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으로 가는 길에...
거창휴게소에서 미녀봉 방향으로 운해가 피어오르는 풍경을 만난 건 감동이었습니다.
아기를 가진 미녀 엄마가 출산을 앞두고 구름위에 누워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죠.
청춘의 시절에 올랐던 그 미녀봉은 늙지도 않고 그대로인데 이 사람은 노년의 문턱에 쓸쓸히 서있습니다.
인월공영터미널에서 단풍님과 합류하여 원천마을로 갔습니다.
원천마을로 가는 길은 단풍님이 만들어 낸 에피소드로 인해 웃음바다가 되었네요.
거창휴게소에선 구름바다, 인월에선 웃음바다가 되었으니
우리는 분명 산으로 가고 있는데 나타나는 건 바다였죠.
지리산신선둘레길은 지리산둘레길 3구간(인월~금계)의 중간지점인 장항마을에서 시작을 하게 되는데,
장항마을에서 원천마을까지는 도로를 걷는 구간으로 생략을 하고 남원시 산내면 장항리 원천마을에서부터
지리산 신선들만이 은밀히 걷는다는 지리산신선둘레길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원천마을 돌담길을 지나 제법 가파른 임도를 따라 올라갑니다.
첫번째 정자에서 막걸리 한잔을 기대했건만 얼음막걸리가 녹지 않아서 패스합니다.
멋진 자태를 뽐내는 곰솔 한그루가 있는 곰재를 넘어갑니다.
곰이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형상이라 곰재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군요.
지리산은 후덕한 어머니산이기에 노고단 마고할미의 전설을 비롯하여 유독 전설이 많습니다.
참샘에는 샘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샘이 있다고 너무 믿어선 안되지요.
참샘은 샘물이 마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 옛날, 화전민들의 애환이 서린 울고 넘는 눈물고개에서 눈물대신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에 눈웃음을 짓습니다.
촉촉한 흙길에 바람이 불고, 초록이 휘날리고, 새가 노래하고, 꽃향기가 유혹을 합니다.
시간속을 걷는데 시간밖(겁외)에 머문듯합니다.
고사리밭길을 걸어 팔랑마을로 갑니다.
팔랑마을에는 지리산신선둘레길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구요.
바래봉의 대표적인 철쭉군락지인 팔랑치로 오르는 가장 짧은 거리에 있는 팔랑마을은
마을크기에 비해 제법 넓은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했습니다.
진한의 왕은 달궁을 방어하기 위해 북쪽 30리 밖의 높은 산령에 8명의 젊은 장군을 배치해 외적의 침공을 막아냈다고
하여 팔랑치(팔랑재)라고 부른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으며, 팔랑마을은 팔랑재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KBS 인간극장에 소개되었다는 채옥할머니의 지리산 억새집 동동주는 그 깔끔한 맛을 잊을 수가 없네요.
어느날 갑자기 억새집 동동주를 못잊어 달려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팔랑마을에서 팔랑치로 향합니다.
길옆 계곡에는 지리산 맑은 물이 흐르고 있네요.
제법 오르막길이지만 정다운 오솔길을 걷으니 몸에서 에너지가 솟는 것 같습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천천히 리듬을 타면서 걷는게 좋습니다.
도중에 앉아서 쉬면 걷는게 더 힘들어지므로 서서 심호흡 두세번 하는 정도로 쉬는게 좋습니다.
몸이 고단할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상태에 이르면 오르막길은 더이상 오르막길이 아닙니다.
도중에 한번 쉬어서 팔랑치에 도착합니다.
잠시 꽃구경을 하고서 낙엽송 그늘아래에서 맛난 점심식사를 합니다.
진수성찬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꽃구경을 시작합니다.
팔랑치에서 바래봉 방향으로 서북능선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사람도 꽃인게지요.
팔랑치는 그야말로 산상화원입니다.
세걸산 방향으로는 분홍빛 철쭉이 만개해있구요.
팔랑치에서 바라본 지리산 서북능은 푸르름속의 꽃길입니다.
청춘의 시간을 오로지 지리산에 빠져 살았기에 지리산을 바라보는 오늘의 감회는 남다릅니다.
꽃이 없어도 선이 곱고 아름다운 지리산은 꽃이 있어 더욱 더 아름답습니다.
꽃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느낌이랄까요.
적당히 불어주는 5월의 바람은 참 고마운 바람입니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5월을 5월의 바람처럼 보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운봉쪽 허브벨리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가파른 돌길 임도를 힙겹게 오르느라 에너지를 거의 다 소비한 탓이겠지요.
바래봉의 철쭉나들이는 어느 지점에서 오르는가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산선선둘레길을 따라 오르는 꽃여행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첫댓글 지리산 신선둘레길 후기는
한편의 수필을 보는듯 합니다.
행운님 아름다운 길, 아름다운 후기 감사합니다.^^
행운님 후기를 따라가며 큰 감동으로 가슴이 설렙니다~
다시한번 걷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보고 또보고 후기글에서 계속 지리산속에 있습니다.
행복한 도보길에 매번 감사합니다^^
지리산 둘레길도 또 기회가 오겠죠?
지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빠짐없이 반드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다음기회를 기약하며......
행운님 후기따라 마음으로 함께 다녀옵니다.
오뚜기 님의 목소리가 그립네요. 낭랑18세 의 옥구슬 또르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 넘넘 예쁘고 매력적이시라~~~보고 싶네요. 담 도보 때 뵙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