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는 박테리아들이 쌓여서, 홍해는 남조류가 많이 증식해서, 황해는 황하에서 흘러 들어오는 황톳물 때문에, 백해는 북극의 하얀 빙하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바다는 파랗다. 아니 파랗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건 바닷물이 파랗기 때문이 아니라 빛의 산란 현상 때문이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 그런데 이런 자연 현상과 우리의 기존 사고에서 벗어나는 바다가 지구상에는 여럿 있으니 흑해(黑海, 검은 바다), 홍해(紅海, 붉은 바다), 황해(黃海, 노란 바다), 백해(白海, 하얀 바다)가 그것이다.
우선 우리와 가장 친근한 황해를 살펴보자. 황해는 동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바다를 가리키는 명칭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서해(西海)라고도 한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서쪽 바다니까. 그런데 이 바다는 다른 바다에 비해 노랗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란 동해보다 서해가 더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여름에 서해보다는 동해로 향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렇다면 왜 황해는 다른 바다에 비해 노랄까? 이는 중국의 황하(黃河)에서 흘러 들어오는 황톳물 때문에 바닷물 색이 노랗게 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기를 맞아 황하의 수량이 증가하게 되면 엄청난 양의 토사가 황해로 흘러 들어온다. 황하는 오죽하면 황하(黃河), 즉 노란 강이란 명칭을 갖게 되었겠는가? 그런데 관광객들은 이런 명칭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황하에서 흘러 들어오는 토사가 우리 서해안까지 흘러올 리도 없고 따라서 우리 서해안은 늘 파란 바닷물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완만한 대륙붕 덕분에 훨씬 멀리까지 나아가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수온도 동해에 비해 더 따뜻하고. 그러니 북적대는 동해안만 고집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요즘에 황해란 말보다 서해란 말을 훨씬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임을 기억할 일이다.
백해(白海)는 북극해의 일부로, 백해-발트해 운하를 통해 발트해와 연결된다. 백해란 명칭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듯이 북극의 하얀 빙하 때문이다. 백해는 해역을 가르는 해저 융기 부분이 주위의 바렌츠 해 사이에 놓여 있어 독자적인 자연 환경이 유지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꽤 많은 어류와 해양 포유류, 무척추동물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일 년 가운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얼음으로 덮여 있으나 쇄빙선의 도움을 받아 사시사철 배의 운항은 가능하다.
붉은 바다 홍해(紅海)는 아프리카 북동부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좁고 긴 해역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들이 그곳을 거쳐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바다다. 그런데 이 바다는 무슨 까닭에 붉은 바다란 명칭을 갖게 된 것일까? 홍해는 지역 특성상 그곳으로 흘러 들어오는 강이 없다. 사방이 사막이니 그럴 만도 하지. 그래서 홍해에는 파이코에리드린이란 색소를 가진 남조류가 많이 증식하는 반면 물의 흐름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붉은 빛을 띠기 쉽다. 한편 홍해에는 석유 광상(鑛床)과 바닷물이 증발할 때 침전된 퇴적암과 중금속 광상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 색상만큼이나 귀한 바다라고 할 것이다.
흑해(黑海)는 유럽 남동쪽에 자리한 바다로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외해와 연결되지 않았다면 거대한 호수가 될 뻔할 만큼 우크라이나, 러시아, 그루지야,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여러 나라로 둘러싸여 있는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말만 바다지 흑해는 호수의 성격을 더 많이 띠고 있다. 우선 흑해는 다른 바다에 비해 염도 즉 머금고 있는 소금의 양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외해와의 교류가 적기 때문에 산소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체 또한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산소가 부족한 땅에 무엇이 살겠는가? 그래서 물속 깊은 곳에는 죽은 박테리아들이 쌓여 황화수소를 발생시키는데, 이 황화수소란 물질이 검은색을 띤다. 그러다 보니 바닷물이 검게 보이고 그로부터 흑해란 명칭을 갖게 된 것이다.
첫댓글 사진자료가 보이면 좋을텐데... 아쉬워요. 지식발전소~5칸 올라갑니다!