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물결 - 앨빈 토플러의 '제 3의 물결' 중에서]
<물결의 충돌>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이 계속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금값은 전대미문으로 치솟고 있으며 인플레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또 세계 각국의 정부는 속수 무책이어서 무능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교육의 황폐로 인해 젊은이들이 무기력한 사회의 음산한 기폭제가 되고 있다. 또 충격적인 살인이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얼핏 보면 이런 것들이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같이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언뜻 혼란한 것같이 보이는 현상 뒤에는 실은 엄청난 일이 숨어 있다. 그것은 지금 막 무너지려고 하는 사회 체제, 바로 그 체제의 붕괴이다. 이 체제라는 것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니고 현대 문명을 구축하고 있는 산업주의라고 하는 체제이다. 확실히 우리는 산업 혁명으로 시작된 기계 문명, 즉 산업 사회 속에서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번영을 손에 쥐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큰 모순과 불안을 가져왔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일까?
<제 1의 물결>
인류는 지금까지 대혁명의 물결을 두 번 경험했다. 제 1의 물결은 약 1만 년 전에 시작된 농업 혁명이다. 이것은 인류 최초의 문명을 가져온 기술 혁신의 물결이다. 농업의 파도는 점차 세계로 확산되어서 어로 민족과 수렵 민족을 농경 민족으로 바꾸어 갔다. 그래도 이 농업 사회의 문명권에는 표면상의 차이는 있어도 본질적인 유사성이 있다. 즉 어느 것도 토지에 기초를 둔 생활이라는 것이다. 날이 새면 밭에 나가 일을 하고 날이 저물면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생활이었다.
<제 2의 물결>
제 2의 물결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산업 혁명이었다. 제 1의 물결이 어민이나 수렵민을 농민으로 바꾸어 놓은 것처럼 농민을 공장 근로자로 바꾸어 놓았다. 우선 그 중심이 되는 것이 증기 기관이다. 1712년 영국의 기술자 뉴코맨에 의해서 실용성 있는 증기 기관이 발명되어 공장 생산은 급격하게 발전해 갔다. 그리고 제 1의 물결과는 달리 에너지원은 지하로부터 왔다. 이것들은 일단 소비해 버리면 재생이 불가능한 화석 연료인데 석탄, 천연 가스, 석유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장은 이 에너지원의 산지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경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점차로 한 곳으로 집결되어 도시가 점점 커져 갔다.
이 산업 중심의 새로운 생활 양식은 공업 제품 뿐만 아니라 일이나 사고 방식, 그리고 말하는 방법까지도 규격화시켜 유럽을 기점으로 세계에 퍼져 나갔다. 요람에서부터 규격화는 시작되어 공장을 모델로 해서 학교 교실도 규격화되어 갔다. 나라에 따라서 대중 교육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드러난 교육 과정 뒤에 숨겨진 교육 과정은 단순한 기계적 암기를 위주로 평생 기계적인 반복 작업에 순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져 있었다.
그리하여 이 산업주의는 사회의 여러 가지 개별 현상을 모두 모아서 마치 부품으로 기계를 조립하는 것같이 머리와 꼬리가 연결된 광범위하고 강력한 사회 체제를 만들어 갔다.
<제 3의 물결>
인간은 옛날부터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대신해 줄 기계를 꿈꾸어 왔다. 이런 꿈들이 산업용 로봇 등과 같은 현실적인 도구로 개발된 것은 1962년 미국에서의 일이다. 이렇듯 지금 이 사회 전체는 새로운 문명이 탄생하는 진통을 겪고 있는데 이 문명이야말로 제 3의 물결인 것이다.
