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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산을 `아버지의 산`이라 하면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은 모정 같은 포근함에서 흔히 `대구의 어머니 산`으로 불려지는 명산이다. 이 곳은 사계절 산행이 가능해 전국에서 유명세를 탄다. |
산을 좋아하는 지인들을 따라 산에 오르내리다보니 정신과 육체 건강에도 좋아 본격적으로 주말 등산을 한 지도 3년이나 됐다.
산에 오르던 초기에는 산 밑에서 정상을 바라보거나 올라가야 할 산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 어느 세월에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까마득했는데 그럭저럭 3년이 되다보니 이제는 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다.
그만큼 산에 익숙해졌다는 것인데 지금 생각해봐도 산행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산행에서 등산 전문가를 따라 가면서 산악보행 등 초보적인 기술을 익히려 필자는 대구지역의 전문 산악회인 드림산악회나 KJ산악회를 따라나섰지만 지금은 이 단체들과 병행해서 고향모임인 영덕군출신 화림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근래에는 매주 화요일 수업을 듣는 영남아카데미회원들과 트레킹을 즐기고 있고, 필자가 대구연합회장으로 있는 독도사랑운동본부와 연계해 몇 달 전에 창립된 독도사랑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좋은 산들을 탐방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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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사 입구의 돌탑기둥 사이에 있는 돌아치 모습. |
봄 참꽃·철쭉, 여름 피서·야영, 가을 억새·단풍, 겨울 얼음동산으로 인기
정상서 내려보는 조망 일품… 포근한 산세로 `대구의 어머니 산` 불리기도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다보면 각 산악회마다 장단점이 있는 바 드림이나 KJ는 매일 산행을 하는 단체지만 특성상 계절마다 가는 곳이 비슷하니 이제는 거의가 다녀온 곳이다. 같은 산이라도 코스가 완전히 다를 경우에는 그 곳에 다시 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 화림산악회, 대문트레킹, 독도사랑산악회는 주말마다 가는 산악회가 아니라 월 1회 정도만 가니 매주 산행을 가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아쉬운데, 주로 산보다는 명승지의 좋은 풍경을 위주로 하다보면 산행으로서 아쉬울 때도 많다.
그래서 요즘은 가보지 않은 산을 골라 홀로 등산이 많은 편인데 지난번 다녀온 보은 속리산, 정읍 내장산이나 합천의 매화산이 그런 경우다. 이번 주말에도 여러 산악회들의 사정을 알아봤더니 간곳이라 부득이하게 홀로 등산에서 대구에서 가까운 비슬산을 선택했다. 그렇지 않아도 달성군에 소재한 비슬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전국 100대 명산`에 해당돼 등산하기로 마음먹었고, 시기만 고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오르기로 했다.
비슬산은 교통 사정상 접근성이 좋고 높이 1천m 정도로 등산이 용이한 산이고 인근에 볼거리도 많아 사계절 전국 각지에서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이다.
봄이 되면 정상 부근의 광활한 평원에 참꽃과 철쭉이 만발해 온 산이 붉게 물들고, 여름철에는 피서와 야영지로 인기가 높으며 가을에는 정상 일대에 물결치는 억새풀의 풍경과 아름다운 단풍이 절경이고, 겨울에는 얼음동산이 펼쳐지고 있으니 겨울산행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대구에서 유가사로 가는 대중교통편은 좋은 편이다. 대구지하철 1호선 대곡역에서 달성5번 버스와 600번 버스가 있는데, 달성 5번 버스는 현풍시외버스에 들렀다가 유가사 500m 앞에 있는 주차장까지 가며, 600번 버스는 현풍시외버스터미널까지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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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슬산 정상 천왕봉 부근은 암릉이 있지만 대체로 넓은 평지다. |
필자는 승용차를 타고 등산 들머리가 있는 유가사에 도착했다. 분위기가 편안한 유가사에 들어가면서 소나무 우거진 길가에 정성을 들여쌓은 돌탑과 돌 아취 문이 필자를 반겨준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산문이 고요하다. 비슬산에 자리한 유가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로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사찰이다. 이 사찰은 창건연대는 신라 혜공왕대 또는 흥덕 2년(827년)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전성기 때는 암자가 99암자, 3천여명의 스님들이 수도한 도량이었다 한다.
필자는 대웅전에 들려 경건히 기도를 올리고 난후에 경내를 잠시 둘러보고서는 절 뒤편으로 난 곳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비슬산 등산코스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이곳 유가사(달성군 유가면 소재)에서 정상에 오르는 코스와 용연사(옥포면 소재)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는데, 대체적으로는 유가사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미령재를 지나 대견사를 거쳐 비슬산 자연휴양림 쪽으로 내려서는 코스를 선택한다.
필자는 유가사를 출발해 도성암, 도통바위를 거쳐 비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랐다가 반송림 군락단지 쪽으로 내려와 다시 유가사로 도착할 계획이다.
등산객 몇몇이 오르는 길을 따라 나선다. 유가사 사천왕문 왼쪽 임도를 따라 들어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걸어 수도암을 지나니 지름길 끝에서 송림 우거진 숲길로 이어진다.
