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밤의 사진편지 제2171호 (14/11/11/화)
[한사모' 공식 카페] - 'Romantic Walking' -[클릭]-
| |
<맨 아래 ' 표시하기' 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제360회 '은평 뉴타운 둘레길' 주말걷기 후기
글, 안내 : 함수곤 (전,한사모대표<ham60@hanmail.net>) 안내 : 박현자 (한사모회원<pdmom@hanmail.net>) 사진 : 김태종 (한사모회장<tjongkim@hanmail.net>)
고영수, 김석진, 김성래, 박동진, 박찬도, 심상석, 안철주, 윤봉수, 이경환. 이흥주, 장주익, 황금철, 김레아영자, 김소영, 김소자, 김옥연, 김정희, 나병숙, 송경희, 안명희, 엄명애, 윤삼가, 이복주, 이순애, 임정순, 정미숙, 조순금, 최경숙. 김영신.윤정자, 김창석.김경진, 김태종.양정옥, 신원영.손귀연, 윤종영.홍종남, 이규석.이영례, 이석용.남묘숙, 이창조.정광자, 정전택.김채식, 정정균.임금자, 진풍길.소정자, 함수곤.박현자, 허필수.장정자(54명).
『봄은 여성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 말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마음이 더 무르고 외로움도 더 잘 타는 것 같아서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스산하고 쓸쓸해지는 가을 분위기가 남자들에게 더 외로움을 잘 타게 만들어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한사모 회원님들은 가을이 깊어 가도 외로움을 탈 겨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매주 주말걷기와 1박2일 걷기에서 만나고, 공연에서 만나고, 행사에서 만나서 잘 어울려 놀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행복한 친구들이기 때문입니다.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낀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밥 먹고,
노래도 부르고 함께 걸으면 외로움을 날려 보내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11월의 둘째 일요일인 9일, 오후 2시 30분, 한사모 회원님 54명은 제 360회 은평 뉴타운 주말걷기에 참가 하기 위해 서울 북쪽 변두리, 구파발 역 1번 출구에 모였습니다.
주말걷기는 걷기 코스가 아무리 환상적으로 좋아도 그 날의 날씨가 좋지 못하면 영 엉망진창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이 날은 우리나라의 자랑인 가을 날씨의 본보기라고 할 만큼 높고 푸르고 맑은 하늘과 알맞은 기온을 보여주어 근래 보기 어려운 최고의 날씨라고 회원님들이 모두 행복해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회원님들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는 저도 무척 행복했고 하늘에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다리가 불편해서 주말걷기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있던 임정순 회원님이 오랜만에 밝은 모습으로 참가해서 모든 회원님들이 반갑게 맞이하며 환영했고,
근래 개인사정으로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영신 주말걷기단 총무님도 이 날은 참가해서 반가웠습니다.
8년전, 처음 주말걷기를 시작해서 거의 2년여 동안은 매주 주말걷기 준비, 안내, 사진, 후기 등을 혼자 도맡아 일주일 내내 주말걷기에 미쳐 돌아간 시절이 있었는데도,
이제는 1년에 단 2번 안내하고 후기 쓰는 것도 두렵고 귀찮게 여겨지니 이게 나이 탓인지, 열정과 습관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무척 무기력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튼 주말걷기 당번을 좀 편하고 쉽게 넘어가는 방법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안내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이미 한 번 안내했던 우리 동네 코스를 제 편의 위주로 올해도 다시 한번 써먹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와 똑같이 재탕 하기는 좀 꺼림직해서 북한산 둘레길 일부를 새로 살짝 끼워 넣었습니다.
새로 편집한 길은 이 동네 사정에 밝은 신원영, 손귀연 부부 회원님이 진작 우리에게 알려주신 길입니다.
그 길은 숲 속의 흙길이어서 기후가 좋을 때는 평소 조반 전에 아내와 함께 늘 산책하는 친숙한 길이기도 합니다.
구파발 역 1번 출구밖, 가동을 멈춘 분수대 자리에 모여 앉은 회원님들께 이날 걷게 될 걷기 코스를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즉 이날 걷는 길은 세 등급의 길입니다.
