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여름 더위에도 마스크를 다시 써야 한다니 어쩔 수 없다.
검정고시 시험날처럼 사람들이 많이 밀집돼 있는 곳에선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필이면 시험 당일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한다고 하였다.
태풍이 비껴가기를 바라며 일기 예보를 매일 확인해 봤지만
애걸복걸해 봤자 태풍이 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문득 '힘든 일은 왜 한번에 일어날까'라는 노래 가사 구절이 떠올랐다.
아침부터 비바람이 내렸다.
우산을 써도 바지가 젖을 정도였다.
검정고시 시험장은 전남공고과 전자공고로 두 개로 나뉘었는데
나는 유준형과 같은 전남공고로 자리가 배정되었다.
시험을 보는 모두가 유준 형 차를 타고 가게됐다.
도로 가쪽에 위험하게 주차한 차량,
학교 입구쪽에 정체된 차량들,
주차 안내원의 지시를 무시하는 운전자,
새치기를 하거나 클렉션을 빵빵 울리는 등
오늘따라 모든 운전자들이 날이 서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마음도 막히고 도로도 꽉 막히는 것만 같았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유준형의 마음은 얼마나 심란했을까
교실 배정표를 확인하고
나는 2층, 유준 형은 4층에 배정되었다.
지난 몇년 간 내신 점수를 올리기 위해 검정고시 시험을 봐왔던 나에게
이 곳 시험장은 내 집 안 방을 보는 것처럼 모든 게 익숙했다.
심적으로 조금 여유로움이 생긴것같다.
한 과목 시험이 끝나면 유준형이 있는 교실로 찾아가서 시험은 잘 봤는지 물어봤다.
서로 시험지를 보여주면서 뭐가 맞고 틀렸는지 얘기하는 이 시간이
혼자서 다음 과목 공부하며 끙끙 앓는 것 보다 나았고
모처럼 반갑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의지가 됐었다.
유준형도 찾아와주는 내가 반가웠을 것이다.
응시하는 과목이 몇개 없는 나는 일찍 끝났다.
1층 밖에서 유준형이 나오길 기다리다가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속에서 얼굴을 찾고
같이 나란이 걸으면서 오늘도 수고 많았다고 말을 전했다.
어떻게 끝나는 시간을 알고 때 맞춰 현서에게도 위로의 전화가 왔다.
시험이 끝나서 홀가분 하기도하고
시험장 밖으로 하교하는 이 시간이 마냥 기뻤다.
첫댓글 애썼다. 경석. 그동안 고사장에서 너 마음이 어땠을지를 이글 보면서 더 깊이 헤아려진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