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7일 오후 경기도 포천군 영평 종합사격훈련장에 난입한 후 미군병사가 성조기를 회수하려 하자 이에 저항하고 있다. 이날 한총련 학생들은 훈련장 내에서 성조기를 불태운뒤 반미구호를 외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한총련 난동, 북한 지령받았나?
조평통과 같은 성명서, 6자회담 앞둔 北 불안감 대변 한총련의 8월 7일 미군기지 불법 난입 난동은 사건 일주일 전 북 조평통이 발표한 북측의 입장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 이들의 이번 행동의 동기가 북측의 지령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7월 31일, 북한의 대남통일전선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이번 한총련이 침범한 스트라이커 부대의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은 북침 전쟁소동의 일환이라며 미국을 비난했었다.
조평통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이 신속기동여단인 스트라이커(Stryker) 부대를 남한에 전개하고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을 실시하려는 것은 핵전쟁의 단추를 누르려는 미국의 흉계가 실천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 육군 최초의 신속기동여단 소속 무력의 남조선 침투작전은 첨단 정밀무기 부대에 의한 새로운 북침작전계획을 실현하려는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또 “8월 18일부터 29일까지 팀 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과 맞먹는 을지포커스렌즈 합동군사연습을 벌이려는 것도 우리에 대한 핵선제타격을 노린 북침 전쟁소동의 일환”이라며 “미국은 무분별한 북침 전쟁연습을 무조건 중지해야 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 우리 민족끼리 하는 북남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방해하는 행위를 당장 걷어 치워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내용은 6자회담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서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조평통의 이같은 성명서가 발표되고 난 일주일 뒤인 7일, 한총련 학생들이 훈련중인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부대의 침입사건이 일어났고 그들이 시위현장에서 낭독한 성명서의 내용은 조평통의 주장과 거의 흡사해 시기와 내용면에서 한총련이 북측의 지령을 받고 움직인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7일 미군부대를 침입한 한총련은 성명서를 통해 “미국이 남한의 신속기동군의 첫 훈련지로 삼은 이유는 북침 전쟁연습을 하기 위함”이라며 “스크라이커 부대는 지금 당장 한반도에서의 전쟁훈련을 중단하고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이는 조평통이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 줄기와 거의 일치된다.
한나라당도 논평에서 이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홍희곤 부대변인은 8일자 논평에서 “한총련 학생들의 ‘북침 훈련 중단’‘불가침조약 체결’등 시위현장의 구호는 최근 북한의 주장과 너무나 흡사하다”며 “한총련의 불법 폭력시위와 친북적 주장은 이 단체의 변함 없는 이적성의 증거”라고 비판했다.
현직에 있을 때 한총련 사건을 담당했던 공안 검사 출신 김용철 변호사는 “한총련은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다”며 “조국통일위원회 정책실에서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인 범청학련 북측 본부와 팩스와 인터넷 메일을 이용해 북측으로부터 투쟁 지침을 전달받아 한총련의 노선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안보적 이슈가 되는 게 있으면, 한총련에서 ‘이렇게 하겠다’고 하면 북에서 ‘이거는 안 된다 이쪽으로 나가라’는 지침을 받아서 노선에 반영한다”며 “한총련의 핵심 브레인은 따로 있고 한총련 소속 학생들도 한총련의 실상을 잘 모른다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한총련의 이번 시위는 이번 달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불만과 위기감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계의 한 인사는 “북한이 이번 6자 회담에서 미국이 제기할 것으로 비공식적으로 알려진‘까다로운’요구조건에 대한 불만을 한총련에게 지령을 내려 이 같은 행동을 하게 해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전술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6자 회담에서 미국은 북이 요구하는 불가침 약속을 해주는 대신 북한의 인권개선과 개혁·개방의 수용을 내면적으로 요구했는데 이를 방아들일 수밖에 없는 코너에 몰려 있음에도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한 북한이 6자 회담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곧 이번 한총련의 과격한 시위행동은 6자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고민과 무관치 않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경원 기자 kwyun715@hotmailcom
다음은 조평통과 같은 내용의 <노동신문> 논평으로 북한은 미국이 6자회담을 주장하면서부터 계속해서 미국의 핵선제공격 또는 미군 신속여단 스트라이커부대에 대한 비난을 벌였다.
로동신문 <을지 포커스 렌즈>전쟁연습계획을 당장 취소하라
(평양 7월 30일발 조선중앙통신)30일부 <로동신문>은 미국과 남조선호전세력은 격동상태에 있는 조선의 군대와 인민의 사생결단의 각오와 멸적의 투지를 똑바로 보고 도발적인 <을지 포커스 렌즈>전쟁연습계획을 당장 취소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최근 미국은 남조선군을 끌어 들여 다음달 18일부터 <을지 포커스 렌즈>합동군사연습을 벌릴 계획을 발표하였다.
신문은 이 합동군사연습은 그 성격과 내용,규모에 있어서 철두철미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시험전쟁,예비전쟁이라고 까밝혔다.
론평의 필자는 이번의 군사연습은 최근 조선반도의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해 있는 속에서 감행되게 되는 것으로 하여 그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미제는 남조선강점 미군을 새로운 최첨단무기로 장비하기 위하여 발표한 <전력증강계획>과 우리에 대한 <해상 및 공중봉쇄>,<국제적포위망>형성을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조선전쟁을 기정사실화한 도발적인 <작전계획 5030>까지 공공연히 내돌리고 있다.미국은 바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남조선까지 꺼들여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전쟁준비를 <총 점검>하기 위한 합동군사연습을 벌리려 하고 있다.
각 방면에 걸쳐 모험적으로 추진되는 미국의 반공화국군사적압살책동은 우리로 하여금 그에 대처하여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수 없게 하고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