1. 구파발 역→ 폭포동 아파트까지의 길은 조용하고 예쁜 길이지만 바닥이 포장되어 딱딱한 것이 흠인 2등급 길이고,
2. 폭포동 아파트→ 불광중까지의 길은 숲속의 흙길이어서 걷기 좋은 길이지만 초반에 계단이 있는게 흠인 1등급 길이며,
3. 불광중→'고산면옥' 식당까지의 길은 대로 변의 인도로 걷기에는 좋지 않은 최하의 3등급 길입니다.
저는 퇴직하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늘 의식적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매년 '크리스마스 기도'나 회원님들께 드리는 말씀 중에도 종종 비쳤기 때문에 눈치챘을 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이나 사람, 관계 등을 늘 긍정적, 낙관적, 전향적으로 보고 매사에 감사하면서 살아가자'는 낙천주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과 돌발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나, 설혹 저에게 불리하고 괴로운 일이 생기더라도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점점 다져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수양이 부족해 제뜻대로 잘 안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될 수 있는대로 '잘 되었다 감사하자' 이렇게 스스로 다짐을 하며 희망의 밝은 쪽을 향해서 나아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도 평소 자주가는 익숙한 산책 길을 선택했지만 여러 회원님을 모시기 때문에 답사 길에 나섰을 때,
한 영감님이 젊은 여인의 부축을 받으며 걷기 연습인지, 재활 치료인지 한걸음, 한걸음, 겨우 옮겨 딛고 있는 힘든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광경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지금 한사모 회원님들의 안내를 위해 미리 가보려고 아무 장애도 없이 건강한 몸으로 활발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과
며칠 후엔 사랑하는 우리 회원님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시끌벅적하게 노래도 부르면서 즐겁게 이 길을 걸을 것이다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생각하니 갑자기 힘이 났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 나이에 목구멍에 풀칠하고, 등 따숩게 잠자는 현실 생계 문제에 급급하지 않아도 되고
가까운 친구들을 위해 함께 걸을 길을 답사하며 유유자적할 수 있는 말년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에
무한히 감사함을 느끼면서 무척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답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답사하는 내내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이상하게도 이런 말이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이나 저절로 중얼거려졌습니다.
만일 누가 뒤 따라오며 이런 중얼거림을 유심히 들었다면 아마 저의 정신 상태를 좀 의심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폭포동 아파트에서 지하철 3호선 구파발 역까지는 약 2km 정도인데 폭포동 계곡에서 흐르는 시냇물이 가늘게 지나가는 수량이 적은 실개천이 있습니다.
그 실개천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작년, 주말걷기 때는 잘 몰라서 북쪽 산책로만 걸었으나 이번에는 남쪽 산책로도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양쪽 산책로를 다 걸으면 폭포동 아파트까지 약 1시간이 걸립니다.
오후 3시 40분경, 제가 사는 폭포동 아파트 426동 앞 어린이 놀이터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우리 아파트 김병무 회장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 회장님은 단지내 살구나무에서 얻은 살구로 담가놓은 살구차를 뜨겁게 끓여서 우리 회원님들에게 일일이 대접해주며 우리 일행을 환영해주었습니다.
저는 김회장님께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김 회장님의 이러한 고마운 배려에 깜짝 놀랬고 무척 감사했습니다. 신원영 회원님이 그분에게 알린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김병무 회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김창석 회원님이 늘 제공하는 따뜻한 홍차 칵테일과 아내가 준비한 사과 간식을 들면서 충분한 휴식을 했습니다.
휴식을 마친 후 오후 4시 10분부터는 이날의 1등급 길을 걸었습니다. 아파트 바로 옆에 인접한 禪林寺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길은
불광중에서 진관사로 연결되는 북한산 둘레길의 일부입니다.
선림사 쪽 시작 지점에 오르막 계단이 좀 있었지만 걷기 선수인 우리 회원님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길이었고
능선에 오르면 계속 숲 속으로 가는 낙엽 깔린 흙길이어서 걷기가 아주 쾌적하고 기분 좋은 길이었습니다.
홍종남 회원님은 한 달에 한번씩 걷고 싶은 길이라고 경탄하며 격려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낙엽이 방석처럼 두툼하게 깔린 공터에서 오랜만에 명상시간을 가졌습니다.
잠시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멍하니 멈추는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은 복잡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입니다.
불광중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운동시설과 육각정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김창석 회원님 하모니카 반주와 신원영 회원님 지휘로 '과수원 길' '그 집앞' '주말걷기 주제가' 등의 노래를 다함께 불렀습니다.
