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결핵(結核)관리를 위하여...
결핵(結核ㆍtuberculosis)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傳染病)으로 기원전 7천년경 석기시대(石器時代)의 화석과 기원전 5천년경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의 미라(mummy)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고대인도(印度) 아리아베다교 성전에는 결핵을 ‘모든 질병의 왕’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던 결핵은 1882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Robert Koch)가 결핵균(結核菌ㆍmycobacterium tuberculosis)을 발견하였다. 결핵균은 굵기 0.2-0.5㎛, 길이 1-4㎛ 크기로 막대모양을 하고 있으며, 주로 공기(空氣)를 통해 전파된다. 즉 활동성 결핵 환자가 기침,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공기 중에 퍼지며, 다른 사람의 호흡기(呼吸器)를 통해 감염된다.
전 세계 인구 1/3이 감염되어 있는 결핵으로 인하여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소중한 생명이 숨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108명의 결핵환자가 늘어나고 사망자도 하루 6명에 이르고 있다. 북한(北韓)은 1990년대 이후 급격한 식량난(食糧難)과 수해(水害) 등을 겪으면서 영양결핍과 면역력 저하, 의료진 및 의료약품 부족으로 인하여 결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004년에 창립된 사단법인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World for Zero Tuberculosis Movement 총재: 권이혁 前 보건사회부장관)는 북한에 결핵약품을 지원하고 있다.
후진국(後進國)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결핵의 발병은 사회경제적 여건과 문화적 수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지난 50년대, 60년대 결핵관리는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참담하였다. 가난으로 영양실조(營養失調)가 된 결핵환자들이 보건소(保健所)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약을 탈 수 있었다. 암담했던 우리의 결핵관리(管理)는 지난 7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으로 이제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서 약을 선별하여 투약하며, 환자들을 추적하여 관리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고양외고에서 결핵환자가 4명, 잠복(潛伏)결핵인 학생이 200여명 발생해 보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2학년 471명 중 100여명이 잠복결핵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3학년에서는 110여명이 결핵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경기도 내에서 결핵 감염 학생 환자는 2009년 160명(122개교), 2010년 166명(110개교) 등 매년 늘고 있다.
잠복 결핵이란 결핵균을 몸에 갖고 있지만 발병하지 않아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결핵균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전염력(傳染力)은 없다. 그러나 면역력(免疫力)이 약해지면 결핵이 발병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약 3분의 1이 잠복 결핵이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잠복 결핵의 비율이 높아져 50대 이상은 60% 이상이 잠복 결핵 상태다. 보건당국은 2011년부터 잠복 결핵도 적극 치료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질병관리본부와 결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건강검진 자료를 이용한 폐결핵(肺結核) 발생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결핵 발생 환자는 2006년에서 2008년 사이 56,856명(연간 인구대비 10만 명당 117.0명)에서 2008년 2010년 사이 53,550명(연간 인구대비 10만 명당 110.2명)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8년-2010년 사이에 발견된 결핵환자 중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비율은 71.5%로 2006-2008년 67.2%보다 높았다.
75세 이상 고령층(高齡層)이 15-24세 젊은 연령층 보다 폐결핵 발생위험이 3.6배 높고, 남자가 여자보다 1.6배 높았다. 건강상태에서는 저(低)체중(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인 사람이 정상 체중(BMI 18.5 이상 25.0 미만)인 사람에 비해 폐결핵 발생위험이 2.4배 높았다. 질환에서는 혈당(血糖)이 201-300mg/㎗이면 정상인 경우보다 2.0배 증가하며, 301mg/㎗ 이상이면 발생위험이 2.7배 증가한다. 소득수준에서는 건강보험료 납부액 하위 40%군(群)에서 폐결핵 발생 위험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은 87% 이상이 폐(肺)에서 발생하지만, 뇌ㆍ척추ㆍ임파선ㆍ신장 등 우리 몸의 어느 곳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 결핵은 침범된 장기(臟器)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폐(肺)결핵에 걸리면 기침과 가래가 나오고 증상이 심하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신장(腎臟)결핵이면 혈뇨(血尿)와 배뇨곤란, 빈뇨 등이 나타나고, 척추(脊椎)결핵이면 허리에 통증을 느끼고, 결핵성 뇌막염(腦膜炎)이면 두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결핵 진단은 객담(喀痰)검사가 필수적으로 결핵균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결핵균 검출은 결핵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도말검사, 배양검사 등을 통해 결핵을 판정한다. ‘도말(塗抹)검사’는 가래를 슬라이드에 얇게 발라 결핵균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배양(培養)검사법’은 결핵균을 체온과 같은 온도 아래서 배지에 균을 증식시켜 검사하는 방법이다.
