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생태환경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동식물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이런 절박한 현실에서 철새 중간 기착지인 가거도 새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가거도는 한반도를 찾는 철새 530여 종 가운데 300종 이상이 통과하며 지친 나래를 접고 잠시 쉬어가는 생태계의 보물창고입니다. 오랜 기간 서남해 섬을 돌며 철새와 우리 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온 고경남씨의 도움을 받아 이 섬에서 서식하는 철새들을 매일 한꼭지씩 한달여간 소개합니다.>
(신안=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물고기잡이 명수' 가마우지가 한반도 최서남단을 찾았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북서쪽 빈지암과 손암 정약전 유배지인 도초면 우이도 형제섬에 둥지를 틀었다.
우이도 가마우지 서식지
가마우지는 천적의 접근이 불가능한 협소한 곳에 알을 낳고 번식한다. 160m의 벼랑으로 된 빈지암과 형제섬은 그런 곳이다. 날개가 있는 새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천혜의 번식조건을 갖추고 있다.
최근 가마우지 10여 쌍과 쇠가마우지 1쌍이 빈지암을 부지런히 오가며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이 가마우지는 매년 1월부터 5월까지 이곳에 머물며 보통 3~4개의 알을 낳고 번식한다. 번식 장소가 제한적이다 보니 부화가 끝나면 또다른 가마우지가 주변 무인도에서 날아와 같은 둥지를 번갈아가며 번식한다. 신안 우이도 등지는 새끼 훈련과 먹이활동으로 1년 내내 가마우지 날갯짓을 관찰할 수 있다.
가마우지 서식지 '형제 섬'
먹이는 장어나 숭어, 농어 치어 등이다. 어미가 잡은 먹이를 둥지에 가져오면 새끼는 어미의 입속에 머리를 깊이 박고 꺼내 먹는다.
가마우지는 먹이를 통째로 먹기 때문에 혀가 필요 없어 퇴화해 작다. 코 또한 퇴화해 없다. 물 깊이 잠수해 고기를 잡기에 편리하게 진화했다고 한다.
깃털 말리는 가마우지
가마우지는 날개 길이가 133cm다. 몸의 윗면은 검은색을 띤 녹색으로 하구, 호수, 바위섬에 서식하며 쉴 때는 날개를 쫙 펴고 말린다. 오리류나 다른 물새와는 달리 꼬리에 우지선(기름을 분비하는 곳)이 없어 자주 말려줘야 깃털이 물에 젖지 않아 뜨는데 편하기 때문이다.
가마우지
중국, 일본에서는 어민들이 물고기잡이로 훈련해 활용하는 종이다. 우리나라에는 가마우지·민물가마우지·쇠가마우지, 붉은뺨가마우지 4종이 알려졌지만 세계적으로는 30종이 확인됐다.
조류 전문가 고경남씨는 1일 "국내에서는 거문도, 백령도, 제주도, 서남해의 작은 무인도 바위 절벽에서 서식하는 텃새인 가마우지가 신안의 작은 섬 가거도에서 번식하는 것은 쿠루시오 한류와 대만 난류가 만나는 해류에 의해 풍부한 먹이처가 있어 가거도에 토착종으로 정착해 번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