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사랑·인 공통 가치로 공감대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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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 2026-08-11 10:42:37 수정일 2026-08-12 14:51:30 발행일 2026-08-16 제 3503호 12면
교황청-유교 첫 공식 만남…두 종교간 공통점 탐구하고 최종 공동성명서 발표
교황청 종교간대화부가 유교와 공식적인 첫 만남에 나서며 종교간 대화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종교간대화부는 8월 4일부터 5일까지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를 주최했다. 이번 학회의 주요 논의 내용을 ‘최종 공동성명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 참가자들이 8월 5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학회를 폐막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지순 기자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는 5일 “두 종교의 참된 만남이 서로의 이해를 깊게 하고 신뢰를 굳건히 하며 모두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막을 내렸다.
이번 학회는 교황청 종교간대화부가 주최하고 주교회의, 성균관, 서강대학교가 공동 협력해 ‘이상 사회에 대한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기여를 위한 대화: 새 하늘, 새 땅과 대동(大同)’을 주제로 열렸다. 종교간대화부는 1년 전부터 성균관, 서강대와 이번 학회를 준비해 왔다.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을 비롯한 교황청 대표단과 인도네시아, 홍콩, 미국 등 12개국 신학과 철학, 종교학, 유교학 전문가들이 학회에 참가해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핵심 가치인 새 하늘과 새 땅, 대동, 그리고 사랑과 인(仁)이 지닌 공통점을 탐구했다. 또한 두 개념이 현대사회에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찾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학회를 마치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 참가자 일동’ 명의로 나온 최종 공동성명서 발표는 종교간대화부 차관보 폴랭 바타이르와 쿠부야 신부가 맡았다. 학회 참가자들은 최종 공동성명서 채택을 위해 이틀간 이어진 학회에서 모두 8개의 세션 발제와 그룹 토의를 이어갔다. 제1세션에서는 종교간대화부가 기획하고 그리스도교-유교 연구 그룹이 공동 프로젝트로 제작한 「그리스도교와 유교 대화 지침서」를 발표했다. 이 지침서는 아시아적 맥락에서 그리스도교와 유교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필수적인 틀을 제공하고 있다.
최종 공동성명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교가 희망하는 새 하늘, 새 땅과 유교가 지향하는 대동 곧, 큰 조화와 큰 일치를 성찰하면서, 두 전통 모두가 정의와 연민, 평화, 모든 이를 향한 돌봄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도록 영감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유교와 그리스도교 전통이 서로 다른 종교적, 철학적 토대에서 비롯됐지만, 이번 학회를 통해 중요한 공통점을 찾게 된 점도 강조하고 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차관보 폴랭 바타이르와 쿠부야 신부가 8월 5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열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 둘째 날 ‘최종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왼쪽)이 8월 3일 천도교 중앙대교당을 방문해 박인준 교령과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천도교신문 제공
특히, 인공지능이 급속하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현실과 관련해 “인공지능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유교의 인, 어짊의 정신과 그리스도교의 사랑이라는 가치에 바탕을 두고, 모든 기술 발전이 인간 존엄과 윤리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증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최종 공동성명서는 유교 고유 용어 표기에 대해 상이한 견해가 제기됨에 따라 성균관과 종교간대화부 실무자 논의를 거쳐 그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이와 관련해 “처음 시작을 잘했으니, 앞으로 바른길을 세워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회 참가자들은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유하고 최종 공동성명서 발표 후, 제2회 학회는 2028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제3회 학회는 2030년에 홍콩에서 개최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쿠바카드 추기경 등 종교간대화부 대표단은 한국 사회의 종교간 대화 촉진을 위해 2일에는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과 원불교 원남교당, 3일에는 불교 진관사와 천도교 중앙대교당, 한국 유교를 대표하는 성균관을 방문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주한 교황청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쿠바카드 추기경은 “한국은 역사와 문화, 종교가 하나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나라”라며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것은 모든 종교의 공통된 의무”라고 말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이 8월 3일 성균관 명륜당을 방문해 유교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지순 기자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 등 교황청 대표단이 8월 3일 불교 진관사를 방문해 대웅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진관사 제공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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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쿠바카드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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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 2026-08-11 10:43:59 수정일 2026-08-11 10:43:59 발행일 2026-08-16 제 3503호 12면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 주최…“분열의 시대, 두 종교 모두 ‘내적 회심’ 요청”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은 8월 4~5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열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 개최 취지에 대해 “두 종교는 인간 마음의 쇄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박지순 기자
