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토요일,
특별히 갈 곳도 없고 해서 친구 따라 충남 금산에 위치한 진악산을 찾았다.
크게 알려진 곳도 아니고 해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개삼터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하는데 주차되어 있는 차량이 몇 대 안 되어 썰렁한 느낌이 든다.
산행 준비를 하는데 제법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조금 오싹하게 느껴지지만 그냥 티셔츠 차림으로 시작하는데, 주차장 왼쪽에 있는 등산로 입구 안내판을 따라 가면 다시 진악산 입구 안내석이 서 있다.
등로를 따라 오르다가 본 정상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 생각지도 않았던 눈 산행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급경사를 올라가면 등로는 다시 완만해지고 한동한 편안하게 진행한다.
점차 등로에 쌓인 눈이 많아지는데,
눈 무게를 못 이겨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도구통고개에 올라서니 생각지도 못했던 쌓인 눈과 더불어 상고대가 눈 앞에 펼쳐지는데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약과...
도구통바위로 향하는 능선으로는 눈꽃의 향연이 벌어지는데 햇빛에 반사되어 마치 보석을 달아놓은 듯 반짝이고,
그렇지만 아직도 감탄하기에는 좀 이르다!
도구통바위.
모양이 도구통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물굴봉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바람맥이 날망에 있다. 풍수적으로 노적봉이 노적가리이고 금산읍이 확이며 도구통바위가 절구이고 방아고개가 방아다리 형국이라 하여 금산이 부족함이 없이 풍요롭게 산다고 한다. 또한 선사시대 소도의 솟대라고도 전해지고 있다.
진행할수록 점점 화려함을 더해가는 눈꽃들은 말을 잊게 만들고,
무거운 눈을 덮어쓰고 축 쳐진 나뭇가지들은 괴로움을 호소하는 듯 하지만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거의 꺾이다시피 휜 나뭇가지 밑을 기어도 가고,
하얀 눈밭 위로 검은 발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마치 환상의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도 들고, 동화책 속을 헤매는 것 같기도 하다.
물굴봉으로 오르는 계단 주위로도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휘어진 가지 밑을 지나면,
물굴봉이다.
진악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735.7m)로 봉우리 아래 바위굴이 있는데 너댓걸음 들어가면 물소리가 요란하여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진악산 물굴봉이 머리이고 금성산과 서대산이 몸통이며 영동 양산이 용의 꼬리에 해당되어 용이 사는 굴이라 용굴이라고도 하며 날이 가물 때 호랑이 머리를 집어 넣으면 영험이 있다고 하여 기우제를 지냈다 한다.
포근한 날씨에 바람도 없으니라 산행하기에는 좋기만 한데 하늘마저 그런대로 받쳐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애초에 눈산행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이지 기대치 않았던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올라갈수록 설경은 더욱 더 그 깊이를 더하는데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장관을 연출한다.
진악산 정상이 가까워졌다.
지나온 물굴봉을 뒤돌아 보니 정말 멋지다.
정말이지 큰 복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경치에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냥 이곳에서 지내고 싶은 심정.
꺾인 나뭇가지도 발길을 잡지만 오늘 산행은 그야말로 축제장에 들어선 느낌이 들 정도!
암릉구간도 나타나고,
지나온 물굴봉.
보고 또 보아도 환상의 세계는 끝날 줄 모르고...
멀리 천등산과 대둔산이 보이네.
이 구간은 조금 위험한 듯 했다.
암릉 양 쪽이 낭떨어지인데다 눈이 쌓여 있어 조금 조심해야 했다.
그래도 좌우로 펼쳐지는 조망은 정말 멋지기만 하다.
화려하기는 한데 도무지 글로 표현을 못하겠다!
조금 아슬아슬한 곳을 지났으니 여기서 쉬어가란다.
정상(관음봉)에 올라섰다.
진악산 관음봉.
금산군 금산읍과 남이면에 걸쳐있는 산으로 금산 사람들의 가슴속에 금산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자리한 금산의 진산이다. 충남에서 세번 째 높은 산으로 주릉에 펼쳐지는 기암괴봉의 경관이 아름답고 정상부에서는 금산읍 시가지와 천태산, 서대산, 대둔산 등 주변의 명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조망이 일품이다.
관음봉(732.3m) 은 우측 비지개날로 남산과 세천대가 있고 가운데로 조종산이 자리하며 좌측으로 수리미재로 금산을 두르고 있어 진악산 주봉으로 알려져 있다. 백제시대 강처사가 이 봉우리 아래에 있는 관음굴에서 기도를 하여 인삼의 씨앗을 얻었다고 하여 관음봉이라 한다. 진악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로 생명의 원천을 이루고 있는 수리뫼 또는 관앙불봉이라고도 한다.
천년사찰 보석사와 영천암, 원효암이 있으며, 보석사 입구에는 전나무숲과 1,100년 수령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65호)가 있다. 이 밖에 영천암의 영천약수, 관음암과 관음굴, 봉화대. 도구통바위, 원효폭포, 물골의 바위굴은 명소로 알려져 있다.
정상은 사방이 확 트여 있어 정말 멋진 조망을 보여 준다.
