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거짓말처럼 파랗다. 어제 그렇게 비가 내리더니.. 심술쟁이~
그래도 파래서 좋다~ 좋아! ^^ 파란 하늘 니 모습도 좋고~ 우울한 니 모습도 좋다~ 난 니가 좋다!
오늘은 14코스를 가볼까~~ 카페에 14코스 갑니다~ 라고 자랑을 하고.. 촌장님의 픽업을 기다리는데..
촌장님이 14코스는 15분 기다리라고..ㅠ.ㅠ 에이~ 그냥 11코스로 가자. 그러고 보니 오늘 빼뺴로 데이다~ ^^ 11코스 넌 내 운명이야~ 저번 첫 올레길 때, 웬지 올레를 다 끝내고 가는 것보다 한 코스는 남겨놓아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에 11코스만 남겨 두었다. 다음에 또 와야 할 이유를 나는 남겨두었다.
11코스 무릉 1리 버스정류장까지 촌장님이 태워다 주셨다. 그리고 11코스 안내책자를 챙겨주시고.. 말투와 다르게 멋진 촌장님~ 난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버스를 기다렸다.
11코스 무릉 1리에서 모슬포읍까지 20~30분내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생각해 보니 아침을 안 먹어서 김치찌개를 사먹고~ 점심으로 김밥 2줄을 샀다. 혹시라도 올레 동무를 만날 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에~ ^^ 막걸리와 물도 사고.. 준비 끝~~ 이제 걸어볼까~~ ^^
모슬포에서 하모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다가 이정표 발견!
11코스 안내소를 지나는 데 어떤 분이 오셔서 11코스 안내책자를 나에게 주기 위해 막 뛰어오신다. 난 이미 촌장님에게 받았는데.. ^^;;
안내소 지킴이 이신 것 같다. 고마운 마음에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고 가방에 챙겼다.
아~~ 날씨도 좋고... 너무 좋다! 포졸댓빵님에게 문자가 왔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 우도에 못 가고 계신다고 하신다. 아름다운 우도를 눈 앞에서 못 가고 계신다니...안타깝다.
엇~ 내 앞으로 경운기가... 할아버지가 타고 멋지게 운전하고 가신다. 태워달라고 할까? ㅠ.ㅠ 난 올레꾼이지... 그래 걷자. 그대도 할아버지가 어이~ 타! 하면 잘 탈 수 있는데..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경운기 할아버지가 아침일찍부터 농사를 시작하려고 준비 중~ 할아버지랑 농사 이야기도 하고, 가방에 든 초콜렛을 꺼내서 드렸다. 드리면서 할아버지 오늘 빼뺴로 데이에요~ 할아버지의 표정은 ?????? 사실 할아버지랑 막걸리 한잔 할까 했는데.. 아침 9시부터는 좀 무리다!
11코스는 곶자왈 때문에 꼭 길동무가 필요한 데 왜 이렇게 보이지 않노.. ㅠ.ㅠ
내 앞으로도 뒤로도 아무도 없다.
예전에 11코스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코스라고 들었다. 삶은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이기에... 죽음은 우리가 걷는 이 길이 죽음의 길이였기에.... 이 두가지가 공존하는 곳이라.... 경건한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딪었다.
무덤과 산방산의 모습이 보인다. 갑자기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죽음... 인간은 결국 죽는다.... 그리고 죽어서 무덤이라는 것을 만들어 자연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 살아 생에는 그렇게 자연을 이기고 싶어하면서... 아이러니컬하다.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서 똑같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는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살기 위해서 죽음과 처절하게 싸운다. 하지만 난 죽음이 내 앞에 왔을 때, 의연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즐겁게 맞이하고 싶다.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는 하지만..
누군가 니 이름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 난 김영아요 라고 답하겠지...
하지만 니 몸둥아리 이름 말고, 진짜 이름이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난 뭐라고 답해야 하지?
김영아라는 이름이 그냥 내 몸이름이라면... 난 잠시 이 김영아라는 몸을 입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을 죽음으로 보지 않고.. 잠시 내가 입은 옷을 벗는 다는 생각하면 어떨까? ^^
한참을 이렇게 혼자서 죽음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한 부부가 어느새 내 뒤에서 바짝 따라오신다.
곶자왈 때 길동무가 없으면 어쩌나.. 라고 걱정 했는데.. 속으로 난 아싸~~~ 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 부부의 걸음이 너무 빨라서 천천히 오랫만에 올레를 즐기고 싶은 나는 바로 포기~ 먼저 가세요~ 라고 인사를 드렸다.
알뜨로 비행장의 모습이 보인다. 일본군들의 전투기가 이 곳에 있었다니..ㅠ.ㅠ
10코스에서 도대체 알뜨로 비행장이 어디야~ 했는데.. 이곳이구나!
알뜨로 비행장을 지나 조금만 가면 4.3 사건때 학살터가 나온다. 추모의 길에서 바라 본 풍경...
학살터... 대한민국 국기... 알뜨로 비행장의 모습이 일렬로 펼쳐진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 아프지 않으리...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이 아픈 역사의 현실에 고개가 숙여지고 눈물이 쏟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본군의 만행보다... 펄럭이는 대한민국 국기의 모습이 더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드디어 길동무를 만났다. 잠깐 딴 생각하느라 올레 표시를 놓쳐서 1시간이나 헤맨 후 만난 동무!
아무래도 언니를 만날려고 내가 헤맸나 보다. ^^ (해석 좋죠~)
근데 낯선 얼굴... 헉... 9일날 민중각에서 만났던 언니! 설마설마 했는데.. 이 곳에서 만날 줄이야.
서로 너무 신기해 하며 다시 한번 올레길 인연 - 올레를 걷다보면 다시 만나리~ - 에 대해서 감탄했다. 언니랑 함께 준비한 김밥과 막걸리를 점심으로 먹었다. 이렇게 꿀맛이~ ^^
11코스 곶자왈 혼자가지 않아서 좋고~ 무엇보다 다시 만난 인연이여서 좋고~
언니가 곶자왈 시작 점에 못 해도 오후 3시 이전에는 도착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점심 후 발길을 재촉했다. 곶자왈부터 언닌~ 내 전속 뒷모습 모델! 난 참 요구도 많은 사진 기사였다. 언니보고 천천히 걸어~ 멈추어 줘~ 움직이지 마~ 언니 좀만 옆으로.. ^^ 언니 고마워...
곶자왈은 영국영화에서 어두운 숲길~ 기사가 말타고 가는 장면을 연상되는 멋진 곳....
하지만 곶자왈을 지나다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숲에서 돌담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 4.3 사건 때 마을사람들을 죽이고, 마을을 태워서 없애 버린 곳.... 그 터이다. 에이궁.... 또 눈물이... 안타까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동시에 다가온다.
곶자왈은 생각보다 길었다. 곶자왈에서 나와서 잠시 쉰 후, 우리는 11코스 마지막인 무릉생태학교로 향했다. 가다가 언니는 버스 정류장으로.. 난 숙소인 무릉생태학교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반가운 길동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아픈 역사의 현실'이 그대로 남아있는 11코스!
다시 가리라! 아니 다시 꼭 가서 그 분들의 아픔을 잊지 않으리라!
첫댓글 굴곡된 제주의 역사를 보고 느끼는 11코스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