“유교와 그리스도교는 모두 안락한 상황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새 하늘과 새 땅’은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 고통받던 공동체 안에서 생겨났고, 유교의 ‘대동(大同)’ 이상(理想)은 중국 주나라 질서의 붕괴와 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은 8월 4~5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열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의 개최 목적에 대해 그리스도교와 유교가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형성된 응답이듯 갈등과 불평등, 분열로 얼룩진 우리 시대에도 두 종교가 제도적 변화뿐만 아니라 내적 회심을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교에서는 도덕적 수양과 덕을 갖춘 지도자가 대동 이상을 가능하게 하고, 그리스도교에서는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에서 윤리적인 삶이 흘러나옵니다. 두 종교 모두 사회의 변화는 인간 마음의 쇄신과 분리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법이나 기술만으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는, 오늘날 꼭 필요한 가르침이라는 면에서 유교와 그리스도교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이번 학회가 두 종교의 공통점만을 찾기 위해 열린 것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유교와 그리스도교는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돼 왔고 서로 다른 전통을 지켜 왔다”면서도 “두 종교가 대화 안에서 상대 전통의 사각지대를 비춰 주고, 도덕적 상상력을 넓혀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두 종교가 나누는 대화의 가치를 현대사회에서 가난한 이들과 이주민들에 대한 환대, 피조물 돌봄, 정의로운 사회 건설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면에서 찾았다. 추기경은 “유교와 그리스도교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시대의 위기 속에서 검증을 받아 왔다”면서 “때문에 두 종교는 우리가 속해 있는 하나의 인류 가족에 대한 책임을 더욱 넓고 깊게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학회가 각각 동양과 서양 문화를 대표하는 종교인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을 추구했다는 일부의 평가는 ’오해‘라는 점도 분명히 짚었다.
“그리스도교의 기원은 분명히 아시아에 있습니다. 교회 자체도 어느 하나의 문화나 문명과 동일시되지 않습니다.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은 지혜와 덕, 조화 그리고 인류의 온전한 발전을 추구하는 두 영적, 윤리적 전통 사이의 대화로 이해해야 합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교황청과 한국 유교의 지속적인 협력에 관해서는 “정기적인 학술 교류와 상호 방문, 출판 활동 등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며 “인공지능과 생명윤리 등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함께 풀어가기 원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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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첫 대화를 축하하며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810500260
입력일 2026-08-12 09:33:00 수정일 2026-08-12 09:33:00 발행일 2026-08-16 제 3503호 23면
교황청 종교간대화부가 서울에서 마련한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학회는 종교 간 대화의 새로운 이정표이다. 두 종교 전통의 첫 공식 대화라는 의미도 크지만, 그 자리가 한국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뜻깊다. 한국교회는 유교 지식인들의 학문적 탐구에서 시작됐고, 오늘의 한국 그리스도인 역시 효와 예, 공동체와 관계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유교는 우리의 사고와 삶 속에 깊이 자리한 문화 전통이다.
이번 학회가 ‘새 하늘과 새 땅’과 ‘대동’을 주제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종교적·철학적 토대를 지녔지만, 두 종교는 인간의 내적 쇄신과 윤리적 삶, 공동선, 약자에 대한 돌봄을 중시한다. 학회를 마치며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간 존엄과 윤리적 가치를 기술 발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대화가 오늘의 문제에 답하려는 시도임을 보여 준다.
대화는 차이를 덮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통해 자신을 더 분명히 바라보는 과정이다. 한국교회도 유교 문화의 긍정적 유산뿐 아니라 권위주의와 위계, 가부장성과 같은 그림자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만남은 유교를 이해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한국교회가 자신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두 종교의 첫 대화가 일회성 학술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정기적인 연구와 교육, 청년 교류를 이어가고 인공지능·생명윤리·생태위기·사회적 갈등 같은 공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전통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더 인간다운 사회를 위해 협력하는 길, 이번 유교-그리스도교 학회가 그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