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은 행복한 날입니다.
한 주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날입니다.
별스런 일은 아니지만 저는 그런 시간이 좋습니다.
먼저 퇴근버스를 타고 광천터미날로 갑니다.
터미날은 신세계백화점과 연결이 되고
지하층과 1,2층 문화공간이 혼잡하지만 대형서점(영창문고)이 있어서
많은 책을 접하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책 한 권을 고르는 재미...책의 바다 속에서 항해하는 행복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 앞 주는 많은 책을 들썩이다가, 결국은 죻은 생각2월호와 샘터.야생화백과 책을 샀습니다.
이 땅에 이름없이 핀 야생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책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야생화관련책은 4만원이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 온 산천을 고생스럽게 답사 했을 지은이의 노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양 풍경소리 전원주택으로 가기 위해서,터미널을 찾지만 이런시간 저런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두시간 정도 여유있게 승차권을 예매합니다.
책을 사들고 다음은 식당을 찾습니다.
이 앞 주는 "미소야"라는 일식당에서 초밥세트를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색다르게 한식코너로 향합니다.
혼자 멱는 식사는 처음에는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자주 먹다보니 맛을 은미하는 미식가가 되어갑니다.
식사를 마치고 여유있는 시간에 터미날 내에 화원으로 갑니다.
작은 화초들이 눈에 와 닿습니다.
당양 집까지 갈려면 최대한 짐을 줄려야 합니다.
당양을 지나서 순창방향으로 가는 금성면 소재지에서 내려서 풍경소리까지는 2킬로 거리입니다.
가로등도 없는 칠흑같은 좁은 길로 걸어 가면 약간은 겁이 나지요
하지만 밤 길을 걷는 것은 밤하늘의 별과 가끔 불이 켜진 딸기 하우스 불빛도 위안이 됩니다.
작은 손전등을 벗 삼아 잔설이 희긋희긋 보이는 비내동길은 낭만 자체입니다.
언젠가 아이 엄마가 늦은 귀가로 금요일 날 풍경소리 가게에 있을 때입니다.
눈 길을 걸어 오는 저가 안스러웠던지 큰 길까지 마중을 나왔습니다.
저는 궁씨냥거렸습니다.왜 나의 좋은 낙을 빼앗냐구요.
요즘은 작은 엠피쓰리 를 귀에 꼿고 러시아 음악에 푹 빠졌거든요.
하지만 귀에서 장엄하게 울려 펴지는 음악은 신이 나지만
물소리. 바람소리.동네 개 짓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이어폰을 뺍니다.
저벅저벅 걷는 길에서 복분자밭 근처 무덤 길이 사실은 조금 무섭습니다.
"옴만니 반메 흠" 경을 읽어 주고 마음을 달랩니다.
아직도 마음 수행이 부족하나 봅니다.
풍경소리 간판이 보이면 조렸던 마음이 놓이고
빈 집에 들어서서 자물쇠를 열고 외등을 환하게 켭니다.
제일 먼저 잔듸밭 너머 닭장으로 향합니다.
요즘 우리 닭가족은 유정란을 하루에 서너개를 꼭 낳습니다.
추운 날 물이 얼지 않고 닭 먹이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신경을 많이 써야죠.
참~~! 칠면조도 있습니다.
황금털을 한 장탉도 있고 오골계 암탉도 야무집니다. 알롯달롯한 깃털이 일품인 토종암탉과 갈색 닭도
이쁜 내 새끼들이죠. 하얀 애완용새닭도 있습니다.
장탉 한 마리가 종류가 다른 암탉들 남편 노릇을 잘 합니다.
각시가 일곱이랍니다.
새벽 5시 40분이면 장탉이 햇대를 찹니다.
처음에는 새벽에 울지도 않는 장탉이라고 우리 가족들에게 홀대를 당했지만
황톳집 창이 방음벽이라서 방안집에서 들리지 않은 까닭이었답니다.
깜깜한 새벽에 우는 숫탉 소리도 우리 가족에게는 경이롭습니다.
당양풍경소리 안방은 도시아파트보다 춥습니다.
바닥은 펄펄 끊지만 방안 기온은 20도가 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엤날 이불이 좋습니다.
두꺼운 테상이불을 덮고 있으면 온기가 채워 집니다.
하지만 아무 꿈도 꾸지 않고 이른 새벽까지 편안한 잡자리가 좋아서 홀로 금요일 여정을 떠납니다.
토요일 아침이면 아이들과 아이엄마가 차를 몰고 오겠지요~~!
미리서 벽난로에 참나무장작도 태우고 매케해진 가게 공기도 바꾸고
새벽 장닭 햇치는 소리도 자랑을 합니다.
근처에는 당양온천도 좋답니다.
주소지를 옮긴 큰 아이덕분에 절반가격으로 온천욕도 매 주 즐기는 것도 덤이지요.
일주일이 지나면 홀로 걷는 담양길이
저의 행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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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오는 사람
박종주(鳳梧)들꽃아빠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설레이는 마음 두근거린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안고 오는 그대
그는 첫 세상과 마주쳤을 때
탄생의 신비로움과
수줍음의 씨앗이었던 과거를 안고 오는 서람.
모진 풍파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의 풍채와
서러운 세상 눈물나는 새벽을 헤치고 현실처럼
나에게 당당하게 걸어 오고 있는 사람,
그런 당신을 맞이 하는 나에겐
경이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제는 당신의 마음 속에 모닥불되어
마음 녹이는 불씨되어 살아 가는 사람
먼 미래에도 당신은 늘 함께해야 하거늘
나에게 지금 걸어 오는 당신에게
어찌 융숭한 대접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