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백두대간 제32구간(싸리재-흙목-솔봉-묘적령) 종주기
10월 초순이지만 산촌의 가을은 이미 깊어졌다. 쪽빛 하늘이 내려 앉은 가을산은 더 높게만 보이고, 단풍은 산허리에까지 내
려서서 만산홍엽으로 타고있다. 갈대 핀 산골 개천은 아침햇살 내려서 빛나고, 황금빛 다락논의 굽도리 논뚝따라 핀 억새 꽃
들은 들국화 향기에 취한듯 몸을 가누지 못하고 하얗게 하늘댄다. 들녘의 가을은 들국화가 피우고. 산골의 가을은 단풍이 빚
는다. 백두대간 싸리재 아래 산촌마을인 단양군 대강면 남조리에도 가을이 깊었다.
2014년 10월 11일, 백두대간 싸리재와 묘적령 구간 종주를 위해 남조리 단양온천마을을 찾는다. 두 주 전, 벌재와 싸리재 구
간 종주 땐 하산길로 석양에 찾았고, 오늘은 들머릿길로 아침 10시에 찾는다. 지난 번 때와 달리 추수가 한창이고, 울긋 불긋
한 산자락 위의 하늘에 닿은 산능선은 벌써 제법 성글었다. 갈잎 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산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아침바람
이 소소하다.
백두대간 제32구간인 "싸리재 흙목 솔봉 묘적령" 구간은 겨우 7km에 불과하다. 그러나 싸리재를 가기 위해서는 남조리에서
부터 3km에 이르는 표고차 500m의 숲길을 올라야 하고, 묘적령에서는 다시 4km가 넘는 계곡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7km
의 대간 종주를 위해 다시7km가 넘는 덤길을 걸어야 하는 구간이다. 효율상으로는 지금 이 구간은 둘로 나누어 직전 구간과
다음 구간으로 잇대어 붙여도 될 구간이다. 그렇다고 다른 구간에 비해 특별히 이렇다 할 명산(名山)과 명봉(名峰)도 없다.
다만, 소백산(小白山)의 죽령 남쪽을 지키는 도솔봉(兜率峰)을 바라보며 평균고도 1,000m에 이르는 하늘길을 걷는다는 게
자랑거리다. 또한 경상북도 예천군이 오직 이 구간에서 만 단양군과 동남과 서남쪽을 경계하고, 묘적봉에서 분기한 지구
지맥이 영풍군과 예천군을 경계하며 남동쪽으로 굽돌아 뻗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덤으로 얻는 풍경이다.
싸리재에서 북진하며 몇 개의 암릉을 지나지만 이렇다할 조망대는 없다. 직전 구간, 지나 온 문복대와 시루봉의 원경을 담
으려려 해도 나아갈 흙목을 보려해도 숲이 가린다. 1034m의 흙목봉에 올라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태령의 천봉이지만 육
산의 교목숲은 산객의 바램을 들어주려 않는다. 다만, 그 무성 턴 숲도 어느새 많이 성글어져 비록 갈잎 사이지만, 가야할
다음 봉우리를 설핏 보이게 하는 정도가 위안이라면 위안거리다. 흙목봉에서 예천 쪽을 바라보니 지구지맥 아래 초항리 산
촌마을이 가을 볕에 졸고 있다.
솔봉에 오른다. 오늘 종주구간 중 최고봉이다. 1,103m의 백두대간 천봉(天峰)이건만 정상에 표지석이 없다. 다만 어느 지
방의 산악회가 만들어 나무가지에 걸어둔 임시표지판이 솔봉임을 가리키고는 있으나, 그나마 산 높이를 틀리게 표기하여
아쉽게 한다. 관할 지자체의 백두대간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아쉽다. 솔봉에서도 인근 능선의 조망은 거의 안 된다. 키 높
이의 관목 숲으로 겨우 도솔봉을 볼 수 있을 뿐, 카메라로는 그 준수한 영봉(靈峰)모습 담을 수가 없다. 물멍진 바위 전망대
하나가 그립다. 잉크 빛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태산 준령을 걸었어도 단 한장의 주변 풍경도 담지 못하니 아쉽고, 묘적령으
로 내려서는 발길도 그만큼 무겁다.