<새로운 규칙>
제 3의 물결은 제 2의 물결의 상징이었던 공장에도 큰 변혁을 가져왔다. 실리콘을 만드는 미국의 한 공장은 그 좋은 예이다. 번영을 계속하는 고도의 기술 센터라고 일컬어지며,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는 이 공장은 공원처럼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다. 또 어떤 공장에서는 지금까지의 공장과는 달리 탁 트인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근로자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자유로운 옷차림을 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완전히 자유 시간제로서 정해진 작업량만 완수하면 어떤 형식의 근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대량 생산을 위한 콘베어 벨트에 묶인 지난 날 공장 근로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과거의 블루 칼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변화이다. 이러한 장면에서 참신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작업 내용이 새로운 산업이라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노동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제 2의 물결의 영향권에 있는 회사에 있어서는 공장의 기계나 건물이 자산이므로 종업원은 인건비 곧 비용일 뿐이었다. 그러나 제 3의 물결에서는 그와 반대로 기계나 건물 쪽이 경비이며 인간은 최대의 자산이 된다. 창조적 인간이야말로 무엇보다 큰 재산이 되는 것이다.
<제 3의 물결 경제>
제 2의 물결에 속한 사업의 특징은 장기간에 걸쳐 똑같은 부품을 만들어 100만 단위의 동일한 규격 부품을 생산하는 점이다. 소비자는 획일적인 상품을 구매할 도리밖에 없었고, 개성 있는 물건을 구하려면 전문점에 가서 많은 돈을 주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제 3의 물결의 다종 소량 시대에 들어 오면 소비자는 규격화된 상품에 만족하지 않고 창조적 소비자가 되고 싶어한다. 소비자 의식, 생활 양식의 다양화는 다종 소량 생산을 더욱더 촉진시킨다. 이 경향은 유통 구조에도 반영되어 급속히 변해 가는 소비자의 다양화에 따라가기 위해서 세일즈의 방법에도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게 했다.
<가내 전자 근무 체제>
제 2의 물결의 도래에 따라 사람들의 작업장은 가정이나 밭에서 공장이나 사무실로 옮겨졌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는 생산성이 대단히 높아졌다. 그러나 지금 통근 비용의 급상승과 그와 반비례해서 원거리 통신 비용의 절감은 일을 또다시 가정으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일렉트로닉스(전자공학)를 기반으로 자택 근무를 가능하게 한 일렉트로닉 주택이 출현하게 된다.
이 자택 근무제는 노사 쌍방에게 이점이 있다. 일하는 쪽에게는 통근시의 지독한 러시 아워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없고 회사측에는 도심의 큰 빌딩의 유지비나 통근비 지출에서 해방되는 등 경제적 이익이 커진다.
<다가오는 정보 시대>
무엇보다 현대의 과학 기술은 지금 인류에게 제 3의 물결을 가져오려고 한다. 인공 위성, 컴퓨터, 레이저 등의 신기술 앞에서는 산업 시대의 기계는 벌써 그 존재가 희미해져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새 기술이라고 하면 생활로부터 동떨어진 느낌을 주기 쉽지만 우리들 인간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이 새 기술이 일을 변화시키고 인간 관계까지 변화시키려고 한다. 그러한 새로운 기술의 한 영역을 떠맡고 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즉 정보 기술이다.
이 정보 기술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정보를 받는 것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컴퓨터의 단추와 스크린을 사용해서 관광지의 모습을 살펴보고, 호텔의 예약이나 비행기표의 예매까지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야채나 의류를 사는 것도 가능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제 3의 물결 사회에서는 우리들이 신문이나 그 밖의 매스 미디어(대중 매체)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정보를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모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개성이 중요해진다.
문제 : 윗글은 앨빈 토플러의 '제 3의 물결' 중에서 발췌한 글이다. '권력 이동' 등의 글을 더 읽어보고,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정리한 후,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보충자료
<앨빈 토플러 >
앨빈 토플러는 뉴욕 대학을 졸업한 뒤에 미국 중서부에 있는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도 했으며, 그 후 노동 조합 신문 기자, 포츈 지의 편집자 등을 거쳐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교수를 역임하고 과학, 문학, 법학 부문의 5개 명예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제 3의 물결의 문명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묘사한 것 같은 고도로 집중화된 어두운 사회가 아니다. 상상의 세계인 유토피아를 모델로 한 이상향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현상태보다 더 나은 현실에 발디딘 세계이다. 그 사회는 개인차를 인정하고 인종적, 지역적, 종교적인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명이다. 적극적 또는 혁명적이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현재의 사회와는 다른 질서와 제도, 가치관을 가진 사회이며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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