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독서일지
(24.05.04~05.25)
근래에 참으로 독특한 시선(視線)
-11일차(24.05.14)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읽으며
1
읽으며 신선한 충격과 자극이 된 문장들을 추려본다. 사실상 이런 습관은 과히 추천할 만한 것이 못된다. 독서의 흐름을 자칫 끊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적어서 어떤 식으로든 남기지 않으면 말 그대로 순간의 신선한 충격과 자극으로만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갈수록 기대가 되는 내용들이 많이 나타날 것 같아 조금씩 흥분이 되니.....
-인간은 자신이 만든 도구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최고의 예술 작품은 현재의 조건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몸부림을 표현한 것이다.
-건축 장식은 공허감 그 자체이고, 집은 모름지기 그 안에서 살 사람이 지어야 하는 것이지, 목수에게 맡긴다면 그건 목수가 그 사람의 관을 짜는 것이다. 집은 장식이나 의장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이 살면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미개하고 야만적인 종교와 문명일수록 화려한 신전을 짓는다.
-날품팔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이상적이고 독립적인 직업이다. 일 년에 30일 내지 40일만 일하며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날품팔이 노동자의 일과는 해가 저물면 끝난다. 그때부터는 노동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일에 자유롭게 몰두할 수 있다. 반면에 그의 고용주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느라 일 년 열두 달 쉴 틈이 없다.
-사실 문명인이란 단지 좀 더 경험이 많고 좀 더 현명해진 미개인일 뿐이다.
(《월든》 1장, <경제> 편에서)
2
이 책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에게서는 이탈리아 중세 정치사상가이자 《군주론》을 집필한 ‘마키아벨리’만큼, 그의 생각과 이론은 독보적이고, 독창적이며, 악마적 냉철한 지성이 엿보인다.
오래전에 《월든》을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나의 시선을 별로 끌지 못했다. 세계 지성계가 인정하고 추천하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었음에도, 왜 이런 책을 읽는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내겐 재미와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난 지금, 다시 만난 《월든》이 나에겐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걸까. 갈수록 집중력이 높아지며 작품마다, 책마다 진면목을 알아가는 거기 때문에 그런 걸까. 아마도 안 만난 오랜 사이에 나의 식견과 안목과 취향이 변한 게 큰 이유이지 않을까.
3
‘소로우’는 현대 자본주의의 복잡한 삶의 구조를 ‘문명과 미개’라는 단순 이분법을 교묘히 비틀며 순식간에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이 책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경제>편에서 현재의 어렵고 복잡한 문명의 모든 문제를 단순히 ‘문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미개>시대로 되돌려서 자연에서 생활과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을 해결하는 실험적인 삶의 방식을 사람이 비교적 살지 않는 마을 외곽의 호숫가 ‘월든(Walden)’에서 시작해 본다.
그가 살 통나무집을 짓는 과정에는 집 짓는 기술과 관련한 ‘건축’에서부터 ‘회계’, ‘종교’, ‘신화’뿐만 아니라 ‘역사’, ‘인종’, ‘역사’,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사상을 열거하는데, 단순히 지식의 편력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연구와 충분한 사색을 통해 ‘문명 진단’이라는 촌철살인적 통찰력을 엿보게 하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4
-전신의 주된 목적은 빨리 전달하는 것이지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닌 듯하다. (1장 <경제> 편에서)
오늘날 인터넷과 SNS가 대중화된 세계에서 여전히 속도만을 추구하는 현상에 대해 전기의 발명으로 전보라는 통신 수단이 처음 시작된 19세기의 ‘소로우’는 메시지 전달 체계와 정보 공유에 대해서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현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