포장도로를 따라 쭉 올라가니 도성암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지름길 등산로를 만나지만 언덕 고개가 다소 가팔라 주차장에서 곧장 온다면 30분은 족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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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슬산 정상 천왕봉의 정상 표지석. |
도성암 아래 갈림목을 지나니 산길이 다시 가팔라지고 능선이 나온다. 5분쯤 올라가니 안전사고를 예방해 만들어놓은 철망이 나오는데 그 오른편으로 도통바위가 보인다.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서 바위에 선다. 비슬산 서쪽의 올망졸망한 산세를 한눈에 조망해본다. 잠시 쉬고서 다시 오르막길을 걸어서 10분쯤 가서 비슬산 북서릉의 등날에 올랐는데, 자료를 보니 이곳 산봉의 높이가 1천54m로 나와 있으니 정상보다는 30m 정도 낮은 편이다.
가까이에 있는 정상을 바라보니 정상 아래에 자리한 바위 모습이 특색을 이룬다. 돌 하나하나가 마치 산에 보석을 박아놓은 듯이 만추의 가을 햇살 아래 빛나고 있다.
좋은 풍경을 보며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비슬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가파른 오르막 능선을 따라 걷는다. 약 7부 능선에 오르면 정상까지는 완만한 평탄면이 이어지는데, 전국에서 산행 나온 등산인들과 함께 20분쯤 걸어올라 드디어 천왕봉에 올라섰다. 비슬산의 유래를 보면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와 있는 이 산의 원래 이름은 포산(苞山)으로 기록돼 있는데, 포산이란 수목에 덮여 있는 산이란 뜻이다.
신라 흥덕왕 때 도의가 쓴 `유가사사적(瑜伽寺寺蹟)`이란 책에서는 산의 모습이 거문고와 같아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일설에 비슬산은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비슬산이라 했다고도 한다.
일부 인터넷상에서 비슬산 정상이 `대견봉(1천83m)`으로 돼 있는데, 이 이름은 올해 봄부터 변경돼 천왕봉이라 불러진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비슬산천왕봉바로잡기운동본부와 달성군이 노력 끝에 종전 이름인 대견봉에서 천왕봉으로 바꾸고, 2014년 3월 1일 천왕봉 정상표지석 제막식을 가졌다.
특히 달성군이 테크로폴리스 단지 건설과 함께 이 지역의 대표 산인 비슬산 정봉 비석, 대견사를 정비하는 등 `품격 있는 문화·관광`지역으로 가꾸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국가지명위원회에서 비슬산의 정봉을 천왕봉으로 결정함에 따라 이 이름은 지리산, 계룡산, 대봉산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불러지게 됐다.
천왕봉 정상에 서면 멀리 멀리 가까이 산풍경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북쪽 방향에서 대구 시가지가 어렴풋이 나타나는데, 이 산은 산세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으로 인해 여성미가 깃들어져 있고, 흔히 `대구의 어머니 산`이라고도 한다.
정상에서 풍경을 구경하다가 조화봉 쪽을 바라본다. 산 밑 평원에서는 제철이 지난 갈대밭 풍경들이 군데군데에 이어진다. 만추의 풍광들이 필자의 가슴 속에 와 닿아 시심으로 이어진다.
“수목에 덮여 있어/ 포산이라 불렀던 산,/ 꼭대기 바위 모습이/ 거문고를 닮았다고 해서/ 비슬산으로도 불렀다는/ 그 유래도 재미있지만/ 산세 또한 아름다운 곳이다. // 가을의 끝에서 홀로/ 비슬산을 올라보면/ 갈대꽃은 흩어져 간데없고/ 쓸쓸함이 감도는 날에/ 산등성이에 서보면 안다./ 자연이 살아 숨 쉰다는 그 말을,/ 정말 잘 어울려 멋진 날이다”(자작시 `비슬산에 올라보면` 전문)
시기가 봄철 같았으면 정상에서 대견사까지 4km 구간에 이어지는 참꽃 군락지 길로 내려서겠지만 코스를 바꾸어 반송 군락지를 통해 하산해 유가사 주차장으로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딴에는 이번 비슬산 등산은 홀로 등산이고, 유가사 주차장까지 승용차를 몰고 온데다가 또 내일은 영남아카데미 회원들과 경주 바닷가의 주상절리를 구경하러가기로 계획돼 있어 이번 비슬산 산행은 짧은 코스를 택했다.
하산하는 길목에서 정상에 있던 등산객들은 대견사 쪽으로 내려서고 필자는 반송군락지로 내려서서 호젓한 소나무 사잇길에서 사색하며 발걸음을 옮겨 주차장 가는 길로 내려선다.
언제나 산행을 마치고 나면 일종의 성취감도 크지만 특히 긴 시간을 홀로 등산하는 과정에서는 혼자서 감내할 일도 많이 겪게 되고 고독감을 감수해야 된다.
그럴 때마다 힘듦에서 한시 바삐 빠져나와 안식을 찾고 싶은 마음뿐인데, 등산은 기묘한 신기루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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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나는 내 안에서 안식을 찾고 그 안에 있고 싶었다.` 이 말은 세계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그의 저서 `검은 고독 흰 고독`에서 남긴 명언이다. 그는1978년 무산소로 에베레스트 낭가파르바트 최초 등정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을 했는지 알 수가 있다.
비슬산 산행을 마친 후에 귀가 길의 안도감, 그 길은 안식으로 인도하는 그리움의 길이며, 자연의 향기 가득 담긴 그 안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게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