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3용문산 단풍 유람
노란 은행잎들이 가을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는 계절 늦가을이다. 천년 은행나무의 찬란한 가을 향연을 보려고 용문산에 가고 있다.
용문역에서 시골버스 기다리고 있다. 길거리 은행나무들이 노란색 잔치를 펼치고 있다. 햇빛속에서 유난히 곱게 빛난다. 9시25분에 용문사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서울과 달리 시골은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다. 기다리는 것도 인격수양의 한부분이다.
9시25분 완행버스타고 용문사가는데 10시 되지 않았는데 들어가는 차량들로 도로가 주차장이다.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것같다. 이곳에 여러번 왔지만 이러기는 처음이다. 길가 노란 은행잎들이 나를 반기고 있다. 저멀리 우뚝솟은 가섭봉에 올라가야 하는 일정이다.
용문산 산행은 늘 나와의 끝없는 싸움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포기할 수는 없어 오르고 또 오르면 드넓은 용문산이 나를 안아준다.
10시에 용문천 계곡 끼고 산행시작 햇볕이 뜨겁다.
주차장까지의 속세의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용문사경내 들서서니 계곡물 소리가 속세를 떠난 세계를 느끼게 한다. 고요하다. 잔잔한 바람 소리뿐이다.
용문사경내 둘러보고 천년 은행나무와 대화나누고 10시40분 가섭봉으로 향한다. 인내심을 요하는 대장정이다. 계곡물소리 듣기 좋다.
11시13분 드넓은 산에 나뿐이다. 마른 가랑잎 밟는 소리만 사각사각 들릴 뿐이다. 햇빛이 눈부시다. 등줄기에는 땀이 흐른다. 가파른 산길 오르느라 고생하고 있다. 새 한마리 노래를 읊어댄다. 만산홍엽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고요가 나를 감싼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단풍잎이 예쁘다. 바람이 시원해서 꿀맛이다.
11시30분 내가 사랑하는 늘씬한 삼형제 소나무와 만났다. 너무 잘 자라주니 고맙다.
11시39분 가섭봉과 상원사 갈림길에 도착해서 정상으로 전진한다. 정상까지는 1.3킬로이다.
12시 가섭봉이 바라다보이는 전망좋은 바위에 앉아 점심식사 하려고 한다. 아무도 없는 山中이다. 하늘은 파랗고 햇빛은 눈부시고 바람은 솔솔불고 이곳이 지상 낙원이지.
점심 식사 맛있게 먹고 솔솔부는 바람에 땀 식히고 정상으로 간다. 12시 40분이다. 조용해서 마음도 조용해진다. 산이 주는 은혜로움이다.
13시 용문산 정상가섭봉 900미터 남은 삼거리에 도착 정상 만나러 간다. 햇볕이 너무 좋다.
14시 드디어 용문산 가섭봉 찍었다. 3시20분 걸렸다. 장하다. 힘들기는 했지만 마음은 흐뭇하다. 보이는 것들 중에 푸른 것은 솔이고 홍엽들은 단풍나무들이다. 용문봉의 하얀 봉우리가 특이하다. 돌들에 뿌리내리고 자라는 솔들이 푸른 빛을 잃지 않으니 절개가 굳도다.
잠시 정상에 머물면서 사방을 바라보니 산들이 참 많다. 이름 모를 산들이다. 저 앞에 백운봉 우뚝 솟아 위용을 자랑한다. 그냥 하산할까 하다 용문산에 처음 왔다는 젊은 사람을 만나 동행하고 있다. 그래서 용문산을 제대로 보여주려고 장군봉 상원사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15시에 옥천면 용천리와 장군봉 용문산 정상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바람이 시원하니 좋다. 일행이 생겨 이야기 나누면서 쉬엄쉬엄 가고 있다.
15시30분에 장군봉에 도착했다. 장군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아름답다. 겹겹이 이어지는 산들이다. 장군봉까지는 평탄한 길이었는데 장군봉에서 상원사까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험난한 산길이다. 조심해서 하산하는데 올려다보이는 산자락이 예뻐 자꾸 시선이 거기에 머문다. 일행이 있어 걸음이 빨라진다. 혼자라면 산속을 물들이고 있는 불타는 단풍을 즐길텐데ㅡㅡㅡ.
험한 산길 걷고 걸어 상원사에 도착하니 계곡물소리가 반긴다. 시각은 늦은 17시이다. 너무 늦었다. 힘들었지만 계곡물소리에 힘이 난다. 용문사까지 또 가야한다. 2.4키로 거리이다.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상원사에서 용문사가려면 작은 산능선을 세개나 넘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니 마음이 급해진다.
산을 가득 채운 단풍이 너무 곱다. 낮에 보았으면 햇빛에 빛나는 단풍이 너무 좋았을 건데 저녁 늦은 시각이라 아쉽다. 산 전체가 단풍이다. 낙엽 쌓인 오솔길이 정겹기만 하다. 산 고갯마루를 셋이나 넘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어 용문사에 도착하니 18시가 되었다. 용문사 경내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적막하다. 노란 천년 은행나무가 불빛에 반짝거린다. 노랗게 물든 천년 은행나무가 일품이다.
용문산 산행이 무사히 끝났다. 언제나 산행은 힘들다. 높고 낮고는 상관없다. 작은 산이든 높은 산이든 산을 오른다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다. 무사히 산행 마쳤으니 감사할 일이다. 힘들지만 전망이 너무 좋아 즐겁게 산행했다. 단풍에 취하고 소나무들에 감동한 시간이었다. 쌍둥이 소나무 삼형제 소나무 바위와 나란히 자란 소나무 바위에 뿌리 내리고 힘겹게 견디고 있는 소나무 모두가 나를 감동시킨다. 소나무들의 의연한 삶을 배우고 싶다.
사실 이제 용문산에는 더 이상 오지 말자 생각했는데 산행 마치고 나니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멋진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