군산 금강 하구언
금강 하구에 가창오리가 모여드는 때는 서산 천수만에서 가창오리가 사라지는 때와 대체로 일치한다. 10월 중순이면 시베리아 벌판에 살던 가창오리가 남하를 시작하는데, 그 첫 기착지가 천수만이고 다음 기착지가 금강 하구다. 천수만에선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금강 하구에선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까지 가창오리가 발견된다. 그러니까 군산에서 바라보는 가창오리가 2주일쯤 전 천수만에서 봤던 그 가창오리다.
군산시는 2003년 금강 하구에 철새 탐조시설을 대대적으로 설치했다. 이후 철새 축제도 해마다 열고 있다. 올해는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금강 하구언 철새 조망대 일대에서 축제가 열린다. 군산 철새축제 추진단(www.gsbird.co.kr), 063-453-9972.
1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하늘을 나는 재두루미. 2 전북 군산 금강하구언. 해가 진 뒤 수면 위를 일제히 날아오른 가창오리의 군무. 3 전남 순천만 들녘의 흑두루미. 4 강원도 철원 민통선 지역의 두루미와 재두루미. 5 주남저수지의 큰고니 가족. 6 충남 서천 천수만 간월호에 날아든 황새.
# 순천만순천만은 대한민국 생태관광 일번지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갈대밭과, 그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단정한 탐방로, 긴 곡선을 그리며 빠져나가는 물길의 해 질 녘 풍경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자연미를 대표하는 장면이 돼 버렸다. 순천만은 해안습지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난개발을 차단하고 생태관광 탐방문화를 성공리에 정착시킨 사람의 힘이 함께 빚은 당대 최고의 걸작이다.
생태계가 보존되니까 새가 내려왔다. 순천만이 귀한 건, 세계적 희귀종인 흑두루미가 발견되는 몇 안 되는 장소여서다. 전국의 사진작가와 조류학자가 이 새 하나 때문에 겨울마다 순천만 대대포구 갈대밭에서 추위와 싸운다. 흑두루미는 보통 한겨울 순천만에 내려앉는다. 1월이 출연 빈도가 가장 높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www.suncheonbay.go.kr), 061-749-4007.
# 철원평야
철새마다 모이는 곳이 따로 있다. 앞서 가창오리와 흑두루미의 예를 들었지만, 또 다른 세계적 희귀종인 황새는 천수만에서, 재두루미나 큰고니는 주남저주지에서 자주 목격된다.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에도 단골손님이 있다. 두루미와 독수리다. 흰 눈 소복이 쌓인 겨울 들판에 두루미와 독수리가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을 본 적 있으신지. 그 장면의 무대가 바로 철원평야다.
철원평야는 탐조여행이 가장 까다로운 곳이다. 민통선 안에 있어서다. 민통선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에 사전 신청을 해야 하는데,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연구나 취재 목적이 아니면 포기하는 편이 속 편하다. 대신 철원군에서 12월부터 2월까지 탐조버스를 운행한다. 지난해 요금은 7000원이었는데 올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철원군청(tour.cwg.go.kr) 관광문화과 033-450-5365.
# 창원 주남저수지
겨울 철새 도래지의 신흥 명소. 1980년대 중반 이후 갑자기 철새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한때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로 통했던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가 개발을 겪으며 철새가 터전을 잃어버렸다. 굶주리고 헐벗은 을숙도 철새가 겨우 찾아낸 보금자리가 인근 주남저수지다. 을숙도에서 주남저수지까지는 50㎞다.
주남저수지에서도 가창오리가 발견된다. 시기는 11월 하순께. 그러니까 가창오리는 천수만에서 금강으로, 다시 금강에서 주남저수지로 계속 남하한 것이다. 하나 개체수에서 현격한 차이가 보인다. 천수만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금강이 많다. 금강에서 머물던 가창오리 중에서 일부는 해남 영암호로 내려가고, 또 다른 일부가 주남저수지로 내려간다. 이달 26일부터 28일까지 철새 축제가 열린다. 람사르문화관(www.철새.kr). 055-225-2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