결핵은 감염자(感染者)의 대부분이 자연 치유되고 5-15% 정도만 발병한다. 또 발병자(發病者) 중 50%는 감염 후 2년 이내에 발병하며 나머지는 수년 혹은 수십년 후에 발병하기도 한다. 당뇨병(糖尿病), 간질환(肝疾患)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만성질환 환자는 폐결핵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흉부(胸部) X선 사진을 찍어 보는 것이 좋다.
폐결핵 치료는 대개 6개월 동안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完治)가 가능하다. 그러나 결핵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고 중간에 중단하거나, 약의 종류를 환자 마음대로 바꾸어 먹으면 결핵균이 내성(耐性)이 생겨서 치료가 어려워진다. 치료가 어려운 폐결핵의 경우에는 수술(手術)로 치료하거나 인터페론 감마와 같은 면역(免疫)치료를 하기고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면역치료 효과도 보조적이다. 따라서 처음 결핵 치료를 할 때 항결핵제(抗結核劑)를 충분히 복용하여 완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BCG 백신(Bacillus Calmette-Guerin vaccine)이란 우(牛)결핵균의 독성(毒性)을 약하게 하여 만든 것으로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결핵에 대한 면역을 갖게 하는 백신이다. BCG는 결핵균에 감염되기 전에 접종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비시지 백신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률이 1/5로 줄어들며, 효과는 10년 이상 지속된다. 우리나라는 결핵예방법에 따라 출생 후 1개월 내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어린이 경우 결핵균에 감염되면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폐결핵(肺結核)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결핵성 뇌막염(腦膜炎), 결핵성 골수염(骨髓炎)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BCG 접종을 권장한다. 어렸을 때 BCG 접종을 했더라도 성인이 되어 결핵에 감염될 수 있다.
결핵예방 수칙으로는 2-3주 이상 기침, 발열(發熱), 체중감소, 수면 중 식은 땀 등의 증상이 있으면 결핵검사를 받아야 한다. 결핵환자와 접촉한 경우에는 증상(症狀) 여부와 상관없이 빠른 시간 내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결핵은 호흡기 감염성 질환이므로 결핵환자는 가족과 친구를 위해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다.
결핵 퇴치를 위한 ‘크리스마스실(Christmas seal)’ 모금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04년 덴마크 코펜하겐 우체국장이었던 아이날 홀벨은 당시 덴마크를 휩쓸었던 결핵으로부터 어린이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심하던 중 우편물(郵便物)에 붙일 수 있는 우표모양의 크리스마스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904년 12월 10일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실이 발행되었고, 이후 세계 각지에 전파되어 현재 90여 국가에서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치하(日帝治下)였던 1932년 캐나다 선교의사 셔우드 홀(Dr. Sherwood Hall)에 의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실이 발행되었다. 이후 일본정부에 의해 중단되었다가 1953년 11월 6일 대한결핵협회 창립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실 발행이 재개되어 현재까지 결핵퇴치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한결핵협회는 국내 유일의 결핵퇴치단체로 ‘결핵예방법’에 의거하여 결핵에 관한 조사연구와 예방 및 퇴치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언제 우리 몸에 결핵균이 침투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생활,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행복한 가정생활 등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력(免疫力)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학교 보건학박사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