주말걷기 주제가 끝머리에
<'친구들아 절대로 결석 말아라, 주말걷기 즐기면 청춘이 된다.'>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 대목을 노래할 땐 언제나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정말 재미있는 노래말입니다.
오후 5시경, 우리는 숲길을 완전히 벗어나 북한산 향로봉으로 가는 등산로 진입로에 즐비하게 늘어선 참새 방앗간들을 눈여겨 보며
지하철 3, 6호선 연신내 역 근처 연서시장에 위치한 뒤풀이 식당 '고산면옥'을 향해서 걸었습니다.
약 1km가 다 안되는 이길은 2차선 차도 옆에 붙은 좁은 인도로서 걷기에 마땅치 않은 3등급 길입니다.
은평구 불광 보건 분소를 거쳐 경찰 불광지구대를 지나 드디어 연서시장의 과일, 야채를 비롯한 각종 가게들을 지나서 드디어 오후 5시 20분 경, '고산면옥'에 도착했습니다.
이날의 메뉴는 쇠고기 샤브샤브입니다.
유리 컵에 막걸리를 가득 채우고 제가 건배를 제의 했습니다.
《"한사모 !》 《한가족 !"》이라고 크게 외쳤습니다.
8년동안 360회에 걸쳐 매주 일요일 마다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고 함께 먹고 마시며 노래 부르며 걸었고, 기쁨과 고통을 같이 나누어 온 끈끈한 황혼의 상임 친구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미운정 고운 정 다든 '한가족' 이상의 관계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모두 맛있게 드셨고 식당 주인은 감귤 디저트까지 챙겨주어 고마웠습니다.
이날 뒤풀이 회식은 오랜만에 참가하신 임정순 회원님이 순수한 재회의 정으로 베풀어 주셨습니다. 임정순 회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들의 노후 인생에서 '한사모'와 '주말걷기'와 'U자걷기'와 '한밤의 사진편지'와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은
아무리 일부러 지우려고 해도 도저히 지워질 수 없는 너무나 뚜렷한 우리 노년기 삶의 자국이고 산역사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U자걷기 중, “한사모와의 만남은 행운이었고 한사모와 함께 한 시간은 행복이었다”고 안철주 회원님이 소감을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한사모' 최고의 명언이었고 한사모에 대한 최대의 찬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제 360회 주말걷기를 마치면서, 또 한 장 남은 2014년의 마지막 달력을 아쉬워하면서,
우리 회원님 모두가 안철주 회원님의 표현 처럼 그런 아름다운 정서와 행복감을 부디 지속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좀 더 '따뜻하고 진심이 통하는 아름다운 한사모'가 되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가을이 깊어서인지 저를 이렇게 감상적으로 흐르게하는 것을 보니 역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 맞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다음 주, 제 361회 주말걷기 안내를 맡은 정정균 사무국장님께 한사모 깃발을 인계했습니다.
이석용 단장님은 이날 회식을 임정순 회원님이 베풀어주심에 따라 근래에 드물게 전원 회비 면제의 특별 조치를 발표해서 임 회원님의 순수한 우정과 정성을 존중해주셨고,
김태종 회장님은 11일 연천 걷기 출발시각 오전 8시 엄수와 12월 23일(화) 한사모 연말 송년회 행사 개요를 알려주셨습니다.
끝으로 한사모 회원님들과 함께 우리동네 둘레길 걷기를 즐겁게,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2014년 11월 9일의 행복에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하십시오.
|
첫댓글 환상적인 아름다운 가을 날씨에 행복한 모습으로 함께한 북한산 둘레길 !!
사랑이 흠뻑 묻어난 공들여 준비한 빨간 사과!!유난히도 맛있었습니다.
"한사모는 한가족"을 외치며 멋진 주말걷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였음에 감사드립니다.
윤삼가 회원님, 언제나 좋은 글을 올려 격려해주시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윤 회원남은 우리 한사모의 가장 모범적인 회원님으로서 저희모두가 본받아야 할 공동체의 어른이시고 귀감이십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저희집 화장실 사용료를 미납하셨더군요.
모든 게 참 잘된 날이었습니다. 넉넉하고 따사롭고 편안해서 오래오래 누리고 즐기고 싶었습니다.
돌아보고 샆펴보고 이렇듯 살뜰하게 챙겨주신 고마움을 음미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화장실을 사용하고 미납하신 행분의 소유자도 계셨군요. 다음엔 저도 꼭 사용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