구봉산, 운장산, 서대산, 천등산, 천태산, 월영봉, 갈기산, 대둔산 등등.
정상을 지나 관음굴을 둘러보기 위해 잠시 내려간다.
관음굴로 가는 도중 올려다 본 관음봉.
로프가 걸려 있는데 관음굴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올라가볼까 했으나 눈이 쌓여 있고 미끄러워서 그냥 다시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관음굴.
안쪽은 제법 넓찍하다. 기도를 드린 흔적인 제단도 보이고.
되돌아 나오면서 내려다 본 관음굴.
하단 안전시설 옆.
관음굴을 둘러보고 다시 정상으로 오른다.
하산 길은 오는 방향 정상 우측으로 나 있다.
다시 오른 정상에서 한동안 조망을 즐긴 후,
계단을 내려서면서 하산을 시작한다.
그런데 하산길의 경사가 무척 심했다.
눈까지 쌓여 있어 미끄럽고...
계단을 내려서면서 등로는 조금씩 완만해지고,
다 내려오고 나니 안전주의 표지판이 서있다.
개삼저수지를 지난다.
산불진화용으로 조성되었단다. 정상인 관음봉이 보이고 좌측 물굴봉은 잘려나갔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산행을 마감한다.
도상거리 7.5km, 하도 둘러보는 바람에 4시간 가까이 걸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작했던 산행이 마치 환상의 세계에 빠져든 것 같은 황홀함과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주었으니 이야말로 큰 복을 받은 산행이 아닌가!
산행내내 탄성만 지르다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정말로 멋지게 보낸 하루였다.
언제 또 다시 이런 즐거움을 맛볼 수가 있을까!
산행을 마치고 나서 주차장 옆에 있는 개삼터테마공원을 돌아본다.
개삼터 테마공원.
인삼의 고장으로 유명한 금산에서 인삼을 최초로 심어서 재배하기 시작한 곳에 조성된 공원이다. '인삼이 최초로 열린 곳'이라는 의미로 '개삼터'라고 명명되었고 인삼에 관련된 1500년 전 강처사라는 사람의 효행 설화를 소개하고 있다. 강처사는 설화로 전해지는 인물이지만 추모 사당이 있고 금산인삼을 소개하기 위해 1년근부터 6년근까지 생육상태를 석비에 새겨놓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500여년 전에 남이면 성곡리 개안이 마을에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성이 지극한 강처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병이 들어 세상에서 좋다는 약이란 약을 다 구해 드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점점 병이 깊어가고 있었다. 효심이 깊은 강처사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머니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하여 마지막으로 산신령님께 백일기도를 드려야 겠다고 작정을 하였다. 마을사람에게 어머니의 간병을 부탁하고 예로부터 기도처로 알려져 있는 천하 명산 진악산 관음굴을 찾아 떠나갔다. 진악산 관음굴은 진악산 남쪽 천길 벼랑 속에 있어 과연 보통사람은 오를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험하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쾌유를 빌기 위한 정성으로 관음굴을 찾아 백일기도를 하던 어느 날 꿈속인 듯 산신령님이 나타나 현몽을 하였다. 꿈결처럼 나타난 산신령님이 "강처사야! 양지를 등지고 응달진 진악산 관음봉 암벽에 가면 빨간 열매가 달리고 세 갈래 가지에 다섯 잎이 달린 풀이 있을 것이니 그 풀의 뿌리를 달여 드려라, 그러면 네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꿈속에서 본 암벽을 찾아가 보니 과연 그 풀이 있어 그 뿌리를 캐어 어머니께 달여 드렸더니 어머니의 병이 나았고 빨간 씨앗을 개안마을에 심었다. 그 이후로 봄이 되어 새싹이 돋아날 때마다 신령스런 삼을 내려준 진악산 산신령님께 감사와 풍년을 기원하는 삼장제를 지내고 있다.
강처사 고택.
금산인삼은 타지방에서 그 종자를 받아들여온 것이 아니고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 전 강씨 성을 가진 선비가 일찍 부친을 여의고 모친마저 병이 들어 자리에 눕자 진악산 관음굴에서 정성을 들여 모친의 쾌유를 빌던 중 어느 날 꿈속에서 산신령이 현몽하여 "관앙불봉(觀仰佛峰) 암벽에 가면 빨간 열매 3개 달린 풀이 있을 것이니 그 뿌리를 달여드려라"라는 계시가 있어 찾아가보니 과연 그러한 풀이 있어서 뿌리를 캐어 달여드렸더니 모친의 병환은 완쾌되었고 그 씨앗은 남이면 성곡리 개안마을에 심어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인위적으로는 처음 재배하게 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당시 빨간 열매가 3개 달리고 사람의 형체와 비슷하여 인삼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금산군은 1,500여년 전에 최초로 성곡리 개삼터에서 인삼이 시작된 뜻을 기리기 위해 1983년 7월에 개삼각을 지었다. 개삼각 안에는 진악산 산신령이 강처사에게 인삼을 하사하는 그림이 있으며 개삼각 앞에 강처사가 살던 고택을 재현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