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대설주의보로 북한산 둘레길 1코스의 진입이 막혔다 돌아서서 연산군 묘지로 2코스 솔밭공원을 빠져나와 점심을 먹고 곧장 4 호선 혜화역으로 가서 창경궁 눈 풍경에 흠뻑 빠졌다가 대학로 혜화 나무 카페에서 맛 깊은 황차도 얻어 마셨다
오늘은 덕근이와 첫 나들이로 3 호선 독립문역에서 만나 영은문 독립문으로 들어가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입장했다 주민등록증이 입장권이 된 나이라 오늘은 관람 순서대로 차분히 소화하며 순회하였는데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여러 부분을 생략하였으나 관심을 기울이면 한나절은 보아야 역사적 울림으로 울렁일 것 같다 안산 자락길 걷기를 포기하고 역사의 울타리 안에 들기로 했다
독립문 공원 주차장 서쪽에 자리한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에 들러 4층까지 돌아보았다. 돌기 전에 실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 나누며 밀린 이야기 잔뜩 풀어놓기도 했다
바쁜 점심 시간을 조금 넘기고 오랜 단골 식당 대성집에 들러 특 도가니탕으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행촌동 딜쿠샤에 들렀다 일제시대 상류사회의 진명목을 엿볼 수 있는 엘버트 테일러의 붉은 벽돌 가옥은 2 층집으로 넓고 품격이 있었다 광산업 무역업 기자 화가로 피아노로 음악을 즐기고 인물화와 수채화를 그리고 기자로서 투철한 역사 인식과 유창한 한국어 구사 능력으로 미뤄보면 상류 사회의 모습이 배어 나온다 수목에 대한 상식까지 겸비하면 요즘 유럽의 중산층의 모습이 더욱 우러나왔으리라
'기쁜 마음' 딜쿠샤와 마주 보이는 권율 도원수 집의 은행나무를 만난다 450 년 넘은 세월에 우람해진 나무는 바로 옆의 북한 음식 전문점인 '능라 밥상'과 한 몸처럼 보인다 차경이 아니라 한 몸이다. 올 여름엔 북한식 냉면을 먹으로 올까 덕근이가 한 마디 한다.
동쪽으로 조금 걸어 나오면 난파 홍영후의 빨간 벽돌집을 만난다 늘 스쳐 지나기만 하다가 오늘은 역사 기행으로 흘러왔기에 마음 먹고 실내로 들어가 홍난파의 일생을 경청하다가 덕근이의 다음 일정이 빠듯해 해설 중간에 빠져나왔다.
나이가 들면서 산정을 목표로 등산하거나 걷기 코스를 따라 걷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역사의 뒤안길을 찾아 문화 역사의 향기를 따라가는 탐방 여행이 너무 재미있다. 영육이 두루 만족하니 그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