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최근작 <사랑하지 말자>를 읽으며 북한에서의 연안파 숙청이야기를 하면서 거론한 책이 있었다. 바로 <항일독립군 최후의 분대장 김 학철>. 이 책 읽어 봐야겠다고 맘으로 찜하고 읽고 싶은 책 목록에 기록을 해 두었다. 그런데 어느날 지인이 책 선물을 해 주고 싶다고 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이 책을 이야기 했더니 그 사람 나한테 무슨 빚이 있는지 대전에 있는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이 책을 빌려왔다. 절판되어 서점이나 출판사에는 구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심정을 갖고 반드시 읽어줘야 겠다는 의지를 갖고 책을 들었다.
이 책은 95년8월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발간된 400쪽 분량의 책으로 당시 가격은 7,000원이었다. 주인공 김학철님은 1916년 원산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고, 서울의 보성고등보통학교 재학 중에 항일운동의 일념을 가지고 단독으로 상해로 건너갔다. 그는 거기서 김원봉이 단장으로 있던 의열단이 모체가 되어 만든 조선민족혁명당에 포섭되어 테러리스트로 교육받고 활동한다. 중일전쟁이 터지고 블랑키주의적 활동이 의미가 없는 것을 깨달은 조직은 대원들을 황포군관학교에 입교시켜 군사교육을 받게 한다. 그리고 1938년(저자나이 23세) 10월에 조선의용대(초기에 200명정도)를 창설한다. 저자도 여기에 참여하고 나중에 분대장으로 승진한다. 조선의용대는 초기에 국.공합작시 중국군 중앙군에 소속되어 전투에 참여한다. 나중에는 팽덕회가 이끄는 팔로군에 합류하여 태항산을 중심으로 항일투쟁을 벌여 나간다. 그러다 1941년(저자나이 26세) 12월 10일에 일본군의 기습으로 교전 중 왼쪽 대퇴부에 총상을 입고 포로가 된다. 그는 나가사키 형무소로 옮겨지게 되고 상처가 낫지 않는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일본이 항복하고 난 후 55일이 더 지나 45년 10월 9일에 정치범의 신분으로 석방이 된다.
서울에 되돌아 온 그는 좌익세력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주의 사상을 고취시키는 글과 소설을 써 작품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정세가 갈수록 좌익을 박해하는 쪽으로 흘러 월북을 하게 된다. 거기서도 그는 인민일보 기자등을 하다가 김일성이에게 비위 상하는 기사를 작성해 외압으로 외금강휴양소 소장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불구인 그는 북경으로 이동해 중국의 문협의 도움을 받는다. 종전후 평양에 들어가 보니 토사구팽이라고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주사파가 연안파등을 숙청하기 시작하고 있었고 친구들의 권유로 그는 다시 중국으로 되돌려 진다. 그는 연변민족자치주가 생기는 것을 알고 그 곳으로 삶의 터전을 잡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회주의 이념에 맞는 글들을 써 나가면서 연변지역 문학의 중심이 되어 간다.
그러나 당시 중국에는 극좌적 행태의 운동들이 전개되는데 그것이 바로 ‘대약진운동(57년~61년)’과 “문화대혁명(66년 5월~ 76년 10월)‘이라는 사건이다. 저자는 양심적이고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인 인사들이 우파로 낙인찍히고 좌천되고 유배를 가거나 심지어는 몰매를 맞아 죽거나하는 것을 분노를 금하지 못한다. 본인도 반우파투쟁의 대상자로 지목이 되어 고난을 겪게 되는데 이를 비판한 정치소설 <20세기의 신화>를 쓴다. 그러나 홍위병들이 가택을 수색하다가 이 원고를 발견하게 되고 10년의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그 소설의 내용을 보면, 모택동을 ’천안문 위에 올라선 벌거벗은 황제‘라 규정하고 ”밤낮없이 다들 ’위대하다‘,’위대하다‘ 외쳐대는데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위대한가?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는 그 알몸뚱이 국왕하고 다를 게 뭔가? 그놈이 그놈이지! 중국은 지금 대가리는 하나뿐인데 발이 수십억 개나 달린 무슨 거대한 절족동물 같은 괴물로 변해버렸다.“등이 적혀 있었다 한다. 이 내용만 봐도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나 정작 저자는 죽을 각오로 썼음에 분명하고 인민재판에서도 의식적으로 당당하게 저항을 했다고 한다.
저자는 1977년 12월에 만기출옥을 하고 근 3년 동안 반혁명 전과자로 낙인을 찍힌 채 살았다고 한다. 그 동안의 집안 살림이란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고 1980년 12월에 드디어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 스스로 제 3의 인생이라 칭하는 15년 동안에 장편 소설 <격정시대,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 민족해방의 투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등 예닐곱 권의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그는1990년 이후로는 수 차례 서울에 다녀가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는 2001년 09월 25일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몇가지 점에서 특색이 있었다.
먼저 살아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가감없이 솔직하게 쓰여진 자서전으로 일제하 독립운동의 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광복군의 입장이 아니라 사회주의 운동의 핵심인 조선의용대를 중심으로 서술한 것이여서 역사인식의 시야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운동가들의 삶을 영웅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지금 현재 여기를 사는 우리들과 같은 그런 삶을 그네들도 살았음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이 책에서는 북한에서 김일성정권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반대세력인 연안파, 조선의용대 출신들이 어떻게 사라지는 지를 그야말로 민얼굴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Mao-Kim체제에서 나타나는 우상숭배와 아첨꾼들을 저자가 얼마나 싫어했는지가 여실히 들어난다. 책을 읽는 내내 마오-김체제와 진정한 사회주의와는 전혀 상관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기에 아무 생각없이 선동되어 행동하는 군중의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를 알게 되었다. 우붕잡억이라는 문화대혁명기간에 일어났던 패악스런 사인방의 정치행태와 이에 놀아난 조반파,홍위병,홍소병의 극악한 행위를 고발한 책에서는 팽덕회가 인민재판을 받는 사진이 나온다. 이 팽덕회가 팔로군을 이끌면서 조선의용대에 아무 호위없이 소탈한 복장으로 방문해서 감명깊어 했던 저자의 기술이 나온다. 무엇이 진정한 사회주의이고 민주주의인지를 생각게하는 책이었다.
비판투쟁을 받는 팽덕회
우린 / 홍진선(facebook에서 퍼옴)
우린
희생하면서
역사에 봉사하는 사람들
...
서로가 서로에게
우린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자 할 뿐.
내딛는
걸음마다 들려오는
아름다운 영혼의 울림
사람이 세상의 희망이다.
희망을 품으라 한다.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다.
함께가자 한다.
맑은 하늘 같은 친구
별처럼 빛나는 친구
나무처럼 푸른 친구
어깨동무 함께 할
아름다운 친구들.
바람처럼
함께 휘몰아가고
물처럼
함께 흐르며
우린
서로의 가슴에 횃불로 살고자 한다.
우린 그렇게 살고자 한다.
서로의 가슴에 불을 지르며
이름없는 들꽃, 들풀로
타오르는 들불로
알아주는 이 하나 없어도
역사의 현장에
한점으로, 연대로
그곳에 함께 있었노라고.
우린.
첫댓글 잘읽었어요. 그 험난했던 시절, 한 인간의 참모습을 보게되는군요.
진정 어떤 것이 민초, 민중을 위하는 삶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삶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음을 갖는 것이겠지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