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잔치를 반기지 않는다
- ACM SIGKDD 2026과 제주 AI 산업에 부쳐
8월 9일부터 13일까지 제주 중문 컨벤션 센터에서 한 AI 국제 학술대회가 국내 최초로 열린다. 정식 명칭은 ‘제 32회 지식발견 및 데이터마이닝 국제학술대회 ACM SIGKDD 2026’이다.
제주도정과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등 세계 빅테크 기업의 전문가들, 그리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네이버, LG AI연구원, HD현대, 크래프톤, 아모레퍼시픽의 전문가들을 포함해 50여 개국에서 3,500명이 참가한다. 이 중 해외 참가자가 80%에 달한다. 제주도정은 이 행사에 2억 5천만원 상당의 현금을 후원했으며 학술대회 참가비는 일일 참가자의 경우 600~700달러(약 80만원~99만원)로, 평범한 시민은 참가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그런데 이 화려한 국제 행사를 반길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그 실상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은 AI 데이터 산업이 한국과 제주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다시 묻게 한다. 오영훈 도정의 AI, 에너지, 우주산업 기조를 이어받은 위성곤 제주도정은 AI 와 관련, 충남, 강원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대전환(AX)’을 밀어붙이고 있다. 40메가와트 AI 데이터센터를 연내 준공하고, 재생에너지·우주·바이오 산업을 인공지능으로 전환하며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도정 직원들 전원에게 AI를 기본 업무 도구로 사용하게 하는 등, AI를 제주의 핵심 인프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총 100조원을 투입해 제주 해상에 핵발전소 10기에 맞먹는 10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짓고 그 전력을 수도권과 반도체 단지로 송전한다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이 모두가 이재명 정부의 AI 산업 추진과 궤를 같이하며, 이번 학술대회 역시 그 야망에 날개를 달아줄 기회로 보인다.
그러나 AI 산업은 엄청난 전력소모 및 지하수 고갈과 오염과 소음, 생태계 파괴, 일자리 위협을 동반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백 개의 반대 단체가 결성됐고, 75개 데이터센터가 중단되거나 지연되었으며, 올해 7월 뉴욕주는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 전력을 좇아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6월 29일 발표한 메가 프로젝트는 1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예고했는데, 그중 15GW를 사용할 SK는 “2030년 미국에서만 15GW의 AI 데이터센터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의 AI 산업 추진 또한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이윤을 위한 발판이 되지 않을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한 다수의 빅테크 기업은 이스라엘과 협력하여 팔레스타인 학살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구글과 아마존이 이스라엘 정부와 맺은 ‘님버스 프로젝트’는 클라우드와 AI 인프라를 제공해 팔레스타인인들을 표적 식별하고 감시한다는 비판을 샀고, 이 프로젝트에 항의한 구글 직원들은 무더기로 해고됐다. 이번 학술대회에 오는 제프 딘 구글 수석 과학자는 구글의 모든 프로그램을 총괄한 이로서 지난 5월, 미 버클리 대학 강연에서는 팔레스타인 학살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거센 항의로 연설을 중단해야 했다.
전·현 제주도정 역시 이스라엘 학살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스라엘과의 무기 협력으로 팔레스타인 학살에 가담해온 전쟁무기 기업 한화가 중산간 지하수특별관리구역에 우주센터를 두고 대규모 관광, 휴양단지를 추진하도록 길을 터준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나 202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불법으로 판결했고, 이 후 유엔 총회는 각국이 그 불법 점령의 유지에 협조하거나 지원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우리 삶의 많은 온라인 영역은 이미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의 손아귀에 있다. 그들의 이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흘리는 데이터에서 나오고, 그 데이터는 우리 의도와 무관하게 군사적으로 전용되기 일쑤다. 게다가 AI 산업의 막대한 전력 수요는, 이재명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추진과 SMR 도입 정책에서 보듯 핵산업 확산의 명분이 되고 있다. 핵무기와 핵에너지가 같은 뿌리임을 떠올리면, AI가 끝내 핵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최소한 AI의 군사적 이용을 강력히 금지하고, 지자체와 정부가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의 신설을 엄격히 규제·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AI가 우리 사회와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도민의 숙의와 공론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건너뛴 성급한 정책 추진에 우리는 깊은 우려와 반대를 표한다.
이번 ACM SIGKDD 2026은 세계 유수의 빅테크와 연구자들이 제주에 모여 AI 데이터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자리다. 그러나 우리는 그 화려한 무대 뒤에 드리운 그늘을 외면할 수 없다. 막대한 전력과 물, 무너지는 생태계와 일자리, 나아가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는 학살까지,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가 이 학술대회에 맞춰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래서다. AI의 미래를 둘러싼 결정은 소수 기업을 위한 테이블과 행정의 밀실이 아니라 시민의 공론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그 요구를 이 학술대회 앞에서 분명히 밝힌다.
2026년 8월 10일,
히로시마,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 81주년에
강정일상저항행동,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정의당제주도당, 제주가치, 제주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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