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개념쌍 – 좌익과 우익
이덕하
2008-12-07
공산주의자들의 용법.. 1
<조선일보>의 용법.. 2
민주당을 좌익으로 분류하는 또 다른 방법.. 2
한나라당도 좌익으로 분류될 수 있다.. 3
좌익-우익 개념 무용론.. 3
전세계의 공산주의자들은 대체로 좌익과 우익이라는 개념을 통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일부 트로츠키주의자들은 구소련 공산당을 우익으로 분류하는 반면 스탈린주의자들 좌익으로 분류하는 중대한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사상적 조류를 좌익과 우익으로 나눈다. 그리고 세분하여 극좌파(혁명파),
온건 좌파(중도 좌파, 개혁 좌파, 개량[개혁]주의), 온건 우파(중도 우파), 극우파로
나누기도 한다. 물론 극좌파와 온건 좌파는 좌익이고, 온건
우파와 극우파를 우익이다.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 우파 사이의 중간 입장을 따로 중도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인이 들으면 헷갈리는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중도주의라는 용어다. 이 용어는 위에서 언급한 중도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온건 좌파와 혁명파의 중간을 가리킨다.
극좌파는 혁명적 사회주의 또는 혁명적 공산주의 또는 혁명적 무정부주의(anarchism)
등을 가리킨다. 온건 좌파는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를 가리킨다. 극우파는 파시즘, 나찌즘, 군사독재 등을 가리킨다.
<조선일보>의 용법
공산주의자의 용법으로 보면 김대중, 노무현, (한국의) 민주당, <한겨레신문> 등은 온건 우파 즉 우익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들을 좌익이라고 부른다.
<조선일보>에서
민주당을 좌익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민주당이 공산주의 정당이거나, 공산주의자가 침투한 정당이거나, 용공 정책을 쓰는 정당이거나, 친북 정당이라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즉, <조선일보>는
어떤 면에서는 공산주의자들과 비슷한 용법으로 좌익이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그들에게 좌익이라는 단어는
공산주의 또는 용공주의(공산주의를 용납하거나 공산주의와 어느 정도 친밀감이 있는 사상)를 뜻한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은 민주당을 우익으로 분류한다.
나는 <조선일보>가
지극히 어리석거나 위선적이라고 본다. 노무현이나
민주당을 공산주의와 연결시키는 것은 터무니 없다.
민주당을 좌익으로 분류하는
또 다른 방법
어떤 사람들은 노무현과 민주당을
좌익으로 분류하지만 <조선일보>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좌익이라는 개념을 쓴다. 그들은 21세기의 한국의
정치 지형을 볼 때 뉴라이트가 극우 진영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온건 우파 진영을,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이 온건 좌파 진영을,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극좌 진영을 형성한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당을 좌익으로 분류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따지면 “한국의 좌익”과 “프랑스의 좌익”이
매우 다른 정치 조류를 가리키게 된다. 프랑스는 사회당과 사회당보다 더 좌익적인 여러 조류들이 좌익을
형성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민주당과 민주당보다 더 좌익적인 여러 조류들이 좌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좀 애매하지만 프랑스 사회당은 사민주의 정당이다. 반면 한국의 민주당은 사민주의보다 상당히 우익적이다. 프랑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사민주의를 좌익으로 부르고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민주당을 좌익으로 부르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도 좌익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한국의 운동권이 민주당을 우익으로 분류하는 이유(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만 심지어 일부 한국 공산주의자들은 진중권 씨를 우익 또는 중도파로 분류한다)는 20세기 유럽 역사 전체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한국
좌익 운동이 유럽 좌익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이 기준일 필요는 없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세계 역사 전체를 보자. 여전히 국왕이 지배하는 나라가 많으며 북조선처럼 유사 국왕이 지배하는 나라도
많다. 실질적인 투표권과 사상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나라는 세계 전체에서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 여전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투표권이나 교육권을 거부당하는 나라도 많다.
이런 상황을 전반적으로 볼 때 자유 민주주의(공산주의자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사상 자체를 좌익이라고 볼 수 있다. 우익은
왕정, 군사 독재, 파시즘 등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좌익이다.
좌익-우익 개념 무용론
공산주의자들은 공산주의자들 나름대로, <조선일보>는 그 나름대로, <Times>나 <Wall Streat Journal>은 그들 나름대로,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도 아마 그들 나름대로 좌익과 우익 개념을 자기 멋대로 사용한다. 그리하여 온갖 혼동이 발생한다.
어떤 때는 노무현, 민주당, 창조한국당, 진중권
씨가 좌익이냐 우익이냐를 놓고 지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나는 이것이 부질 없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은 공산주의자이지만 꼭 공산주의자의 용법이 옳다고 우길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개념은 정의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나는 차라리 되도록이면 좌익이나 우익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왜냐하면
혁명적 공산주의, 사회민주주의, 파시즘과 나찌즘, 군사독재,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 무정부주의, 자유 민주주의, 혁명주의, 개량주의 같이 훨씬 덜 헷갈리는(하지만 이런 개념들도 파고 들면
상당히 골때린다) 개념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좌파 사민주의, 우파 사민주의 같은 분류처럼 위에서처럼 헷갈리지는 않는 분류를 위해서 좌우라는 개념을 쓸 수는 있을 것이다.
첫댓글 저는 유럽을 기준으로 한국의 좌우익을 가르는 것이 꼭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오류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개념은 정의하기 나름이니까요. 전세계적으로 좌우익 개념을 통일해서 쓰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좌익이란 단어를 '구소련과 북한' 과 같은 나라와 연계되어 사용된다는 겁니다. 구소련이 스스로를 '공산주의' 라고 부르지만 안았어도 이런 혼란은 훨씬 덜하지 안았을까요.
저는 스탈린의 공산당, 중국 공산당, 김정일의 조선노동당을 좌파 정당이 아니라 우파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아주 쉽게 통찰할 수 있는 현실인데도 사람들은 '좌익 = 소련' 이라는 공식을 못벗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