32구간 종주를 마무리하는 싯점에 솔봉에서 멋진 도솔봉을 담으려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산들을 둘러 보다 보
면 그 자체로도 분명 하나의 준수한 산이건 만, 산이름을 득명(得名)치 못하고 오직 일개 봉(峰)으로 이름하고 있는 산들을
볼 수 있다. 북설악의 신선봉(금강산 신선봉), 남설악의 가리봉, 오대산의 노인봉, 지리산의 만복대, 그리고 바로 소백산 도
솔봉이 바로 그들이다. 모두가 다 천의 고봉이며 웅장한 능곡(陵溪)를 갖고있는 산들이다. 주산(主山)의 그늘에 묻혀 한 개
산봉우리로 대접 받음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보면, 주산의 전위봉으로 주산과 함께 하나가 될 수 있음
으로 인해 오히려 태악으로의 용자를 더 뽐내고 그에 따른 아루라를 더욱 느끼게 해주는 장점도 있는 것같다. 둘이 합쳐서
더 아름다운 하나가 되는 것은 산도 마찬가지인가 싶다. 백두대간 종주를 소백산에서 시작하였으니, 그 마치는 곳도 소백산
이라서 이런 도솔봉을 더욱 애써 담으려 했었었다.
묘적령, 백두대간 제32구간의 종점이며 33구간의 시작점이다. 또한 나의 백두대간 종주 마침점이었다. 2년 전인 지난 2012
년 3월 24일, 소백산 고치령에서 시작한 나의 백두대간 종줏길은 전반부는 고치령에서 북진하여 진부령을, 후반부는 작년
6월부터는 다시 지리산을 출발해 묘적령까지 2년 반 만에 오늘 그 대미를 장식한다. 진부령에서 지리산까지 734,65km의
남한 구간의 백두대간을 56구간으로 나누어 한 달에 두 번씩 다니기를 어언 27개월, 눈 쌓인 겨울 설산을 걷고 장맛비 내리
는 여름철의 우중산행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특별한 사정으로 못 갔던 구간은 또 다른 산악회을 찾아 뒤늦게 답등을 했었다.
묘적령에서 도솔봉을 향해 가벼운 읍을 한 후 사동리를 향해 계곡으로 내려서면서,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그동안 종주기에
서 못다한 체험기는 훗날 다시 정리해 보리라 생각해 본다. 나로하여금 무사히 백두대간 종주를 마칠 수 있게 해준 정산악
회 관계자들께 감사드리고,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 준 아리랑대장님께 고마움을 표한다.
▼ 충북 단양군 대강면 남조리 풍경
지도보기 / 남조리-싸리재-흙목-송전탑-솔봉-1027봉-묘적령-사동리
▼ 남조리에서 싸리재로 오르는 계곡의 너덜지대
▼ 싸리재 풍경
▼ 싸리재 위의 갈잎 지는 대간 길
▼ 암봉
▼ 암봉에서 숲속으로 보는 흙목 봉우리
▼ 암봉의 암릉 - 1
▼ 높이 1033.5m인 흙목 정상 - 1
▼ 높이 1033.5m인 흙목 정상 - 2
▼ 흙목에서 바라본 예천군 지구지맥과 상리면 초항리 산골마을 풍경
▼ 흙목에서 바라본 1063봉
▼ 흙목을 넘어 암릉을 지나며 뒤돌아 본 흙목정상 봉우리
▼ 훍목정상 넘어 암릉 풍경 - 1
▼ 훍목정상 넘어 암릉 풍경 - 2
▼ 훍목정상 넘어 암릉 풍경 - 3
▼ 흙목과 솔봉 사이 대간능선의 송전탑
▼ 대간 능선 단풍길
▼ 밤재 위의 헬기장과 헬기장에 핀 억새
▼ 대간능선의 기암(奇岩)
▼ 숲길 사이로 보는 솔봉
▼ 높이 1,103m의 솔봉 / 궂이 산이름을 찾으면 소백산 도솔봉의 제봉(弟峰)이다.
▼ 솔봉 주변 능선
▼ 모시골정상과 이정목
▼1011봉 능선 주변
▼ 1127봉의 쉼터에서 표식지를 거두는 아리랑대장
▼ 1027봉에서 담아 본 도솔봉 / 숲속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 풋 보인다.
▼ 1025봉
▼ 묘적령 풍경
▼ 묘적령 아래 하산길 사동계곡 풍경
▼ 사동리 계곡 임도 풍경
▼ 사동리 계곡에서 보이는 주변 산 / 솔봉에서도 못 담은 도솔봉을 골짜기에서 일부분만 담는다.
▼ 사동리에 내려서서 담아본 풍경
▼ 갈대의 속살거림
▼ 솔봉 주변 종줏길에 담은 가을 야생화
▼ 당당풍에 물들었음인가, 진달래 큰까치수영 옷나무도 붉었다.
▼ 단양적성(丹陽赤城, 옛 신라의 산성) / 귀경 길 석양내린 단양휴게소에서-
첫댓글 뱀 무셔요ㅡㅡ
독을 가진 파충류라서
다루기 까다롭긴 하지만 설마 무섭기까지야 하겠습니까?
사실 사람이 가까이 가면 먼저 달아나는데-.
수고하셨습니다 이젠 대간졸업이신가요? 뭔가 가슴이더워집니다...백두대간종주집을내시면...카페에소식주시길...구입하겠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